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김밥 그 설레고 따뜻한 맛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7/01/03 [16:42]

김밥 그 설레고 따뜻한 맛

후생신보 | 입력 : 2017/01/03 [16:42]

 

▲ 김용범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형외과)     © 후생신보

나는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시간도 먹을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던 정형외과 전공의 시절. 해도 해도 일은 끝이 나지 않았고, 하루에 2-3시간 자는 게 고작이었다. 자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먹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고, 배도 채우고 먹는 시간을 줄이는 가장 좋은 메뉴는 역시 김밥이었다. 편의점 및 천국의 모든 메뉴를 먹어봤던 것 같다. 김밥을 한 4년 먹으니 나중에는 반찬으로 나오는 김도 멀리했다. 힘들고 서러운 감정이 들어서

 

물론 김밥을 좋아하던 때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김밥은 설레고 따뜻한 음식이었다. 소풍이나 여행 등의 특별한날 어머니께서 새벽에 일어나셔서 직접 해주신 김밥은 참 맛있었다. 그 김밥 꽁다리 하나 더 먹겠다고 동생과 싸운적도 있었는데

얼마 전 진료실에 70대 여자 환자분이 오셨다.

 

몇 주 전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수술 잘 받아서 감사한데 퇴원 당시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며 건네는 할머님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식사도 못했을 까봐 직접 만드신 거라고

 

검은 봉지 안에는 은박지로 쌓인 김밥 두 줄이 들어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김밥 싫어할까 봐 걱정하셨다는 할머님의 말씀에 김밥 좋아한다며 은박지를 풀어 김밥 꽁다리 하나를 입에 넣었다. 신기하게도 김밥의 맛은 전공의 때 먹었던 서러운 맛이 아니라 어렸을적 먹었던 어머니께서 해주신 따뜻한 맛이었다. 할머님은 입에 맞아 다행이라며 활짝 웃고 나가셨고, 나는 김밥 한 줄을 순식간에 먹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나는 김밥을 좋아한다설레고 따뜻한 맛 때문에...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기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