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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44)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7/12/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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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유명 배우의 사망원인 - 혹시 심정지?

 

유명 배우의 사망원인이 주목을 끈다. 사고 직후 심근경색증이란 이야기가 돌다 부검 후에는 사라졌다. 약물 알코올 등 여러 설이 대두되었고, 정확한 검사 이후에는 사인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심근경색도 아니고 약물이나 알코올 등 중독도 아니라며 끝내 명확한 사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한 법의학자는 TV 인터뷰에서 부정맥이나 심장 혈관 경축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필자는 법의학자가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 모자라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다. 다만 심장의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는 신체적 상황은 뇌나 심장 이상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뇌에 총격을 받아 뇌의 생명유지 중추가 손상되면 순간적으로 생명이 중지한다. 고인의 경우 직접사인이 뇌손상이다. 그러나 뇌손상은 고인이 차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되어 차량이 벽을 들이 받아 이차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왜 갑자기 차를 지배할 수 없게 된 것인가'이다. 뇌에 결정적이고 심각한 타격이 오지 않는 한 이렇게 순간적이며 완전한 신체조절 능력 상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부검에서도 이런 뇌의 이상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심장이다.

 

심장 이상으로는 이런 현상의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급성심정지다. 금성 심정지는 전기기구의 전원이 뽑히는 것과 같다. 순간적으로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지한다. 뇌는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산소를 많이 사용하며 심정지 - 혈액 순환 정지 - 산소 중단 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즉 심정지가 오면 뇌기능이 동시에 정지한다. 그러나 이미 뇌 안에 들어가 있던 소량의 산소가 소진되기까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기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 심실조기수축이 bigeminy 형태로 나타나다 중간 이후 갑자기 심실세동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모습이다. 이 짧은 순간에 환자는 곧 의식을 잃는다. 주변에서 심폐소생술로 희생자를 돕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진다.     © 후생신보


이번 사고 발생 당시의 영상을 보면 마지막에는 차가 도로를 질주해 도로 밖으로 튀어나간다. 이때에 이미 차량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는 차가 우왕좌왕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이 당시 심정지나 혹은 심정지 직전 단계의 심실성 부정맥이 발생하며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뇌 순환에 장애가 발생해 판단과 운동능력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희생자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운전대 위에 쓰러졌을 것이고 이미 액셀 페달 위에 얹혀있던 발이 긴장을 잃고 무게에 의해 페달을 누르며 차는 뛰어나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유추한다.

 

심정지는 왜 올까? 여러 원인이 있다. 처음 의심한 대로 심근경색증으로 심장 혈관이 막히면 그 부위 심장근육이 극도로 예민해지며 비정상적인 전기를 발생해 심실빈맥-심실세동이 생겨 급성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심장의 근육질환이다. 비후성 심근증이나 확장성 심근증의 주요 사망원인은 심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정지이다. 이는 부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원인으로는 유전성 부정맥이다. 구조적 심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부정맥으로 생명을 잃으면 이는 부검에 나타나지 않는다. 생존 시에는 심전도 검사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망 이후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 과거의 심전도를 찾아 분석하면 단서를 발견할 수는 있다. 또 아무리 찾아도 원인을 모르는 수도 있다. idiopathic 혹은 primary VF라고 이름을 붙이는 상황이다. idopathic 이나 primary는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밝혀지고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는 수가 많다. Brugada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뒤에 이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희생자가 유명 배우라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런 일은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급성심정지 발생이 연간 3만 건 발생하며 그중 대부분이 이런 심장사로 인할 것으로 추정한다. 미리 발견해 예방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심정지 발생 당시에 주변의 도움을 청하고 주변인이 심폐소생술로 희생자를 구할 수 있다. 운전 도중 이런 이상을 느낀 순간 차량 문을 열고 옆으로만 쓰러졌더라도 다른 운전자가 응급상황임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에서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며 인용할 때에는 저자와 출처를 명기하셔야 합니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현 대한심장학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고 그 외에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 등 여러 공저가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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