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의료제도 바로세워 국민건강 지켜내자, 진료의사 부당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횡경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한 의사의 법정 구속에 항의하는 의사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휴일 오후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회원 1만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성남 모병원에서 발생한 8세 환아 사망사건과 관련 의사를 법정 구속한 재판부를 강력 비판하고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총궐기대회에 앞서 열린 의협, 대의원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대표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실행 시 시기와 방식의 결정은 의협 집행부에 전권 위임키로 해 앞으로 의협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최대집 회장은 “의사들은 그동안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 하나로 희생하면서 묵묵히 감수해 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굴욕적인 삶을 버리고 당당한 의사들의 손으로 의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최 회장은 “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절대 굴하지 말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 의사들도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제가 앞장서서 적당한 진료를 강요하는 의료구조를 개혁해 낼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중간에 열린 러시안 룰렛 게임 퍼포먼스는 의사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 퍼포먼스에서는 권총을 가진 법관이 의사들을 상대로 차례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진행해 결국은 의사 모두가 사망하고 법관 자신도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죽는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어 의사들을 구속하는 등 탄압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였다.
특히 의료계 대표들은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을 통해 이같은 의사들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의료계 대표자회의에서 결의한 대로 총파업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한 강력한 투쟁을 할 것임을 경고하고 의사의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은 “횡경막 탈장을 진단 못한 의사 3인을 형사구속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며 “의료현장은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인에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번 판결은 모든 의사들을 예비범죄자로 취급해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불안정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최선의 의술이 행해져 국민건강이 지켜지는 터전이 마련되기 위해 의료분쟁특례법 도입을 촉구했다.
대표자들은 “국민건강에 대한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불합리한 의료규제와 의료제도로 점철된 대한민국 의료구조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가 가능해진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마련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진료환경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료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통령의 철학인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만약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의료계 대표자회의에서 결의한 대로 총파업 전개 등 모든 동원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대한의사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 등이 참석해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맹렬히 비판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철호 의장은 “배가 아프다고 찾아온 환아를 보고 어느 의사가 처음부터 횡격막 탈장을 진단할 수 있냐”며 “최선을 다한 의사를 진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구속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선한 의도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를 구속하면 진료를 포기하고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며 결국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국민들도 힘을 보태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의료 전문가인 의사는 모든 상황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의료현실은 전문가로서 최고의 선택만을 취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아직 미숙한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의 입장을 이번 재판부가 과연 잘 이해한 후 판결을 내린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고의성 없는 진료 결과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 구속하는 것은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특히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하루에 100명도 넘는 환자를 진료하며 증상이 완화되어 퇴원과 외래 추적을 지시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매우 드문 질환에 대해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오진에 따른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의사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법부에는 법과 양심에 따라서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양식 있고 존경받는 법관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판결이 의사들의 진료를 막더라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앞으로도 밤낮과 휴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365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응급진료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도 “의사들은 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완전히 제외되었고 응급진료현장에서 무시당하며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법체계로부터 외면 당했다. 법정구속도 모자라 공동정범으로 보고 단체 구속 시켰다”며 “이번 판결은 기피를 넘어 몰락하고 있는 외과계에 황폐화 선고를 한 것이다. 이제 ‘심평의학’에 이어 ‘심판의학’까지 진료현장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모두가 하나 되어 자율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로가 격려하며 하나된 의료계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의사를 구속한 판결에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생사가 오가는 진료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사들이 피 끓는 심정으로 길거리에 나섰다”며 “진단을 못 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된다면 어떤 의사도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궐기대회는 구속된 의사를 석방하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의사들의 절규”라며 “더 이상 의료를 왜곡시키고 의사와 환자와의 갈등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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