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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이냐 짬뽕이냐?

문영중 기자 | 기사입력 2017/07/03 [09:52]

자장이냐 짬뽕이냐?

문영중 기자 | 입력 : 2017/07/03 [09:52]

 

▲ 김용범 교수     © 후생신보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한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물냉면과 비빔냉면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화관에서는 액션영화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영화 중에서 선택을 하며, 고민하고 갈등하여 선택한 결과에 대해 때로는 만족하기도 때로는 실망하기도 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어떤 약을 써야 할지, 또는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등… 그러나 의학적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자장면과 짬뽕을 고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더욱 고민하고 신중해야 하며 오랜 기간을 교육 받고 수련을 받는다.

 

어느날 9살의 여자아이가 보호자들과 함께 내원하였다. 아이는 찡그린 얼굴에 팔걸이를 하고, 한 손은 어깨를 만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깨 부위의 골절이 의심 되었다.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단순 방사선 사진을 보니 쇄골 골절이었다. 단순 골절이었으나 전위가 심해서 골절 부위가 어긋난 상태로 처음 방문하여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것이었다.

 

최근 많은 야외활동과 레저인구의 증가로 쇄골 골절 환자가 증가하였고, 기구의 발달과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위해 수술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소아에서의 쇄골 골절은 수술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로도 기능적인 문제 없이 뼈가 잘 붙는 부위고, 하물며 여자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깨에 상처가 남는 수술 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 하지 않고 보조기를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하겠다고 설명하자 보호자들은 좋아하면서도 이미 다른 병원에서 수술적 치료 이야기를 들었고, 수술을 하지 않고도 뼈가 붙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으로 혼란스러워 하였다. 보호자들은 잠시 상의를 하겠다며 진료실 밖으로 나가서는 어디론가 전화도 하고 보호자들끼리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불안해 하였다. 아마도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예상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의 쇄골이 부러진 것 만으로도 큰 충격일 텐데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하라고 하고, 다른 의사는 수술하지 말자고하니 보호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던 보호자들이 진료실로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눈빛은 여전히 떨리고 불안해 보였다. 그래서 보호자들에게 단호하게 한마디 하였더니 보호자들은 안심하며 보존적 치료에 따르기로 하였다.

 

“저도 딸이 있는데요, 제 딸이라면 저는 수술 안 합니다.”

 

보름 뒤 외래를 다시 방문한 그 여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이제는 어깨가 아프지 않다며 팔을 움직여 보였다. 방사선 사진에서 뼈가 붙은 것을 확인한 뒤, 보조기를 풀었다. 상처하나 없이.

 

퇴근하고 집에 가니 아내가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 중에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절대 밥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수고한 남편에게 맛과 영양이 풍부한 치킨을 먹이겠다는 아내로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으리라.

 

그 때 우리 딸아이가 단호하게 한마디 하였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형외과 김용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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