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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 뉴 노멀 시대에서의 화두 ①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20/06/30 [10:17]

혈우병 : 뉴 노멀 시대에서의 화두 ①

후생신보 | 입력 : 2020/06/30 [10:17]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비대면·비접촉 즉, ‘언택트’(Untact)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미래에도 언택트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인 가운데, 언택트로 정의되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 출발 선상에 지금 우리는 서 있다. 

본지는 언택트 시대 의료진들과 환자들에게 조금이 나마 도움을 주고자 관련 특집을 마련했다. ‘뉴 노멀의 시대’, 혈우병과 관련된 의료진들은 물론 환자들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 감염병 검사 방법에서부터 정기검진, 치료, 교육 등 혈우병 사회의 전반적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접촉과 대면을 최소화하면서 치료제를 처방받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반감기가 연장된 다수 치료제들의 등장은 혈우병 환자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중인 혈우병 유전자 치료, 새롭게 출시된 혈우병 비응고인자 치료제와 모니터링 등의 내용도 담았다. 앞으로도 언택트 시대가 바꾸어 놓을 혈우병 사회의 모습을 꾸준히 전달하며 관련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COVID-19 세계적 대유행과 혈우병    / 유철주 교수(연세의대)

2. 혈우병의 유전자치료    / 최영배 교수(충북의대)

3. 반감기 연장 응고인자 약제(EHL)    / 한승민 교수(연세의대)

4. 혈우병 치료를 위한 비응고인자 치료제와 모니터링    / 장성수 교수(울산의대)

 

 

1. COVID-19 세계적 대유행과 혈우병 - 유철주 교수

● 혈우병 환자에서 COVID-19 감염이 있는 경우, 응고인자제제를 언제 어떻게 투여하는 것이 좋을지 정확한 상황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임상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 예상되거나 출혈이 우려된다면 선제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혈우병의 치료적 접근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 COVID-19 감염으로 인하여 후천성 혈우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하겠다.

● 혈우병 환자에서 COVID-19 감염이 있을 때 출혈과 응고에 대한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COVID-19 중증 감염인 경우 혈관내 혈전이 생길 수 있어 LMWH의 예방적 투여가 필요하다.

●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원격의료가 대두되고 있으며,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가 제공되는 방향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 유철주 교수(연세의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미상 폐렴이 무리 지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환자의 하기도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분리되었으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로 명명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SARS-CoV-2에 의한 질병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로 공식 사용하기로 하였다.

 

COVID-19의 증상은 가벼운 기침과 미열이 있는 경우에서부터 호흡부전, 빈맥, 산소-이산화탄소 교환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확진자의 15%에서 심각한 치명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2020년 3월 11일에 COVID-19는 전 세계 최소 114국으로 퍼졌으며 약 4,000명이 사망하여 세계보건기구는 이 질환이 세계적 대유행임(pandemic)을 선언하였다.

 

과거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있어 왔다. 2000년 이후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두 번의 유행이 있었다. 2002~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유행 시에는 8,09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774명이 사망하였으며, 2012년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주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동 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로 인해 2019년 12월까지 총 2,502명의 환자와 8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COVID-19는 2020년 6월 중순 기준, 전세계적으로 75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사망자는 42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확진자가 15만명 이상으로 생기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 9000 여명 발생하여 총 202만 여명이 확진되었다. 급기야 전세계에서 2차 pandemic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COVID-19는 20세 미만 환자인 경우 사망률이 낮으나, 노인에서는 20% 가까운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치료의 최선은 신규 감염자를 최대한 줄여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충분한 의료 제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혈우병과 바이러스 감염

1990년대 혈우병 환자에서 혈장유래제제 사용으로 인한 혈액매개 바이러스 감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였다. 주로 C형 간염과 후천성 면역결핍증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혈우병 환자가 고통과 두려움을 겪었으며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후 혈액응고제제 생산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현재는 바이러스 오염은 완전히 해결되었으나, 아직도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은 어떤 경로를 통하든지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혈우병의 최신 치료 기법인 유전자치료에서 많은 경우에 바이러스를 이용하고 있다. 간세포에 원하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이러스는 메르스, COVID-19로 인해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은 대상이 되었고, 향후 어떤 종류이던지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다.  

 

혈우병과 COVID-19 감염 

혈우병 환자에서 COVID-19 감염이 어느 정도 발생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응고인자의 부족한 정도 및 보충요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COVID-19 질병의 임상 양상, 경과, 치료 및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혈우병의 평상시 관리도 중요하며, 또한 COVID-19 감염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응고인자제제를 언제 어떻게 투여하는 것이 좋을지 정확한 상황 판단과 치료 결정이 중요하다. 

 

혈우병 환자에서 COVID-19 감염으로 인해 상기도 혹은 하기도 출혈이 더 생길 수 있고, 심한 기침으로 인해 뇌출혈이 더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근거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혈액응고인자제제 보충요법이 불충분 하다면, 침습적 시술인 기도삽관, 기관지내 흡입, 기계적 환기장치 적용 시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COVID-19 진단을 위해 코 점막 깊숙한 곳과 구강인두에서 도말검사를 하게 되는데, 코 점막 깊숙한 곳에서의 채취는 출혈 가능성이 있어 혈우병 환자에게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있다.    

COVID-19 세계적 대유행인 상황에서는 정기적 검진과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중증 혈우병 치료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치료 결과에 차이가 생길 것이고, 향후 어떤 상황이 추가로 더 발생하게 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혈우병과 관련된 교육 활동, 연구 활동이 취소되고 있으며, 학회, 환자 교육 캠프, 사회지지 그룹 모임, 전문가 모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여태껏 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는 방법인 영상 비대면 모임 등으로 전환되어야 하겠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후원 모금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의료 보험재정, 보험, 보상 등 의료기관 및 환자에 대한 지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최악의 경우 재정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혈우병 약제 수급에 대한 어려움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혈우병 치료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치료적 접근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품 제조 과정에 있어서, 유전자재조합 약제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나 제조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감염이 확대된다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제조과정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SARS-CoV-2 바이러스의 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혈장유래제제는 헌혈의 감소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감염자가 증가하면 헌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혈장유래제제 생산   처리 과정에서 SARS-CoV-2 바이러스는 완전히 제거되기 때문에 오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제약회사에서부터 약국, 병원, 그리고 자택까지 약제가 운반되는 과정에 문제가 없어야겠다. 이러한 상황은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항공 운반이 크게 정지된 상황에서 언젠가는 문제점이 돌출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혈우병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면역관용요법, 질환 관련 교육프로그램, 진단 검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대기 수술인 경우에는 연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으며, 원격의료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혈우병 환자에서 발병한 COVID-19, 최초 증례보고

후안에 거주하는 35세 남자로 2020년 1월 22일, 2일간의 발열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다. 1세 때 중증 혈우병A로 진단되어 on-demand 저용량 보충요법을 하고 있었으며, 왼쪽 무릎관절증을 앓고 있었다. 환자는 3일전부터 사지가 아픈 증상이 있어, 출혈 가능성에 대비하여 FVIII(Consipin) 400 IU 을 투여하였고, 2일전부터 전신무력감, 발열, 오한, 구토, 식욕부진이 있었고, 가족 중에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혈압, 산소포화도는 정상이었으나, 폐 CT 에서 우측 하부에 불투명 음영이 관찰되었고 COVID-19 RT-PCR 양성으로 확진되었다. 

 

입원 후 호흡곤란이 생겼으나 정맥으로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고, 자택 격리를 권유 받아 퇴원 후 항생제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oseltamivir)를 집에서 투약하였다. 치료 3일째 오한, 구토, 근육통은 호전되었고, 5일째 체온도 정상화 되었다. 이후 2주 동안 흉통, 호흡곤란, 마른 기침이 차차 점진적으로 호전되었다. 치료 중 각혈이나 출혈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 

 

이 증례는 혈우병 환자에서 생긴 COVID-19 감염으로 세계 최초로 보고하면서, 혈우병 환자에서나타나는 증상은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였고 감염이 경한 상태라면 출혈을 일으키지는 않는 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임상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 예상되고, 출혈이 우려된다면 선제적으로 혈액응고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고, 이 증례에서도 감염이 확진되기 전, 근육통 증상이 있어 출혈이 우려되어 혈액응고인자제제를 투여하였던 것이 결과적으로 이후 출혈이 발생하지 않게 되어,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보고하였다. 

 

COVID-19 감염 동안 혈액응고 활성화가 관찰되며, PT 검사 연장 소견을 보였다. 보고된 증례에서는 경증 폐렴이 있었고 다행히 출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SARS-CoV-2 감염 관련 후천성 혈우병 첫 발생 증례보고

후천성 혈우병이란 FVIII 혈액응고인자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기는 출혈성 질환이다. 원인을 알 수없는 경우가 50% 정도되고, 나머지 50%에서는 여러 원인 (산후, 자가면역성 피부질환, 암 질환, 감염, 약물 등)으로 발생한다. 

 

보고 증례는 66세 남자로 2020년 3월, 3일간의 발열, 기침, 호흡곤란으로 이탈리아 Mantua city hospital 에 방문하였다. COVID-19, RT-PCR 양성으로 진단되었고, 폐 CT 에서 양측 하부의 간질성 폐렴이 관찰되었다. 몸 전신에 광범위한 혈종이 있었고, aPTT 연장, FVIII:C 1% 미만, 항체 19 BU/dL 이었다. 

 

환자는 과거 2011년 11월 피부 및 근육출혈이 있어 같은 병원에 입원하여 FVIII:C 1% 미만, 항체 25 BU/dL 로 후천성 혈우병 진단되었고 경구용 스테로이드와 cyclophosphamide 로 치료하여 21일째 관해유도 되었고, 6개월 간격으로 9년간 추적 관찰 중이었으며 특별한 이상 없이 잘 지낸 경우였다. 이번에도 같은 치료를 하였으며, 항 바이러스제로 lopinavir, ritonavir 를 사용하였고, 산소 투여하였으며 14일째 회복되었다. 

 

본 증례는 급성 SARS-CoV-2 감염으로 인하여 후천성 혈우병이 9년 만에 다시 생긴 경우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면역조절 장애가 원인으로 생각된다. COVID-19 감염이 발생하면 응고기능 검사를 자주 시행하여야 한다. 심한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과응고 상태와 과섬유소용해 상태가 발생한다. PT 가 약간 연장되고, 혈소판감소가 나타나며 D-dimer 가 증가하게 되는데, D-dimer의 증가 정도가 병의 중증 정도를 나타내게 되고, 많이 증가한 경우 사망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COVID-19 혈우병 환자의 입원 관리

- Hydroxychloroquine 투약 시에는 심전도에서 QTc 간격을 세심히 보아야 한다.

- 동맥혈 혈액가스분석이 필요할 때, 동맥천자는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하지 않은 상태나 FVIII/FIX < 50% 인 경우에는 금기이다. 

- 해열제로는 특별한 금기 사항이 없으면 paracetamol 을 사용한다. 

- Hydroxychloroquine 이나 항바이러스제는 사용하여도 된다. 

- 기존에 투여되었던 혈액응고인자제제는 상황에 맞게 보충되어야 한다. 

- 항응고제 투여: 혈우병 환자에서 출혈과 응고에 대한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COVID-19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정맥이나 동맥 내에 혈전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중증 감염인 경우에는 혈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런 경우 LMWH의 예방적 투여가 필요하고 FVIII, FIX trough level 은 30%를 유지(50%를 넘지 않도록)하는 것이 좋다.    

 

COVID-19 혈우병 환자의 중환자실에서의 관리

- 혈액응고인자제제는 지속 정주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FVIII 50~100%, FIX 30~60%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시술로 인한 출혈과 이와는 반대로 혈전 발생의 위험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 관절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자세를 잘 취해 주어야 한다. 관절질환으로 인하여 신경 압박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체외막산소공급(ECMO)이 필요하다면 시행할 수 있다. 혈액응고 관련 검사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ECMO 시행으로 인하여 후천성 von Willebrand 인자 결핍이 생길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검사와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COVID-19 pandemic 시기, 새로운 혈우병 약제에 대한 고려 

COVID-19 유행시기에 혈액응고인자제제를 교체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추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체 시기에 자주 주의해서 관찰하여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감기 연장 유전자재조합제제(EHL)와 Emicizumab 약제로 교체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투약 횟수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어 병원에 내원하는 횟수도 줄일 수 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EHL 을 적정 용량으로 투여하게 되면, trough level 이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기존의 유전자재조합제제보다 출혈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인에서 Emicizumab을 4주 간격으로 투약하고 있는, 항체 음성 혈우병A 환자가 COVID-19에 감염 되었다. 특별한 혈전 소견은 없었으나, 예방적으로 LMWH 인 enoxaparin 40mg 을 하루 1차례 투여하였고, SARS-CoV-2 PCR 음성으로 전환될 때까지 21일간 투여하여 출혈이나 혈전없이 잘 회복되었던 증례 보고가 있다.  

 

COVID-19 pandemic 시기의 임상연구

이 시기에는 임상연구도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교육, 학회, 집담회, 대회, 전시회가 금지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에서 대면 교육도 원활히 할 수 없게 되었고, 임상연구 대상 환자도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임상시험의 개시와 지속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 시도들이 연기되고 있다. 이런 경우 임상연구팀과 대상 환자와의 상호 교류(전화, 이메일, social media, 화상 연락 등) 가 더 빈번해야 하고, 시험 약제가 잘 공급되고 있는지, 약제 투여가 잘 되고 있는지, 출혈 양상은 어떤지, 출혈 이외의 다른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야 한다. 

 

임상시험 의뢰 제약사와 임상시험 수탁기관과 병원 간의 긴밀한 상의가 이루어져,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문제와 시험 약제의 공급에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상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환자의 일반 상태, 정신적인 상태, 정서적인 상태, 같이 복용하는 약제, 이상 반응, 출혈, 혈전 발생유무 등)도 가능하면 전화로 자료를 수집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상황, 필수적인 상황에서만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상시험에 적용될 수 있는 원격의료(telemedicine)의 형태로는 전자 다이어리, 손목 착용 기기가 있다. 이러한 방법 들은 COVID-19 이전에도 적용되던 것이었고, 실시간 확인과 모니터링이 가능하여 상황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적용될 수 있다. 향후 원격의료의 확대 적용이 감염성 질환의 확산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며, 병원의 업무 과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대면 진료를 완전히 대처할 수는 없어서 향후 많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원격의료로 진료한 혈우병 환자 증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COVID-19 pandemic 시기에 대면진료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2020년 2월 20일 COVID-19 환자가 처음 진단된 이후 단기간에 급격하게 확진자가 증가하여, 의료인력과 시설이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였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의료기관 중 하나인 La Paz 대학병원의 Comprehensive Hemophilia Treatment Center에서 최근 인공관절 수술을 한 후 400 Km 떨어진 지역병원으로 이송하여 원격의료로 진료하였던 증례를 보고하였다. 

 

56세 환자로 중증 혈우병 A, 과거에 항체가 있었던 경우로, 양측 무릎 관절의 통증이 심하여 2013년 1월 좌측 그리고 2015년에 우측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하였는데, 최근 좌측 부위에 통증이 있어 검사한 결과 인공관절 부품이 헐거워져 있어, 더 이상 수술을 연기할 수 없어 2020년 3월 재수술을 결정하였다. 

 

과거 수술하였던 대퇴골 원위부의 뼈가 용해되어 다시 절단 후 long-stem tumoral prosthesis를 임플란트하였다. 수술 전 rFVIII 50 IU/kg 를 투여하고, 이후 지속 정주로 투여하였다. 당시 FVIII 에 대한 항체는 없었고 특별한 출혈은 없었다. COVID-19 입원 환자가 갑자기 증가하게 되어 전체 입원 환자의 80%를 차지하였고, 정형외과 병동도 폐쇄되어 어쩔 수 없이 수술 직후 지역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다. 정주로 투여하였던 rFVIII 는 이송하는 동안 정주 주사가 불가능하여 수술 후 2일간 40 IU/kg, 8시간 간격으로 투여하였다. 이송 도중, 그리고 이후 하루 3차례 출혈유무, 통증 유무, 혈압, 체온을 측정하였다. 전원 이후 매일 혈액전문의, 물리치료사, 정형외과 전문가가 화상회의를 하며 환자에 대한 상태 확인과 필요한 조치를 상의하였다. 또한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이메일 혹은 SNS로 수술 집도 의사에게 매일 전달되도록 하였다. 

 

환자는 지역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였고, 대퇴 사두근 근력강화, 평형감각 운동, 걷기 연습을 하도록 하였다. rFVIII 투여는 차차 줄여서, 수술 3일째 부터는 12시간 간격으로 40 IU/kg, 6일째부터는 25 IU/kg, 13일째 부터는 24시간 간격으로 투여하였고, 16일째부터는 48시간 간격으로 투여하였다. 수술 후 6일째 무릎 바깥쪽에 피하 혈종이 생겼으나, 3일이 지난 후 완전히 호전되었고, 14일째 봉합된 부위를 소독하던 중 한 곳에서 출혈이 있었다. 수술 후 26일째 수술한 관절은 90o 굴곡 가능하게 되었고, 지팡이를 짚고 하루 3,000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에서는 현실적으로 원격의료가 활발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률적인 문제, 정착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경제적인 문제와 환자와 의료진의 대면진료가 익숙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원격의료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의사가 직접 신체 검진을 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전염병의 pandemic 상황 혹은 이와 유사한 경우에는 더 중환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의료 인력과 시설 및 비용의 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야 하기 때문에, 원격진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고, 향후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연구 되어야겠다. 

 

원격의료에는 여러가지 기술 장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 원격감시 장치, 영상과 자료를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는 장치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비를 이용하면 즉각적인 질문과 답을 얻을 수 있어, 실시간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비용 부담이 적고 편리함과 함께 신체 접촉이 없어 감염 전파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기술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장비가 구비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돌봄이 제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만성질환의 관리에 적합한 방식이다. 평상시의 정형화된 치료 이외에 응급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의료 취약 지역의 환자에게 더 충분한 의료가 제공될 수 있다. 앞으로 여러 상황에 대한 자료들이 모아지고 평가되어,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의료기관에 합당한 보상을 하여 주고 적절한 의료가 제공되는지 모니터링하고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COVID-19 로 인한 보체 활성화(complement activation)

COVID-19 감염으로 인하여 염증 관련 싸이토카인 증가와 활성화가 생기게 된다. 전신 염증, 대식세포 활성, 미세혈관혈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자가면역 염증성 질환 양상을 보이게 된다. 

COVID-19 환자에서는 D-dimer 증가, CRP 증가, 혈청 ferritin 증가, IL-6 증가 소견을 보이게 되고, PT 의 중앙값은 정상이지만, 연장되는 환자가 있으며, fibrinogen은 증가 소견을 보이게 된다.   

   

보체계는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선천적인 면역반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는 염증과정을 촉진하여 조직 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보체계는 응고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C5a와 membrane attack complex (MAC/C5b-9)는 중성백혈구를 활성화 시키고 염증반응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 내피계 손상(endothelial damage)을 유발한다.

 

과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respiratory syncytial virus, SARS-CoV 바이러스 감염이 있을 때, 보체가 역할을 하여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을 유발하였다. 

최근 연구에서 COVID-19 감염도 보체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하여 ARDS가 유발됨이 밝혀졌다. 중등도 혹은 중증 COVID-19 감염 환자에서 C5a, C5b-9 수치가 경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되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보체 활성을 저하시키는 정주용 면역글로불린, eculizumab, narsoplimab 이 COVID-19 감염에 사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맺음말

이제까지 기술한 내용은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혈우병 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과거와는 다른 현실을 파악하고 직시하면서 앞으로의 새로운 환경인 ‘new-normal’ 에 장기간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 전문가들과 환자들이 모두 협동하여 어려움을 해쳐 나가야 하겠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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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ppola A, Tagliaferri A, Rivolta GF, et al. Confronting COVID-19: Issues in hemophilia and congenital bleeding disorders. Semin Thromb Hemost 2020 Jun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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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ranchini M, Glingani C, De Donno G, et al. The first case of acquired hemophilia A associated with SARS-CoV-2 infection. Am J Hematol 2020, May 13

6. Hermans C, Lambert C, Sogorb A, et al. In-hospital management of persons with haemophilia and COVID-19: practical guide. Haemophilia 2020, May 8

7. Hermans C, Weill A, Pierce GF. The COVID-19 pandemic: New global challenges for the haemophilia community. Haemophilia 2020, May 26(3):371-372 

8. Rivas-Pollmar MI, Alarez-Roman MT, Butta-Coll NV, et al. Thromboprophylaxis in a patient with COVID-19 and severe hemophilia A on emicizumab prophylaxis. J Thromb Haemost 2020 Jun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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