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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못 구하는 공공병원 신축 필요한가?

지역 공공병원 평균 연봉 약 4억원 …“지어놓고 적자만”
소방병원도 7개 진료과 중 5개 진료과목 지원자가 전무

유시온 기자 sion@whosaeng.com | 기사입력 2025/09/10 [11:26]

의사도 못 구하는 공공병원 신축 필요한가?

지역 공공병원 평균 연봉 약 4억원 …“지어놓고 적자만”
소방병원도 7개 진료과 중 5개 진료과목 지원자가 전무

유시온 기자 | 입력 : 2025/09/10 [11:26]

【후생신보】 공공병원 신·증축 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역민 숙원”이라며 공공병원 개설 의사를 공개 타진하는 지역도 여럿이다. 명분도 훌륭하다. 의료 취약지 주민 건강과 생명을 내건 만큼 반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공공병원 신축 이후 떠안을 현실적인 문제에도 눈을 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병원이 만성 운영 적자와 함께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공공병원 개설에 나서며 미래 국가·지자체 재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지방에선 “우리도 공공병원” 열기가 뜨겁다.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신설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기존 공공병원조차 연달아 증축 계획을 밝히고 있다. 향후 겪을 의사 수급난과 운영 적자 등은 계획 단계에서 핵심 고려사항이 아니다. 

 

우선 300병상 규모의 서부산의료원 개설에 사업비 858억원이 투입된다. 대전의료원 신축에는 1759억원이 투입된다. 경남 서부의료원(진주)은 300병상 규모로 최소 1578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비는 건축 과정에서 증액될 수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5일 “시민 염원 속에 서부산의료원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고 자축하며 기재부로부터 받아낸 사업비 한도액 증액 등의 성과를 자랑했다. 참고로 부산에는 이미 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으며, 서부산의료원이 위치할 사하구 인근에는 2개의 상급종합병원(서구)이 있다. 서부산의료원 바로 앞에는 보건소가 있고, 인근에는 다수의 병원급 의료기관이 포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도 추진 중이다. 2017년 파산한 금정구 침례병원 자리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병원을 만들겠다며 나선 것이다. “비수도권에 보험자병원이 없고 20만 금정구민 의료공백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이들 주장인데, 주변에는 상급종합병원과 다수의 병원급 의료기관 등 정상적인 의료서비스가 공급되고 있다. 최종 관문인 건정심에서 적자와 건보재정 부담을 이유로 부산시 요청을 기각했지만, 부산시는 즉각 반발하며 재차 건보병원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개원 이후…적자·손실·구인 3중고

 

 

그렇다면 공공병원이 만들어진 후 상황은 어떨까. 공공병원은 테이프 커팅식이 끝나자마자 고난이 시작된다. 현재 전국 모든 공공병원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에 있는 공공병원조차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지방의료원의 누적 적자액(성남의료원 제외)은 1112억 원으로 지방의료원 35곳 중 원주와 진안을 제외한 33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의료취약자를 보호하자”는 구호 아래 공공병원을 우후죽순 만들었지만, 정작 의료취약 당사자는 민간병원과 대형병원을 선호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대표되는 의료취약자는 본인부담률 자체가 매우 낮아 공공병원 유인이 적다. 본인 부담이 동네 의원 1,000원, 2차 병원 1,500원, 3차 병원 2,000원이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사회 문제로 비화할 정도다. 의료취약자를 위해 만든 공공병원에는 의료취약자가 가지 않는 셈이다. 결국 병상은 텅 비고, 의사는 이탈하며, 적자만 매년 쌓여가는 것이다.

 

신규 공공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남시의료원이 대표적인데, 2020년 개원한 이래 평균 의료적자로 연간 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외래 환자가 500명으로 환자 감소와 의료진 이탈, 재정 악화, 의료 질 하락이 연쇄적으로 맞물리고 있다. 결국 의료원은 누적 의료 손실이 2417억에 달하자 2023년 더 이상 운영이 힘들다며 대학병원이 대신 맡아달라며 복지부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했다. 

 

대도시와 멀거나, 민간병원과 경쟁이 심한 지역은 더 심각하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차라리 아예 시골이라 민간병원과 경쟁이 없는 곳은 그나마 낫다”며 “애매하게 도시와 농촌에 걸친 지역은 의사를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환자도 민간병원에 몰려 답이 없다”고 호소했다. 

 

의사를 구하기 힘드니 의사에게 주는 급여도 높다. 올 상반기 공공병원 급여표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은 의사 급여가 2억 초반인 반면, 김천과 통영, 목포 평균 연봉은 약 4억원이다. 실제로 목포의료원은 작년 정형외과 의사 1명 채용에 6억 2000만원을 제시했고, 울진의료원은 영상의학과 채용에 5억 600만원을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 정식 개원을 앞둔 국립소방병원 역시 의료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 위탁운영이지만 채용 공고를 내건 7개 진료과 중 5개 진료과목에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공병원은 “통영, 상주, 거창 등 도서벽지 특성이 강한 곳은 일부 진료과 인력 수급이 극도로 어려워 타 지역 대비 높은 보수를 제시하지만 진료과별 차이가 크고 모든 과에서 동일 수준을 보장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서울 공공병원장도 "영상의학과를 충원하지 못해 외주를 주고 있지만, 퀄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 마취 역시 세부 분야가 다양해 산과 마취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공공병원만 공공의료인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급여 제도 하에서 국내 모든 병원은 일종의 공공성을 가진다. 실제로 국민이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현실에서 공공병원만을 대상으로 정책과 사업 지원을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한 공공병원 명패 단 곳이 진료비가 다소 저렴하지만,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자리 잡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는 이 차이마저 퇴색된다. 

 

공공병원 증가는 이미 운영 중인 공공병원에도 미필적 영향을 준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결국 정해진 의사 공급 풀에서 연봉을 주고 데려와야 하는데, 병원이 늘어나면 기존 공공병원의 출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4년 6월 기준 전국 공공의료기관 217곳 중 91곳(41.9%)은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 지역 의사회는 “성남시의료원은 단지 공공 이름만 붙인 병원이 실제 지역 의료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재정과 자원만 낭비하는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공공의료 본질은 공공성이 아니라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무계획적인 공공의료 확대는 오히려 지역의료를 더욱 고립시키고 국민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라고 했다.

 

한 공공병원장은 “공공병원 상당수가 병상을 채우지 못 한다”며 “민간보다 떨어지는 경쟁력과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굳이 인구밀도가 떨어지는 지방 곳곳마다 병원을 개설·운영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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