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조기수축과 심방빈맥
심방조기수축의 심전도소견
심방조기수축(심방조기박동, APC, APD)의 심전도는 심실조기수축과 마찬가지로 진단하기 어렵지 않다.
(그림1)
위의 심전도는 정상 심전도이다. 정상은 심전도용어로는 동조율 혹은 동율동이라고 부른다.
영문용어로는 sinus rhythm이다. 앞에 정상이란 뜻의 normal을 추가해 normal sinus rhythm 약어로 NSR로 부르기도 하며 규칙적이란 regular를 앞에 넣어 regular sinus rhythm 약어로 RSR로 부르기도 한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의사 입에서 NSR, RSR 어쩌고 나오면 그럴 듯 해 보인다.
정상 심전도를 진단하는데 굳이 심전도의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한눈에 봐도 몹시 규칙적이며 키가 큰 QRS파가 규칙적으로 나타나며 매 QRS파 앞에 자그마한 P파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앞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심전도를 보면 우선 QRS파가 5개 보이는데 둘째와 셋째 QRS파 사이의 간격이 다른 것에 비해 짧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나왔다는 것 즉 조기수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림2)
이렇게 조기수축이 나오면 세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아래처럼 QRS파가 다른 것과 달리 몹시 크고 모양이 현저하게 다르면 심실조기수축이다.
그리고 다른 QRS파와 모양이 아래의 경우처럼 동일하고 QRS파의 바로 앞에 P파가 있지만 모양이 다른 P파와 있으면 바로 심방조기수축이다. 어렵지 않다. QRS파의 바로 앞에 P파가 없다면? 방실결절 조기수축(junctional premature beat)이다.
(그림3)
심방조기수축은 위험한가?
심방조기수축은 그 자체로서 위험하지 않다. 다만 심방조기수축과 동반하는 심장질환으로 위험할 수는 있으나 부정맥 그 자체가 위험한 부정맥은 아니다. 이름이 비슷한 심실조기수축은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다. 심방에서 생기느냐 심실에서 생기느냐의 차이지만 위험성은 전혀 다르다. 즉 심실조기수축이 드물지만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으로 전환되는 경우 급성심정지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심방조기수축은 심방빈맥이나 심방세동으로 전환되어도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이것이 심방성 부정맥과 심실성 부정맥의 큰 차이이다.
심방조기수축의 치료
심방조기수축은 거의 건강상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증상은 있기도 없기도 하다. 따라서 심방조기수축의 치료는 주로 증상완화 목적이다.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선 심방조기수축이 위험하지 않은 부정맥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부정맥을 악화시키는 긴장 스트레스 흡연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을 줄여야 한다. 기존의 심장 혹은 호흡기질환이 있으면 이를 잘 조절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베타차단제를 사용할 수 있고 그래도 증상이 완화 되지 않으면 항부정맥 약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심실의 구조적 이상이 없다면 Ic를 포함한 어떤 항부정맥 약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심방빈맥이란?
아주 쉽게 정의한다면, 심방조기수축이 연달아 분당 100회 이상 빨리 나오는 것이다. 심방조기수축이 심방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한번 전기를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심방빈맥은 이런 현상이 연달아 빨리 나타나는 것이다. 심방에서 전기를 빨리 만들어 내니 심실은 덩달아 빨리 뛸 수밖에 없고 심실의 박동도 100회 이상이다. 심방조기수축이 심장의 별 이상이 없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심방빈맥은 이보다는 심장 특히 심방의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회귀성 기전(reentry)이나 비정상 자동능(abnormal automaticity), 방아쇠성 활동(triggered activity) 모두 발생기전으로 가능하다. 심방이든 심실이든 발생기전은 같은데 양상은 차이가 있다. 회귀성 기전으로 생기면 시작과 종료 시점이 갑작스럽다. 즉 심장박동수가 60-70이다가 느닷없이 120-130으로 올라간다. 마칠 때도 130이던 심박수가 80-90으로 뚝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다른 기전 특히 자동능 이상으로 인한 경우에는 warming up이 특징적이다. 70이던 심박동수가 90, 100, 110, 120 이런 식으로 서서히 단계적으로 박동수를 높여간다. 종료도 비슷하다. 시작과 종료 양상을 보면 진단에 도움이 되는데 짧은 표준 심전도로 이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방빈맥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매우 규칙적으로 분당 150회 미만의 심장박동을 나타내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으로 빠를 수도 있고 또 불규칙할 수도 있다. 진단은 심전도를 통해 하게 되는데 심실의 전기활동인 QRS파 앞에 매번 P파가 나타나며 동빈맥과 차이점은 이 P파의 모양이 정상과 다르다는 점뿐이다. 느닷없이 빨리 뛰는 발작성 모양을 갖는 심방빈맥도 있고 또 지속적으로 빨리 뛰는 심방빈맥도 있다.
심방빈맥의 증상과 치료
증상은 빈맥으로 가슴이 두근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빈맥이 지속되면 심장의 수축기능이 떨어져 숨이 찬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빈맥의 심박수가 매우 높으면 심박출량이 감소하며 혈압이 떨어지며 어지럽기도 할 수 있다. 더 심하면 실신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오래 지속되면 좌심실 기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tachycardiomyopathy가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는 빈맥을 항부정맥 약물이나 전기충격으로 종료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아예 없앨 수 있으면 없애는 방법이 있다. 다른 치료방법에 반응이 없거나 어려운 경우에 시행하는 바로 전극도자절제술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전극도자를 심방에 넣고 전기를 발생하는 부위를 찾아 전기에너지로 태워 제거하는 방법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의 치료성적은 꽤 좋은 편이다. 그러나 재발하는 수도 있고 시술에 따르는 위험도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위의 치료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빈맥은 지속되더라도 심실이 박동수를 줄이는 치료를 하게 된다. 심방빈맥은 심방이 빨리 뛰는 것이므로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가 내려가는 통로인 방실결절의 전기전도를 줄이면 심실의 박동수는 줄게 되고 편해지게 된다. 주로 베타차단제나 칼슘길항제인 베라파밀이나 딜티아젬이 사용된다.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에서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며 인용할 때에는 저자와 출처를 명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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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현 대한심장학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고 그 외에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 등 여러 공저가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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