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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선과 겸손함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5/03/16 [10:11]

의사의 선과 겸손함

후생신보 | 입력 : 2015/03/16 [10:11]
▲ 영남의대 내과학교실 이충기 교수 

 겸손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겸손에 대한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겸손은 물과 같이 무르고 약한 것 같으나, 그러나 모든 것에도 이기는 힘을 가졌다.” (노자), “나는 언제든지 겸손하고 낮추는 것이 기독교 법칙의 제일 , 제이, 제삼이라고 하겠다.”(아우구스티누스) 등에서 겸손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대표적인 말이다.
 
이토록 겸손이 강조되는 이유는 ‘겸손은 인간의 삶에 있는 모든 선한 것이 자라나는 토양이기 때문이며, 그 토양이 사라지면 모든 선한 것이 시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겉으로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선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자랑을 숨기는 듯이 하면서 보여주는 겸손은 가장 얄미운 것이다.”(R. 번즈), “거짓의 겸손은 거짓의 걸작이다.”(파브류이엘) 등의 말에서 보듯이 겸손하다고 할 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내적인 변화이다. 겸손은 내 자아가 커지고 내 명성이 높아지는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측정하는 것이다.

의사도 종종,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환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서 환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하기도 한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료, 환자, 제3자의 지혜나 통찰력을 무시하면서까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을 겸손히 인정해야 하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없을 때에는 그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어야 한다.

겸손함의 미덕을 갖추는 것은 좋은 의사의 필수요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네소타 대학의 William Osler경은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의학이라는 길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항상 겸손함을 놓지 마십시오. 그것은 이 길이 멀다는 것을,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신뢰하는 교수님들조차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앞세우고, 서로의 경쟁이 심해지고, 누구나 자기의 이름값을 높이고자 하는 요즘, 겸손함의 필요성을 설교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겸손함은 진리를 존중할 때에, 그리고 그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정확히 가늠해야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품위 있는 겸손함 갖출 수 있다는 것은 값진 선물입니다."

겸손한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겸손은 사람을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겸손은 우리를 겁이 많고 소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겸손은 우리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성취의 원동력을 제거한다.’ 등등이다. 그러나 이런 이의들은 틀린 것이다.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속이고, 계산하고,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야 하는 필요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겸손은 겁이 많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담대함의 유일한, 최고의 근거를 자기 확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로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수고하며 근면하게 된다.
 
의사로서 겸손함을 논할 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의학의 근본적 목표를 인지하는 것이다. 전문직이 갖춰야 하는 선(善)이란 그 직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질이다. 사업을 할 때, '좋은 제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이익만 창출해내고자 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좋은 사업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의사가 다양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여러 목적이 환자를 돌보는 것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다른 목적을 위한 어떤 전략이나 습관이 아무리 탁월해도, 의사의 기본적 임무를 저버리는 의사를 도와줄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의사는 겸손함을 갖추는 위의 습관을 배운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의사라면 이러한 겸손함으로의 내적 변화가 의사의 선한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막연하게 스스로 잘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의사로서의 도덕적 가치를 받아들여가면서 의술을 행할 때, 그리고 겸손함으로 의술을 행할 때, 더욱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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