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특정 영양제 등을 ‘쪽지처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쪽지처방을 직접 받아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는 약사가 절반에 달했다. 

쪽지처방이란 의사 처방없이 개인의 선택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것처럼 별도의 종이에 기입해 환자에게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처방한 의료진에게 뒷돈이 주어지는 리베이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현행 의료법상 리베이트로 처벌이 불가능해 단속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대한약사회와 공동으로 전국 약사 2,07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쪽지처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병의원으로부터 쪽지처방을 받아본 적 있다는 응답자는 559명, 27.2% ▲본인이 경험한 적은 없으나 들은 적 있다는 응답자는 527명, 25.6%로 조사대상 약사의 절반 이상이 쪽지처방을 직접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었다.

쪽지처방 받은 경험이 있는 약사 5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발행 주기를 묻는 문항에 ▲월 1건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1.7%, 177명으로 가장 많았고 ▲주 1건 이상이 22%, 123명으로 다음순이었다.

매일 1건 이상도 14.1%, 79명이나 돼 쪽지처방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약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쪽지처방 품목을 묻는 질문에는 ▲건강기능식품이 4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의약품 282명 ▲건강식품 81명 ▲의약외품 72명 ▲화장품 7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쪽지처방을 발행한 진료과로는 ▲안과라고 답한 비율이 23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내과 204명 ▲피부과 및 비뇨기과 125명 ▲가정의학과 122명 ▲산부인과 82명 ▲소아청소년과 61명 ▲이비인후과 52명 순이었다.

쪽지처방을 낸 의료기관은 ▲의원급이라는 답이 3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 190명 ▲병원급 16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산부인과 등에 쪽지처방을 발행하게 한 뒤 자사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식품회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다.

특히 적발된 회사는 판매수익의 절반 가량을 의료진에게 뒷돈으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의료진은 처벌되지 않았다.

김원이 의원은 “영양제류는 의사처방 없이도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쪽지처방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 쪽지처방을 대가로 의료진이 뒷돈을 받는 경우 이를 의료법상 리베이트로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해 이를 근절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