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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 -7

관리자 | 기사입력 2007/05/10 [09:54]

양극성 장애 -7

관리자 | 입력 : 2007/05/10 [09:54]

조울병 : 가족의 역할


▲민경준 교수<중앙의대> 
 다른 정신질환들이 그러하듯이 조울병 역시 생물학적 원인, 심리적 원인, 그리고 사회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한다. 따라서 치료도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생물학적 치료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고, 심리적 치료는 정신치료(정신과 상당)를 하는 것이고, 사회적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치료는 의사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의사, 환자, 가족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며, 각자의 역할을 잘 해 주어야 치료가 제대로 진행이 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의사의 역할은 약을 잘 처방해 주고 적절한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하는 것이고, 환자의 역할은 치료에 잘 협조를 해서 약을 잘 복용하고 적절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가족의 역할은 무엇인가?

  

의사나 환자나 가족이나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병이 잘 치료돼서 정상적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가족들은 병이 잘 치료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가족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조울병 환자를 치료함 있어 가족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가족으로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첫 째, 자신과 다른 가족이 환자의 조울병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조울병을 앓기 시작하면 온 가족이 큰 혼란에 빠지고, 가족 개개인은 몹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족은 환자의 조울병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감정들이 가족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미쳤다는 말을 흔히 사용하면서도 실제로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창피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조울병 환자의 부모나 가족들은 혹시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환자에게 조울병이 생겼다는 죄책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감정들이 생기면 가족들은 환자의 조울병에 대해  부정을 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이런 반응들은 가족 구성원에게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때 흔히 일어나는 반응으로 초기에 잘 해결된다면 큰 문제는 없으나 이런 감정이 지속되는 경우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조울병을 앓게 되면 우선 자신의 느낌과 반응을 확인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적절한 것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조울병이 아니라 당뇨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당뇨병 환자가 되기를 원해서 당뇨병 환자가 된 경우는 없으며, 당뇨병 환자는 잘 치료만 하면 별 문제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당뇨병 환자에게 낙인을 찍는 일은 없다. 조울병도 자신이 원해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생물학적 원인으로 생기는 조울병 역시 관리를 잘 하면 큰 문제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므로 가족들이라도 다른 가족 구성원이 조울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없으며, 환자를 정신병자 또는 미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 환자가 원하는 것을 무분별하게 다 들어주게 되거나 과잉보호를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가족 구성원은 환자가 약을 안 먹겠다고 할 때 환자의 부적절한 요구에 동조하게 되므로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친 죄책감 역시 가족들이 피해야 할 감정 중 하나이다. 자식이 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는데, 과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저것 잘못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므로 대부분의 부모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부모로서 그동안 자녀들에게 해왔던 행동들이 자식의 조울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울병은 어느 정도 병에 걸릴 소인을 갖고 태어나므로,  조울병은 부모가 잘했던 잘못했던 어차피 생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조증 상태이든 우울증 상태이든 일단 조울병이 발병했을 때 앞으로 부모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환자의 조울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둘 째,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 잘못을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환자의 조울병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조울병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조울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일부 가족들은 정신질환과 정신과 치료, 특히 정신과 약물에 대해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조울병에 유전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도 조울병에 걸릴까봐 공포에 떨기도 하는데, 조울병 가족 중에 조울병이 좀 더 잘 생기기는 해도 모든 가족에게 조울병이 생기지는 않으며 전염되지도 않으므로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일부는 조울병 같은 정신질환이 의지가 약하거나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된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환자가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화를 내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도 치료에 방해가 된다. 또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중독되거나 습관성이 있으므로 절대 못 먹게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것도 기우에 불과하다. 의사의 지시대로만 잘 복용하면 그런 일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같은 조울병이라 하여도 환자마다 경과나 예후, 치료 방법에 있어 차이가 많기 때문에 가족들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담당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조울병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재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앞으로의 예방적 치료가 중요한데 재발하려고 하는 경우 이에 대해 가족들이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족들은 환자의 재발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재발의 징후가 있으면 이에 대해 즉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세 째, 환자의 조울병에 대한 가족들의 시각은 다 다르기 때문에 환자를 도우려는 가족의 노력도 제각각이 되기 쉬운데, 서로의 견해에 대해 충분히 들어주고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환자의 조울병을 고치기려는 마음은 모든 가족에게 공통적이라는 것이며 이런 공동 목표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가족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법이므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담당의사에게 물어보도록 한다.   

 

네 째,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조울병은 재발을 잘 하는데, 대개는 재발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요인이 있으므로 이런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찾아내는 것은 의사와 같이 할 수 있으나 이런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환자와 가족이 해야 할 일이며, 이를 의사가 대신할 수는 없다.

  

다섯 째, 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족이라면 환자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이 좋으며, 뽐내거나, 논쟁을 벌이거나, 말을 많이 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는 좋지 않다. 대부분의 조울병 환자들은 질병이 생기기 전에 자신이 했던 만큼 자신의 인생을 조절하기를 원하며 모든 면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환자들이 자신의 삶을 잘 관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줌으로써 오히려 환자가 절망적이고 질병 이전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할 수 있다. 가족들은 의사가 시키지 않는 한 환자의 개인 생활에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자의 생활의 어떤 면이라도 조정하려 들면 환자를 자극할 수 있다. 환자가 하는 일에 걱정이 된다면 환자와 그것에 대해 의논을 하고 그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환자에게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넘겨짚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야 하며,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 환자가 자신의 행동과 결정의 결과를 책임지게 한다. 그러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하며, 조증 시기에 일어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가 자신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여섯 째, 가족은 조울병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조울병 환자들은 기분 상태의 변화에 따라 남에게 위험을 주는 행동, 과격하거나 충동적 행동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자해 또는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남이나 자신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단 일어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서서히 커지기 때문에 환자의 행동이 평소와 달리 거칠어지거나 환자가 죽음 또는 자살에 대한 말을 하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일곱 째, 가족은 조울병 환자를 고쳐 놓으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고, 조울병의 경과를 이해한다면 조울병이 재발한다고 낙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는 한두 번 조울병을 앓고 난 후 더 이상 재발없이 잘 지내지만 일부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많은 가족은 환자와 의사에게 실망하고 분노를 느낄 수 있으나, 양극성 장애라는 산을 넘고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가족은 환자에게 때로 지치기도 하지만 가족의 변함없는 사랑과 꾸준한 지지만이 환자를 도와줄 수 있다.

  

여덟 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조울병이 가족에게 혼란을 초래하듯이 환자도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조울병 때문에 야기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조울병 환자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으로부터 거절 또는 따돌림 당하는 것을 두려워 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환자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것이야말로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치료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의사의 전문적인 도움과 가족들의 도움, 그리고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조울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성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질환이며, 환자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조울병 환자의 인생은 아직 ‘공사 중’이고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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