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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Epilepsy) 치료의 현재와 미래

일시 : 2012년 7월 19일 (목) 18:30 장소 : 메리어트호텔 3층 보드룸

관리자 | 기사입력 2012/07/19 [09:35]

뇌전증(Epilepsy) 치료의 현재와 미래

일시 : 2012년 7월 19일 (목) 18:30 장소 : 메리어트호텔 3층 보드룸

관리자 | 입력 : 2012/07/19 [09:35]
 
 좌장 이병인 교수(연세의대)
뇌전증(Epilepsy)과 환자: 뇌전증의 질병부담, stigma, 삶의 질과 무발작

뇌전증(Epilepsy)의 치료법과 항전간제 일반원칙의 의미

Unmet medical need in epilepsy

New drug development status and 최신지견(3세대 항전간제의 필요성) 

 


 
  
참석자

손영민 교수(가톨릭의대), 이상건 교수(서울의대),

방혜자 서기관(보건복지부), 조미현 부장(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

 



 
 

▲ 손영민 교수(가톨릭의대), 이상건 교수(서울의대), 방혜자 서기관(보건복지부), 조미현 부장(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 -좌로부터


뇌전증과 환자; 뇌전증의 질병부담, stigma, 삶의 질과 무발작

손영민 교수 : 질병부담이라고 하면 일단 질병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고, 또한 환자를 보필하는 보호자들의 문제가 클 것입니다. 소아 쪽은 경험이 많지 않고 노인환자에 대해 말씀드리면 최근 노인에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치매나 중풍 환자가 집에 있으면 보호자나 친지가 집안에 이런 환자가 있다고 얘기하면서 관심을 증폭시키고 노출시키는데 반해 뇌전증의 경우 질병의 특성상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부분들에서 중풍, 치매와는 다른 개념에서 질병에 접근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노인에서는 심한 경련 발작이 나타나지 않고 멍한 표정의 변화, 동작의 멈춤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고개가 돌아가거나 침을 흘리거나, 쓰러지거나 온몸을 떨거나, 대소변을 보는 극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연 경련이 맞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노출도 꺼려지기 때문에 노인에서 뇌전증은 상당한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좌장 이병인 교수 : 낙인(Stigma)에 대해서 이상건 교수님 한 말씀부탁드립니다.

이상건 교수 : 낙인이 있는 병 중 유명한 병에 해당하고 평상시 멀쩡하다가 급격하게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중세사회부터 악마에 씌였다고 해서 가둬놓았던 병입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도 잘 안되고 유전되는 병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러니까(치료도 잘 안되고 유전이 되기 때문에) 결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낙인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합니다.
 
질병부담의 측면에서도 환자들이 약을 사용해서 증상이 없으면 일상생활, 사회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는데, 단순히 뇌전증 환자라는 것 만으로 여러가지 사회적 제제를 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적 성향이 심각합니다(제약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고 취직과 운전면허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뇌전증 환자의 경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는데, 요즘 심사위원단이 생겨서 그런지 장애인이었다가 탈락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뇌전증에 관해서는 장애인 심사기준이 굉장히 엄격해서 중증 상태임에도 장애인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삶의 질과 관련해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해보면 세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발작이 완전히 없어져야 하는 것, 약에 대한 부작용이 적어야 하는 것, 불안이나 우울증이 동반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발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어지는 상태에 도달해야만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그 이유는 환자가 1년에 한 두 번만 발작을 해도 발작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불안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약을 사용해서 발작은 없어졌는데 약으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작용이 생기면 발작이 조절되어도 환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약이 필요한 이유는 효과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약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이에 중요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장 : 질병부담을 이야기 할 때 크게 역학적 부담, 경제적 부담, 사회적 부담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역학적 부담을 보면 아시아인의 유병률이 유럽과 비슷해서 인구 1,000명당 6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치명률도 상당히 높은데, 뇌전증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고 사망률은 진단 후 초기에 가장 높지만, 20년 후에도 여전히 높아서 표준사망률이 일반인의 2.5배에 달합니다.
 
특히 이러한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 발작의 재발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약제의 안전성에 대한 주의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부담의 측면에서도 뇌전증은 상당히 심각한 질병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뇌전증 때문에 초래되는 경제적 부담은 매년 120억 달러. 유럽에서는 12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신경계의 대표적인 20개 질환 중 10위에 해당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뇌전증 환자의 약 30%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인데, 이러한 환자들이 전체 경제적 부담의 75%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뇌전증의 사회적, 경제적 부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부담에서는 삶의 질, 사회적 낙인이 문제가 되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체크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사회가 유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고 사회생활에서 예의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적인 발작은 잘 용납이 안됩니다.
 
뇌전증 환자는 병을 숨기지 않고는, 직업을 구할 수 없으며, 취직했더라도 직장에서 발작이 발생하게 되면 바로 다음 날 퇴직해야 하고 뇌전증 환자라는 소문이 나게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재기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나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인에게 뇌전증 환자와 사귀거나 결혼하는 것을 용납하겠냐고 조사했더니 우리나라에서는 60~70%가 안된다고 했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약 30~50%, 유럽은 5% 미만에서만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괄목할만한 의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우와 심각한 곤란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은 아무리 캠페인을 해도 간질이라는 말이 나오면 입을 닫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더 이상의 거론을 원치않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만은 뚜렷한 개선이 없었으며,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수행된 간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연구들에서도 간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 간질 학회와 대한 간질 협회에서는 공동으로 개명을 위한 TF Team을 조직하여, 2011년에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고, 지난 6월 7일에 뇌전증 선포식을 개최함으로써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활동을 개시한 것입니다. 뇌전증으로 개명이 이루어지고 나서 향 후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일이지만, 이러한 관점에서도 오늘의 이 주제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학연구가 좀 더 이뤄져야 하고, 현재 학회에서 역학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마는, 아직까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역학조사에 의해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뇌전증 환자들의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약 5배 높다고 나와서 중국정부에서는 현재 뇌전증의 치료와 연구를 위한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뇌전증의 치료법과 항전간제 일반원칙의 의미

손영민 교수 : 치료법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에 대해 말씀 드리면 가장 중요한 치료는 약물치료입니다. 처음 진단된 환자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하는 치료법입니다. 약물치료에 성공하는 비율은 전체의 70% 정도 되고, 나머지 30%는 여러 가지 약물의 복합요법으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이며 이런 환자에서는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표준적인 수술법으로는 측두엽절제술이 있고 그 외 다양한 수술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뇌전증 수술이 모든 약에 듣지 않는 약물 불응성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을 하게 되면 뇌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능을 잃어 버리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부위나 병인 자체가 여러 부위에서 나타나 한꺼번에 여러 부위를 다 도려내지 못할 때는 수술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대안적인 방법으로 미주신경자극술, 심부뇌자극술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 외 여러 방법이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좌장 : 항전간제의 일반 원칙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이상건 교수 : 다른 질환과 달리 단독요법이 몇 십 년간 일반적인 원칙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개념이 바뀌고 있는데 작용기전이 다르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약물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한 가지 약물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약을 선택했는데 부작용이 있고 효과가 전혀 없다면 B라는 약으로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A라는 약을 사용했더니 부작용이 별로 없고 일부분 효과가 있다면 B를 추가해서 치료하자는 개념이 요즘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환자의 발작 종류에 맞는 약물, 환자의 연령 및 성별을 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가임기 여성은 임신에 문제가 없는 약을 선택해야 합니다. 노인은 기타 동반질환이 많습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인데 체중이 증가하는 항전간제를 투여하면 안되기 때문에 동반질환, 동반질환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서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부작용이 있고, 효과가 전혀 없으면 다른 약으로 교체, 부작용이 별로 없고 일부분 효과가 있다면 다른 약을 추가하는 것으로 원칙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혜자 서기관 : 2011년 10월에 항전간제에 대한 일반원칙 입안예고가 나와서 2012년 1월부터 시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심평원에서의 검토보고는 병용요법에 대해 엄격하게 2개 약물의 병용만 허용하는 것으로 왔습니다. 환자수에 비해 항전간제의 비용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2008, 2009, 2010년을 보면, 1,400~1,500억 수준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환자들이 사용할 약이 없다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라서 뇌전증학회의 보험이사님과 계속 토의를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시급성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되도록이면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신약은 사실 검증이 된 다음에 보험급여를 해주는 상황이지만 항전간제는 전통적인 약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약에 비해서는 그렇게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부입장이 그렇다는 것을 알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좌장 : 심평원에서는 일반적으로 근거중심의학의 기준에 따라서(evidence-based) 약물심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의 약물치료에서, 약을 몇 개까지 병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라는 것에 대하여 무척 예민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난치성 뇌전증 환자라고 해도 2가지 내지 3가지 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점에서는 한국의 실정이 외국과 크게 다르거나 오히려 못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실제 클리닉에서 보면 4~5개의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환자를 다룰 때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의 개념으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이 있습니다. 1975년에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에서 보통 3.5개의 약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후 단독요법의 장점과 우수성이 대두 되면서 지난 30년간 이 치료법이 보편화 되었었는데, 이러한 약물치료의 개념이 새로운 약제들이 다수 소개가 되면서 다시 과거의 복합약물치료의 개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약제들은 정교한 임상실험을 통하여, 2~3개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추가 투여를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를 얻게 된 후에야 발매허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미 2~3개의 약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추가 병용투여약제로 사용하도록 연구디자인이 되어 있었던 상태에서 발매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약제를 단독요법 기준에 맞추겠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약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다가 5~10년 정도 지난 후에, 실제 임상에서의 우수한 효과가 입증된다면, 그때에는 단독요법으로써의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단독약물로 사용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약의 소개로 인하여 새롭게 대두된 치료적 개념은 과거의 “질병에 따른 약제의 선택”에서, 이제는 “환자의 개인별 맞춤치료” 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비만이 있는 뇌전증 환자에서 약제를 선택할 경우에는 여러 약제 중에서도,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약을 우선적으로 선택을 하며, 우울증 있는 환자에서는 우울증에서도 효과를 가지고 있는 항뇌전증약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약제들의 종류가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개인별 맞춤치료가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카바마제핀, 페니토인, 발프로익산만 있을 때는 너무 편했는데 지금은 약제의 수가 15개를 넘으니깐 정말 잘 맞는 약을 선택해서 사용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게을리하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Unmet medical need in epilepsy

손영민 교수 : 약물치료에 있어서 좀 더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현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무엇인지로 질문을 이해했습니다.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약제를 보면 지금까지 알려지 작용기전과 다른데, 최근에는 복잡한 기전을 가진 약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고 하나의 약제가 다양한 기전을 가지기도 합니다. 기존 약제가 가지고 있는 제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인 것 같고, 그것으로 인해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건 교수 :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면 좋겠는지의 뜻인지요?

좌장 : 현재 항전간제의 단점,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이상건 교수 : 한 가지 포인트는 약물유전학(pharmacogenomics)의 발전입니다. 환자에게 약을 사용하기 전에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이 약이 잘 들을지, 부작용이 없을지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검사를 통하여 이 환자에게는 A라는 약이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좋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불필요한 부작용과 발작의 재발을 예방함으로써, 진료비용도 줄이고 환자도 덜 고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당장은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이고 여러 약제가 나와서 좋지만 불응성 환자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발전을 해서 환자의 맞춤치료를 할 때 이런 지식들이 이용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좌장 :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제의 문제점은 뇌전증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이 없고 예방할 수 있는 약도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치료는 대증적 치료에 속합니다. 발작을 억제하는 약이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약제를 장기간 복용하다 보니 부작용이 점점 쌓여갈 수 밖에 없고 정확하게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약을 복용한 사람에서 뇌졸중, 심근경색이 증가되고, 발작이 잘 조절됨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정도 높으며 이러한 이유가 약제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카바마제핀, 발프로익산은 약물대사효소들의 작용을 촉진시키거나 억제시킴으로써( hepatic enzyme-inducing or enzyme-inhibition) 죽상경화증을 유발하는 위험요소인 고콜레스테롤증을 유발시키고, 관련유발인자인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 lipoprotein C, 등의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많이 있습니다.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뇌전증이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는 다양한 질병군이기 때문에 한 가지 약만 사용해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 약제를 동반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난치성 뇌전증의 정의가 2개의 약제에 실패한 경우로 정의되지만 그러한 환자에서도 지속적으로 한 가지, 두 가지, 세 가지 약물로 치료하다 보면 매 약물을 추가 병용 투여할 때 마다, 대상 환자들의 16%에서 발작의 관해 상태에 도달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치성 뇌전증 환자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약제들을 지속적으로 또한 체계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같은 작용기전을 가진 약제보다는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약제를 선택하여 병용투여요법을 시행 하는 것(Rational Polytherapy)이 현재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약물치료에 의하여 장기간에 걸친 발작의 관해가 이루어진 환자들에서 언제 약물투여를 중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실제 임상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아닐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까지 뇌전증의 발생원인이나 발생기전에 대하여 확실히 규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뇌전증을 완치시킬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약물복용을 시행하여야 하며, 약물투여를 중지할 경우에 발작의 재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른에서는 3년 이상이 되면 약을 줄이고 끊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발률이 50~60%정도 됩니다. 약을 끊었을 때 운전하는 사람에서는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사회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약을 끊기 보다는 약물투여를 계속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소아에서는 상당히 다릅니다. 발작의 재발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적기때문에, 약 1년 또는 2년 정도 발작이 없으면 약물 중단을 한 번 시도해 보는데, 30~40%에서 재발합니다. 투약을 중지한 후에 발작이 재발이나 또는 완치가 되는 가능성은 약제의 효과라기 보다는 개개의 질병이 가지고 있는 자연사(natural course)에 기인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서로 다른 수십-수백개의 질병들을 뇌전증이라는 한가지 질병으로 취급해서 이야기를 하니깐 각각에 따라서 차이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손영민 교수 : 계속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끊는 것을 시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충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그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어쨌든 MRI에 국소적 병소가 있거나 복합부분발작을 보이는 경우에는 재발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끊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끊거나 계속 지속하거나 어느 쪽이든 가능한 사람이 있는데 그 때는 그 환자의 사정에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new drug development status and 최신지견, 3세대 항전간제의 필요성

이상건 교수 : 왜 새로운 항전간제가 필요하냐면, 기존의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심한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있으며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태아에게 안전한 약이 필요하고 노인에서는 동반질환으로 다른 약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약물상호작용이 없는 약이 필요하며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약을 개발하여 기존에 안되던 조합이 치료가 가능한 조합으로 바뀔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굉장히 보수적인 영국에서도 새로운 약제의 사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과거 20년 전에는 200개의 화합물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00개의 화합물이 가능합니다.

손영민 교수 : 약제가 잘 듣지 않는 이유를 약물 불응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혈관뇌장벽’이라고 해서 뇌는 다른 외부의 침입을 막으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뇌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약이 잘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필요한 약을 사용할 때는 잠깐 열었다가 그 다음에는 다시 닫게 하는 연구도 하고 있고, 혈관뇌장벽 내 특정한 단백질 성분을 느슨하게 하거나 줄이는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약물을 implant해서 소량으로 주입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좌장 : 지난 20년간 새로운 15개 정도의 약제가 소개되었는데 과연 이 약제들이 기존 약제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영국사람들이 10년 정도 차이를 두고 연구한 것을 보면, 발작의 관해율이 64%에서 68%로 4% 늘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약제에 의한 것이라 봅니다. 저희 병원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3년 정도 간격으로 봤는데 처음에는 발작 관해율이 62%였는데 3년 후에는 관해율이 71%로 증가하였습니다. 역시 계속적으로 새로운 약물치료를 시도할 경우 발작이 없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뇌전증의 발생에는 한 가지 기전 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기전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수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기전에 대한 차단보다는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약제를 사용하여 다기전적인 차단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뇌전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약물상호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이 없는 우수한 약물동학적 프로파일을 가져야 합니다.

2007년에 레비티라세탐(상품명: 케프라), 프레가발린이 허가되었는데 케프라는 벌써 일차 치료약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약입니다.

식약청의 관점에서는 1970년에 소개된 카바마제핀과 발프로익산이 아직도 뇌전증 치료에서는 가격이 싸고 가장 효과가 우수한 일차약제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이들 약제들은 소개된지 30년 이상이 지난 약인데도 역시 좋은 약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발프로익산은 지금 여성에서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최근의 연구들에서, 비만, 최기형성(teratogenecity), 태아에서 인지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되어 여성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카바마제핀은 뼈에 대한 영향, 장기간 사용시 골다공증, 효소유도 작용으로 점점 사용에 대한 제약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약제들의 선택도 자꾸 변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혹시 네 번째 주제에 대해 코멘트해 주실 것이 있으신지요?

이상건 교수 : 카바마제핀을 오래 사용했을 때 골다공증이 발생한다고 예전부터 보고되었는데 최근에 나온 논문은 골절빈도까지 보았는데 장기간 사용시 골절빈도가 훨씬 높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제시되었습니다. 새로운 약들은 enzyme·inducer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습니다. A라는 약과 B라는 약이 둘 다 발작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확률이 40%라고 했을 때, 효과가 같은 약인데 왜 A와 B가 다 필요하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반응이 individual response이기 때문에 개인별 반응입니다. 그룹으로 하면 %는 같아도 환자에 따라서 A에 반응이 없어도 B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뇌전증이 생기는 기전이 환자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약에 반응하는지도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가 같다고 해서 같은 약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좌장 : 우리나라에서 뇌전증은 숨기는 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뇌전증 환자를 위해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하는데, 이 분들이 워낙 사회적으로 고립되다 보니깐 힘이 없습니다.

방혜자 서기관 : 환자들이 힘이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너무 없어서 놀랬습니다. 오래된 질병이므로 유병률이나 이런 역학조사를 질병관리본부에서 해야 하는데 못한 것 같습니다.

좌장 : 지금 학회에서 유병률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고 지난달 학회차원에서 초고가 보고되었으며, 금년 말에 연구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심평원 자료를 이용한 것입니다.

방혜자 서기관 : 심평원에 요구하면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데이터 제공에 인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약이 필요한 경우에 적극적으로 개진해주시고 전문가 분들이 설득해 주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합니다.

후생신보 : 국내에 뇌전증 환자가 몇 명 정도 되는지요?

좌장 : 0.5%~1.0%(~0.6%)이니깐 약 30만 명 정도 된다고 생각하고, 정확한 역학조사가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파악을 못했는데 지금 하고 있으니깐 곧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방혜자 서기관 : 심평원 자료로는 항전간제를 사용하는 환자가 입원, 외래 환자를 포함하여 17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후생신보 : 노인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노령화가 급속화되면 환자가 더 많이 증가하지 않을까 합니다.

좌장 : 실제로 그렇습니다. 노인 연령층에서 3번째로 많은 신경과적 질환입니다. 뇌졸중, 치매, 뇌전증 순입니다. 뇌전증 환자가 점점 늘고 있고 특히 치매 환자에서는 1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노인 연령층에서는 나타나는 뇌전증의 증상이 상당히 모호하고 다르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려워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발작 또는 경련증상 보다는 의식의 혼미(confusion), 이상한 행동, 또는 정신착란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의학분야에서 마찬가지이지만 뇌전증 분야에서도 노인 연령층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70세 이상에서는 환자들이 평균 7가지 정도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약물간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카바마제핀이나 발프로익 산 등의 기존 약물들의 사용은 심각한 제약이 있습니다.

후생신보 : 약제들이 모두 단일제로 되어 있는지요? 복합제로 되어 있는 것은 없는지요? 그럼 처방하실 때 2가지 약제만 가능하신지요?

방혜자 서기관 : 약제수는 4개까지 가능하고 초과시에는 소견서만 내면 됩니다. 실제적으로 제한은 없습니다.

후생신보 : 다른 질환에서는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많이 넘어 가고 상황으로 두 가지 성분을 하나의 약제로 해서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있는데, 뇌전증에서는 복합제를 만들지 않는지요?

좌장 : 지금까지 뇌전증의 치료는 단독요법을 고집해 와서 복합제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병용요법을 할 때는 복합제가 있었습니다. 페니토인과 페노발비탈을 복합한 약제가 있었다가 단독요법으로 가면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약제를 1~2가지 정도로 제약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복합제가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손영민 교수 : 그것이 약물의 상승작용(시너지즘)이라고 하는 것인데, 1과 1을 합쳐서 2가 되면 상가(additive), 1과 1을 더해서 3의 효과가 나오면 시너지즘이라고 합니다. 동물실험에서는 항전간제에 그런 조합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서 분명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후생신보 : 노인층에서의 약물상호작용을 감안해서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는지요?

손영민 교수 : 그것을 감안해서 개발했는지는 모르지만 새로 나온 약들이 약물상호작용이 굉장히 없는 편입니다.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약이 많습니다.

좌장 : 지금 현재 우리나라 뇌전증 약물들의 매출액을 보면 케프라가 1위인데, 그 약은 약물상호작용이 없습니다. 또한 부작용도 적어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가격도 중요한 측면인데 지금 새롭게 개발되는 약은 모두 가격이 비쌉니다. 그렇지만 다른 질환의 경우에서도 새로운 약제들의 가격은 모두 더 비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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