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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모호성·자격 기준 부재가 갈등 핵심 요인

체계적인 교육·인증 시스템 구축 … 제도적 기준 마련 시급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6/01/16 [07:00]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모호성·자격 기준 부재가 갈등 핵심 요인

체계적인 교육·인증 시스템 구축 … 제도적 기준 마련 시급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6/01/16 [07:00]

【후생신보】 국내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을 다룬 연구가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 지원 인력으로 활동하는 간호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의료현장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병원간호사회 임상간호연구 제31권 제3호 '우리나라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에 관한 주제 범위 문헌 고찰' 논문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국내 문헌 15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을 주제로 한 연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진료 지원 간호사 수는 2005년 235명에서 2024년 5,154명으로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간호 현장에서 이들과 관련된 역할갈등에 대한 학문적·실무적 관심도 함께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 대상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100~159명 규모의 표본으로 구성됐으며 연구 수행 기관은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진료 지원 간호사가 전공의 수급 불균형과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주로 전공의 수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 배치되고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다만 병원 종별, 지역, 진료과에 따라 진료 지원 업무의 내용과 자격 요건,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소병원과 지역의료기관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 방법 측면에서는 15편 중 13편이 서술적 조사연구에 해당했으며, 개념 분석 연구와 근거이론 연구는 각각 1편에 그쳤다. 이는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 연구가 양적 연구에 편중돼 있어 갈등의 본질과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개인의 경험과 인식을 심층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질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문헌 분석 결과, 진료 지원 간호사는 상처 및 드레인·튜브 관리, 회진 동행, 환자 및 보호자 교육과 상담, 수술 보조, 처방 입력, 외래진료 보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업무 범위는 미국과 캐나다의 PA(Physician Assistant)가 수행하는 역할과 상당 부분 유사했다. 그러나 교육과 자격 제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확인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과 자격시험, 면허 제도를 통해 PA의 업무 수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반면, 국내 진료 지원 간호사는 법적 자격 기준과 국가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표준화된 업무 지침이 부재한 상태에서 병원 발령에 따라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이 커지고, 이는 곧 역할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분석 대상 연구에서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 수준은 평균 3점 이상으로 중간 수준 이상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교육 없이 업무에 투입된 비율이 높은 기관에서는 역할갈등 수준이 더욱 높게 보고된 반면, 서면화된 업무 규정이 마련된 기관에서는 상대적으로 갈등 수준이 낮았다. 이는 체계적인 교육과 명확한 역할 규정이 역할갈등 완화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역할갈등은 직무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할갈등이 높을수록 직무 만족도, 전문직 자아개념, 직무 몰입, 근무환경 인식, 회복탄력성 등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이직 의도 증가와 직업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질적 연구에서도 역할의 모호성과 예기치 않은 업무량, 미비한 제도와 의사소통 문제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특히 이미 법적·제도적으로 정비된 전문간호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됐다. 전문간호사는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인력으로, 현재 진료 지원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상당 부분과 중복되는 영역을 담당할 수 있어 환자 안전 확보와 법적 논란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비표준화된 업무 체계와 제도적 미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전문간호사 제도와의 연계를 포함한 체계적인 교육·인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 완화는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내 문헌을 기반으로 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갈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제도 개선과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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