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행위별 수가제와 처방량 중심의 보상체계, 상품명 처방 관행, 세계 최다 외래방문,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판촉영업대행사) 기반 영업 구조, 실질적인 가격 경쟁 부재 등이 기형적으로 결합된 국내 제네릭 약가 구조가 불필요한 건강보험 지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제네릭 약가를 최종적으로 25%까지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개선책만으로는 정책적 효과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인데, 제약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대목이라 주목된다.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중심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국회 토론회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 관련 주요 쟁점이 다뤄졌다. 특히 제네릭 약가를 현재 53.55%에서 40%로 낮추는 복지부 안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영균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제네릭 약가를 현재 53.55%에서 40%로 낮추겠다는 복지부 약가 제도 개선안은 불충분하다”며 “더욱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인하 폭에 대해서는 토론회 직후 “우선 40%로 인하한 후 매년 1%씩 낮춰 OECD 평균인 25%까지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장도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첫 번째 단계”라며 “이후 더욱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역시 “약가 인하를 통해 제네릭 거품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외국은 오리지널의 10~20%까지도 떨어진다”며 “한국은 A8 주요 참조국의 제네릭 가격 평균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고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약가 정책이 비용 효과적이지 못하단 지적은 꾸준하다. 실제 국내 건강보험 약품비 중 신약 지출 비중은 약 13.5%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고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제네릭 산정률 인하가 시기상조이며, 만약 현실화될 경우 산업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에는 국내 제네릭 가격이 해외 주요국 대비 높다는 점도 작용한다. OEC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품목당 너무 많은 제네릭도 문제다. 단일성분 제네릭이 100개를 초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국내 생산 의약품 중 99%가 제네릭이다. 이는 의료공급자와 환자의 정보 오용을 부추겨 약품 공급 난맥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제네릭 약가 개선...리베이트 해결 ‘키’
제네릭 약가 개선 필요성은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로는 리베이트 관행 척결이 꼽힌다. 나영균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의사가 처방 제네릭을 선택하기 때문에 제약사의 병의원 영업이 중요하다. 리베이트 관행이 구조화되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약가를 낮추면 리베이트할 비용효과가 안 나올 것”이라며 “현재 약가의 원가를 알수가 없는데, 이걸 알게되면 합리적인 약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약사 사회는 현재 상품명 처방이 고착화된 시스템 속에서 제네릭이 남발되면 결국 의사의 권한만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노수진 대한약사회 총무이사는 “가격 차별이 없는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는 결국 처방이 중요하다. 마진의 많은 부분을 영업비로 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며 “의사 권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등재만 하면 제약사가 돈을 버는 구조고, 위탁제조가 대부분이라 제조 또한 어렵지 않다. 판이 커진 곳에 끼어 제조만 하면 돈을 버는 구조라 단일 품목에 100개 이상 제네릭이 나오는 구조다. 예컨대 암로디핀 제네릭은 91개다. 미국은 19개다. 조금이라도 돈이 되면 수십개 제약사가 몰려들어 약을 찍어낸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외에 추가적인 재정 절감 방안으로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참조가격제 도입 ▲건보공단 주도의 제네릭 경쟁 입찰제 ▲공공제약사 설립 ▲품절약이나 퇴장방지약의 INN(국제일반명) 의무화가 제시됐다.
나 교수는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면 연간 7.9조원의 재정이 절감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의료법 개정과 EMR 시스템을 개선해 상품명에서 성분명으로 변경하고, 약사가 최저가 제품으로 대체 조제를 할 시 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참조가격제 도입을 통해서도 연간 2조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 봤다. 참조가격제는 동일 효능의 의약품 그룹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하는 최대 상한 가격(참조가격)을 정하고, 그 이상 비용은 환자가 본인 부담하는 제도다.
건보공단 주도의 제네릭 경쟁 입찰제를 통해서는 연간 13조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나 교수는 “뉴질랜드의 국가 단일 입찰제를 분석한 결과, 약가의 95% 인하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공공제약사 설립 방안은 건강보험공단 산하에 공공제약사를 만들어 품절약과 민간제약사가 꺼리는 퇴장방지약물을 생산하고 필수의약품 중 가격 격차가 큰 약품의 저가 공급을 담보하는 식이다.
김한숙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정부는또한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약가 제도 개편은 단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닌 제약사의 R&D 투자를 이끌기 위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업계와 의사협회 등 모든 이해 주체가 모여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를 도출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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