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국내 마취전문간호사 제도가 법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배출은 지난 2017년 이후 8년째 단 한 명도 배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령·교육 기준·업무범위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제도는 있으나 실효성은 전혀 없는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마취전문간호사가 필요한 수술·응급의료 현장의 인력 공백은 커지는데, 배출 구조는 여전히 갇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에는 있지만, 교육기관이 없고 기준도 미완성… 제도만 있고 사람은 없는 구조
2000년 의료법에 전문간호사 자격이 추가로 명시되면서, 2006년부터 석사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간호사가 자격시험을 통해 배출되기 시작했다. 전문간호사 자격은 13개 분야로 총 18,358명이 배출되었는데, 2006년 이후 석사교육과정을 마친 자격증 소지자가 1만여명이다.
그러나 마취전문간호사의 경우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교육과정 실습을 허락해 주지 않아 2017년 이후 실제 양성 과정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현재 마취전문간호사는 분야별 마취간호사 시기에 양성된 570명 외에, 석사교육과정으로 배출된 인력은 70명에 불과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업무범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교육기관도 커리큘럼을 만들 수 없고, 정해진 교육기관이 없으니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며 “법은 있지만 실행 수단이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의사단체 “마취는 고위험·전문성 업무”… 간호계 “팀 기반 업무 분담 필요”
마취전문간호사 배출 지연의 가장 큰 배경에는 의료계 내부 갈등이 자리한다.
의사단체는 마취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책임성이 요구되며 전신마취·기도관리 등 핵심 영역은 의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간호계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근거로, 마취전문간호사를 활용한 팀 기반 마취 모델이 의료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중소병원의 마취과 전문의 부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마취과 전문의가 없어 수술을 줄이거나, 의사 한 명이 세 개 수술방을 뛰어다니는 일이 많다”며 “마취전문간호사가 배출되면 일정 수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의정갈등시기 마취과 의사 및 전공의 부족으로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수술실을 축소 운영했다” 며 “마취전문간호사들을 활용할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이 절실한 상황”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복지부는 교육기관·교육과정·실습기준 고시를 확정하지 못했고, 결국 마취전문간호사 배출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기관 요건 지나치게 높아 대학·대학원도 손 못 대… “기준 현실화해야”
마취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요건 역시 배출 지연의 핵심 요인이다.
현행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지정 기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급 실습기관 확보.일정 규모의 마취과 전문의 수. 고난도 마취 케이스 일정 수준 이상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는 “교육기관 요건이 지나치게 높아 실제 충족 가능한 대학원이 거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간호계 관계자는 “조건을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기준을 만들어서 교육·실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요건을 지금처럼 유지하면 5년이 지나도 배출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 심화… “법적 제도 정비 없이 수술실 안전 말하기 어렵다”
수술실과 응급현장에서는 이미 마취 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마취과 전문의 채용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마취전문의 1명이 24시간 응급수술과 분만을 모두 책임지는 상황도 적지 않다.
현장 전문가들은 “마취전문간호사를 전문인력으로 활용하면 마취 준비·회복관리 등 팀 기반 업무가 가능해지고, 환자 안전도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국제적으로 마취전문간호사나 마취보조인력 모델은 이미 표준”이라며 “한국은 자격제도만 있고 사람은 없는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견 조율 중… 제도 완성되면 양성 절차 본격화”
복지부는 전문간호사 세부 업무범위 조정과 교육기관 지정 기준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의사단체·간호단체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최종 조율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취전문간호사가 배출되지 않는 문제의식은 잘 알고 있다”며 “업무범위, 교육기준, 실습기관 기준 등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실제 양성이 가능하도록 제도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만 20여년째고, 10년 가까이 배출은 0명”… 대안 없는 의료인력 공백 해결 시급
마취전문간호사 배출 문제는 단순한 직역 갈등을 넘어 필수의료 인력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국가적 질문과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10년째 멈춰 있다”며“필수의료 강화가 국가 핵심 과제라면, 마취 인력 양성체계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가 존재하지만 사람은 없는 ‘유령 자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업무범위 확정 ▲현실적 교육기관 기준 ▲직역 간 합의 메커니즘 등 핵심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마취전문간호사 배출이 언제 현실화될지, 의료계와 정부의 조율이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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