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보험금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겠다고 보험사가 제3의 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의료자문’이 보험사들의 곳간을 채우는 ‘무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 상반기 보험사가 실시한 제3자 ‘의료자문’ 건수는 대략 3만 9,000건 정도였는데 이 중 12% 약 4,900건에 대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에 의한 보험금 부지급 비율은 지난 2020년 8% 정도에서 매년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갈수록 환자와 보험사간 민원과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가입자와 보험사간 분쟁은 이미 예견된 일 이었다. 모호한 의료자문 의사의 선정과 그 기준,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보다 주로 외부 전문가의 의견 반영 그리고 가장 객관적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결정 미반영 등의 논란이 지속돼 왔던 것.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새롭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자가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BMAC 치료)'와 '자가 지방줄기세포 주사치료(SVF 치료)'에 대한 보험사의 '제3 의료기관 의료자문' 오남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의료기술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인정해 주고 있다. 처음 도입되는 신기술인 만큼 주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료진이 의료자문을 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보험사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제도'를 의뢰했지만, 심평원이 '정당하다'고 회신하는 등 자충우돌식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기존 비수술 치료로는 호전이 없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중기 관절염(2~3기 무릎 골관절염 및 3~4기 연골 손상) 환자들의 치료 옵션으로 꼽히고 있다.
의료자문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먼저 보험사가 선정한 제3의 의료기관과 의사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 또한 어느 진료과 어떤 의사가 자문을 했는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의료자문 의사를 보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의료자문의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힌다.
한 보험사가 지난 1년간 의료자문을 시행한 대학병원 13곳을 보면 보험사가 자신에 유리한 답변을 해주는 의료기관에 집중의뢰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줄기세포 주사치료는 주로 정형외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자문을 정형외과에서 봤다고 특정할 수는 없다. 보험사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라도 견관절, 고관절, 족부, 척추 등 질환이 세분화되어 있어 슬관절 전문가가 아니면 줄기세포 주사치료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회신을 보면 “본 회신서는 수신자를 직접 진찰한 소견이 아니며 첨부된 의학적 자료만으로 작성한 소견임을 참고하시기 바란다”면서 “진료 기록에 의한 자문으로 타 용도, 즉 소송자료 및 법적 송무 자료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 타용도로 활용 시 무효”라고 되어 있다. 자문 결과에 확신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신의료기술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의료자문 논란 확산은 일부 의료전문학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본인이 전문자격을 취득한 세부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자문의 경우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만큼 의료자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회원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한 정형외과 의사는 "무릎관절염 골수 줄기세포 주사치료 대상자는 적응증이 KL 2~3등급(관절 간격이 명확하게 좁아진 상태) 또는 ICRS 3~4등급(연골이 50% 이상 손상)에 해당하는 환자로, 의사마다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간다"며 "신의료기술은 주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들은 줄기세포 주사치료와 관련해 의료자문을 받고. 하루 간격을 두고 반월상 연골판 절제술을 시행하고, BMAC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적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MAC 치료 후 특별한 부작용 및 합병증이 확인되지 않았고, BMAC 치료는 국소마취로 시행할 수 있고, 1시간 내외로 시행할 수 있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하지 않는다 등을 사유로 실손보험금(본인부담금+인정(법정)비급여)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특히 양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의 관절경(관절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은 적정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반월상연골판 절제술을 시행하고 하루 뒤 BMAC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적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로 보기 어렵고, 신의료기술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토대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관절경 수술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봉합까지 종료된 상태에서 수술 경과를 지켜본 후 하루 뒤 BMAC 치료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수술은 수술이고 주사치료는 주사치료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수술 뒤 하루 입원 후 BMAC 치료를 '적정하다'고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무릎관절염 치료는 한 곳만 치료하지 않는다. 관절경술로 연골판이 찢어져 있으면 꿰메거나 절제를 하고, 연솔 손상이 심해 너덜너덜 해졌다면 다듬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 입원하며 부작용이나 합병증, 마취 후 경과관찰을 지켜본다. 그다음 날 손상된 무릎조직이 재생되고 염증 완화 및 통증·기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BMAC나 SVF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NECA는 신의료기술과 관련해 “BMAC 치료나 SVF 치료는 고시(告示)대로 단독으로 시행했을 경우에 한 해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관절경술과 BMAC 주사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신의료기술 인정'에 어긋나지만, 관절경술과 주사치료를 각각 별개로 했다면 신의료기술로 인정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의료자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 또한 없지 않다. 질문은 "BMAC 치료는 단독으로 관절강내 주사했을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상태로, 상기 환자가 동시에 동일 부위에 시행된 관절경적 수술과 병행된 주사요법이 효과가 입증된 적정치료로 볼 수 있는지"로 되어 있다. 의료자문 답변은 '적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로 보기 어려움'이다.
심평원도 진료비 지급 관련하여 병원에 손을 들어 주었다. 모 보험사가 '진료비 확인제도'를 활용해 병원의 과잉 진료를 신고하고자 관절경술과 그다음 날 BMAC 치료를 시행한 환자 약 80명 명단을 확보해 최근 심평원에 단체 민원을 했다. 진료비 확인제도는 병원의 과잉진료가 확인되면 환자에게 과잉진료비를 돌려주는 제도이다. 결론은 병원치료가 '정당하다'였다.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 타당성을 심사하는 정부기관이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보험사도 실손보험가입 환자가 신청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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