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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45)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8/01/12 [09:28]

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45)

후생신보 | 입력 : 2018/01/12 [09:28]

WPW 증후군(1)

 

WPW 증후군과 심실조기흥분 증후군?

WPW 증후군의 WPW란 이 병을 처음 기술한 Wolff, Parkinson, White 세 사람의 이름 첫 자를 모은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은 1930년 처음으로 미국심장저널(American Heart Journal)에 젊고 건강한 사람에서 QRS파가 각차단 처럼 넓고 PR간격이 짧으며 발작성 빈맥이 동반되는 환자의 증례를 기술함으로써 WPW 증후군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런 심전도 양상이 증상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 후 학자들의 연구 결과 WPW 증후군은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정상적인 전기 교통로인 방실결절 외에 다른 한 통로가 있음으로 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방과 심실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서로 절연상태로서 전기가 직접 흐르지 못한다. 유일하게 방실결절을 통해야만 심방의 전기가 아래 심실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런데 WPW 증후군에서는 이 정상 통로 외에 다른 전기 통로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전기통로를 부전도로(accessory pathway)라고 부른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이의 이름을 따라 켄트번들(Kent bundle)이라고도 부른다.

 

동결절에서 만든 전기가 심방, 방실결절을 걸쳐 심실로 내려갈 때 방실결절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런데 WPW 증후군에서처럼 부전도로가 있으면 이 부전도로를 통해 내려가는 전기는 쉼 없이 내려가므로 심실은 부전도로가 없을 때 보다 더 빨리 전기를 공급받게 된다. 결국 심실은 조기에 흥분한다고 하여 WPW 증후군을 일명 심실조기흥분(ventricular preexcitation)이라고도 부르며 이 조기 흥분된 심실전기파를 델타파라고 부른다. 심전도에서 심실이 정상보다 더 조기에 전기를 받아 흥분하므로 QRS파는 더 일찍 시작하며 그 결과 PR간격은 짧아지고 QRS파의 폭은 넓어진다.


쉽게 풀어 말하면, WPW 증후군은 심방에서 심실로 내려가는 전기통로가 정상적인 방실결절과 부전도로의 둘로 이루어져 있어 특징적인 심전도의 모습을 갖게 되고 이 부전도로로 인해 빈맥이 생길 수도 있는 선천적인 부정맥이다.

 

WPW 증후군에 발생하는 부정맥

WPW 증후군에서 이렇게 부전도로를 갖고 있으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몇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 우선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전도로가 있어 심전도의 이상은 발견되지만 어떤 부정맥도 생기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2) 발작성 심실상성빈맥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심방의 전기가 방실결절을 통해 심실로 내려가 소멸해야 정상인데 소멸하지 않고 부전도로를 통해 심실에서 심방으로 거꾸로 타고 올라가며 방실회귀빈맥을 만들게 되는 경우이다.

 

아래의 12유도 표준심전도는 방실회귀빈맥으로 인한 PSVT이다. PSVT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매우 규칙적인 QRS파가 분당 150회 전후로 나타나는데 QRS파의 모양은 날렵한 정상 모양이다. 매 QRS파 앞에 P파가 보이지는 않는다.


3) 마지막으로는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심방세동은 심방 내에 전기 수백 개 이상 무질서하게 소용돌이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는 방실결절이 이 많은 전기를 대부분 걸러 정작 심실에는 100-200개 정도의 전기를 내려 보내게 된다. 그러나 WPW 증후군에서 부전도로는 방실결절처럼 전기를 걸러내는 기능이 없어 심방세동이 생기면 엄청나게 많은 전기가 심실로 내려가며 심실박동수가 많이 올라가고 극히 드문 일이기는 하나 심인성 급사로 연결되는 수도 있는 심실세동이라는 중하고 위급한 부정맥을 만들게 된다.

 

아래의 심전도는 WPW 증후군과 심방세동이 같이 발생한 심전도 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매 QRS파가 두텁고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보이며 더구나 간격도 다양하고 매우 빠르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양이다.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이는 꼭 머리 속에 각인해야 하는 빈맥성 부정맥이다.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에서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며 인용할 때에는 저자와 출처를 명기하셔야 합니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대한심장학회 회장과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고 그 외에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 등 여러 공저가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20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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