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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 -2

관리자 | 기사입력 2007/05/10 [09:11]

양극성 장애 -2

관리자 | 입력 : 2007/05/10 [09:11]
 

양극성 장애 :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하규섭 교수 <서울의대>
양극성 장애는 1형만 하더라도 평생 유병율이 1% 이상 되는 아주 흔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에서는 정확한 진단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1991년, 미국에서 양극성 장애 환자 중 처음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받지 못한 비율이 73%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후 2000년에 다시 조사하였는데 여전히 그 비율이 69%로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역시 미국의 보고이긴 하지만 양극성 장애 환자가 첫 증상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0년이라고 하며, 제대로 진단 받기까지 평균 3명 이상의 정신보건전문가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양극성 장애의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양극성 장애는 질환의 성질상 조증, 우울증, 혼재형 삽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둘째, 양극성 장애가 기분증상보다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양극성 장애 진단을 위한 객관적 진단 도구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확한 병력 청취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1. 양극성 장애는 조증, 경조증, 우울증, 혼재형 삽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재 흔히 사용되는 진단기준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조증이나 경조증삽화가 있어야 한다. 양극성 장애에서 조증이나 경조증이 질병 초기에 명확하게 표현된다면 양극성 장애의 정확한 진단은 훨씬 쉬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 환자들에서는 조증이나 경조증보다 우울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으며, 경과 중에도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보다는 우울삽화가 훨씬 자주, 오래 나타난다.

 

최근 146명의 양극성 장애 i형 환자를 12.8년간 매주 증상을 관찰한 결과 우울증상이 조증 보다 3배 흔했다는 보고가 있다. 비슷한 연구를 양극성 장애 ii형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하였더니 우울증상이 경조증 증상 보다 무려 37배 더 오래 나타났다고 한다. 즉 비록 병명은 양극성 장애이고 전통적으로는 ‘조울병’이지만 임상양상으로 이름을 붙인다면 조증과 우울증이 1:1이 아니라 우울이 더 자주 흔하게 나타나서 ‘울울울조병’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우울삽화만을 반복적으로 보이다가 수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서야 비로소 조증삽화를 처음으로 보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경과를 밟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 기간 동안 ‘우울증’으로 오진 아닌 오진을 받게 되는 셈이다.

   

다른 한가지 주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증 상태에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한 조증 상태에서는 병식을 갖기가 어렵다. 경조증 상태에서는 상태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병적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경조증 상태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환자들은 우울할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의사 앞에서 우울하다는 점만 강조를 하고, 의사가 과거의 조증 혹은 경조증 병력에 대하여 묻는다 하더라도 우울한 상태에서는 살아온 과거 역시 모두 우울하게만 보이기 때문에 과거의 경조증 증상을 부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조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비교적 진단이 용이하지만, 조증이 심하여 잘 협조가 되지 않거나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환청,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더 뚜렷하게 보여서 정신분열병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 양극성 장애가 기분증상보다 다른 증상/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영역에서는 정신분열병이 greater imitato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모습의 정신장애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양극성 장애도 greater imitator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극성 장애 환자에서 흔히 공황증상 등 불안증상, 강박증상, 식이장애, 알코올 의존을 포함한 약물 사용문제, 주의력결핍이나 행동과다, 적대적 반항장애, 히스테리, 자기도취, 경계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나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성격 상의 문제로 비춰지거나, 학교, 직장, 가정에서의 적응 문제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일부는 조증이나 우울증상이 이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조증이나 우울증상과는 별도로 위에 언급한 다양한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면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3. 양극성 장애 진단을 위한 객관적 진단 도구가 미비하다.

현재 양극성 장애의 진단기준은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이나 세계보건기구의 진단기준을 따른다. 이들 진단기준은 진단의 일치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지나치게 엄격해져서 확실한 조증이 있거나 경조증이 뚜렷한 경우에만 양극성 장애로 진단하게끔 되어 있다. 한편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도 싶지만, 가족력이나 증상 양상, 경과 등으로 미루어 양극성 장애가 틀림없겠다 싶어도 아직 조증이나 경조증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에는 양극성 장애로 진단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또한 경조증 증상이 경미하거나 기간이 짧은 경우에도 양극성 장애보다는 우울증으로 진단하게끔 되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새로이 대두된 개념이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이다. 이는 현재의 양극성장애 진단 기준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역치하 증상을 보이는 양극성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양극성 장애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제언

환자가 우울증, 불안증, 약물남용, 식이장애, 인격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거 조증 혹은 경조증 삽화의 존재유무를 반드시 확인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우울증 환자는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반드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최근 보고들에 의하면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재발성 우울증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많건 적건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극성장애 또는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를 올바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병력 청취 시 횡단면적이 아닌 종단면적인 접근방법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한 번의 면담으로 진단을 확정짓지 않아야 한다. 첫 면담에서 진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신뢰성 있게 얻기란 어렵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환자 스스로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십상이며 종종 증상에 대하여 명확히 기술하지도 못한다.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으므로 환자-치료자 관계가 구축되고 병식이 개선된 이후에 진단에 대해 다시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환자뿐만 아니라 이전 기록, 부모 형제, 친구 등 가능한 모든 정보제공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한테서만 병력을 청취한 경우 보다 가족으로 부터의 정보를 포함한 경우 양극성 장애 i형의 진단율이 2배나 높았다고 한다.

   

병력에서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럴 때는 직접적인 삽화의 존재 이외에 양극성 장애를 시사하는 단서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단서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일차 친족의 양극성장애 병력

    약물에 의해 유발된 경조증 또는 조증

    3회 이상 반복되는 주요우울삽화

    3개월 이내에 저절로 회복되는 비교적 짧은 주요우울삽화

    비전형적 우울증상

    정신병적 주요우울삽화

    25세 미만의 이른 나이에 발병한 주요우울삽화

    산후우울증

    항우울제를 사용하였을 때 급격히 증상이 호전되나 이후 점차 약효가 사라짐

    3 가지 이상의 항우울제를 충분히 사용하였으나 치료에 반응이 없음

    

이 밖에도 양극성 장애를 감별할 수 있는 선별도구들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 경조증 체크표(hypomania checklist), 기분장애설문지(mood disorder questionnaire), 양극성범주장애진단도구 (bipolar spectrum diagnostic scale)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 이러한 도구들이 구체적인 진단도구로 활용되기에는 좀 더 많은 임상 자료들을 필요로 하지만, 선별을 위한 보조도구로는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양극성 장애가 임상가들에게 보다 손쉽게 진단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보다 적절한치료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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