【후생신보】 국내에서 가장 어린 나이이자 가장 작은 체구의 말기 심부전 환아가 삽입형 좌심실보조장치(LVAD) 수술에 성공하고 일상 복귀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최근 만 6세 박민지(가명) 양이 삽입형 LVAD 수술을 무사히 받고 건강을 회복, 새 학기 등교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지 양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는 중증 심부전 상태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환자다. 지난해 12월 소화불량과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DCM)을 진단받았다. 해당 질환은 심장이 확장되면서 수축 기능이 저하돼 전신으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심부전 원인 질환이다.
의료진은 초기 정맥 강심제 투여 등 약물치료를 시행했지만, 호흡곤란과 구토 등 증상이 악화되며 결국 심장이식을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로 심실보조장치(VAD) 삽입이 결정됐다.
특히 이번 수술은 국내 삽입형 LVAD 적용 사례 가운데 최연소이자 최저 체중 환자(22kg)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최연소 사례는 11세로, 성인과 유사한 체구였다.
수술을 집도한 심장혈관외과 신유림 교수는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흉강 공간이 좁고 심장 구조도 작아 장치 삽입 자체가 매우 어렵다”며 “수술 후에도 체구에 맞는 혈류량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등 관리 난도 역시 높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와 같은 소아 환자에게는 주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인 ‘베를린 하트(Berlin Heart)’가 사용돼 왔다. 그러나 체외형 장치는 장비가 몸 밖에 연결돼 있어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고, 혈전 및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삽입형 LVAD는 체내에 장치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활동 제약이 적고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크기 제한으로 인해 소아 환자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수술의 성공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다학제 협진을 통해 가능했다. 의료진은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과 협력해 환자 CT 기반 3D 시뮬레이션을 반복 수행하며 장치 삽입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한된 공간에서도 안정적인 장치 위치 확보가 가능한 맞춤형 수술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소아심장과, 심장내과, 심장마취과 등 여러 진료과가 참여한 다학제 협진을 통해 수술 전후 전반적인 치료의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수술 후 우심실 기능 관리에도 집중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현재 민지 양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감염 예방을 위한 정맥 치료도 종료된 상태다. 퇴원 후에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일상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향후 경과에 따라 심장이식 여부를 결정하거나 LVAD 유지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소아 심부전 환자의 삶의 질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삽입형 LVAD를 통해 장기간 입원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LVAD 환자는 퇴원 이후에도 24시간 관리가 필요하며, 전담 코디네이터가 보호자 상담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이러한 원격관리 서비스에 대해 수가를 인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보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국내 소아 심부전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200~47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천성 심질환 환아의 생존율 증가로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유림 교수는 “이번 사례는 중증 심부전 소아 환자도 병원 밖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환아의 성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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