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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7

후생신보 admin@whosaeng.com | 기사입력 2014/12/12 [13:40]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7

후생신보 | 입력 : 2014/12/12 [13:40]

어머니 산소에서 제초작업을 하다가
 
추석 연휴 중에 눈을 다쳐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초작업 중에 제초기 날이 돌에 부딪히면서 깨져서 그 쇳조각이 튀어 눈 속에 박히는 사고입니다. 그래서 제초작업을 할 때에는 꼭 보안경을 착용해야 합니다.

43세의 이 남자는 제초작업 중 뭔가 눈에 튄 후로 갑자기 시력을 잃었습니다. 제초기 날의 쇳조각이 각막(검은자)까지 크게 찢은 후, 눈 속에 박힌 것 같습니다. 눈 속에는 피가 가득 차 있었고, 눈 속에 이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안와 CT 검사를 해 봐야 합니다. 이 때 MRI는 금기입니다. 왜냐하면 MRI의 자력이 눈 속의 쇳조각을 움직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 속에서 쇳조각이 움직이면 눈 속 망막이나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안와 CT에서 눈 속 이물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물제거를 위해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눈 속 이물도 제거하고, 각막열상 부위를 10-0 나일론 실로 봉합했습니다. 망막이 손상되어 찢어진 부위가 있었습니다.
 
망막은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필름입니다. 망막에 구멍이 있다면 눈 속에 차 있는 물이 스며들어가서 벽지(망막) 뒤에 고이게 되고, 서서히 벽지는 들뜨게 될 것입니다. 들 뜬 벽지는 볼 수 없는데 이런 병을 망막박리라고 합니다.

망막박리를 막기 위해서 망막 뒤에 고인 물을 빼 내고, 찢어진 부위 주위를 레이저로 지집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실리콘기름을 채웁니다.
 
보통 6개월 정도가 지나서 망막이 잘 붙어있는 게 확인되면 실리콘기름을 뺍니다. 실리콘기름은 눈 속에서 물보다 가벼워서 위로 뜹니다. 굴절률이 물과 달라서 눈 모양에 따라 근시도 됐다가 원시도 됩니다. 아무튼 시력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6개월 후에 실리콘기름을 제거해야 하는데, 망막이 보이지 않습니다. 각막에 흉터가 생겨서 검은자가 전체적으로 허옇게 변했기 때문이지요. 망막 상태를 확인하려면 각막에 생긴 흉터를 각막이식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각막선생님과 상의해서 각막이식과 함께 망막 상태를 확인하고, 기름을 제거했으며, 인공수정체를 걸어주었습니다. 망막의 중심부 손상 때문에 시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 시야는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남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머니 산소라고 하셨죠?”

“네. 저는 2남 3녀 중 제일 어린 막내입니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제가 제일 먼저 내려가서 산소주변에 제초작업을 했습니다. 누나들은 여자니까 하기 어렵고, 큰 형님은 소방관이라서 늦게 오거나 못 올 때가 많아요.”

“한 눈 시력이 약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는데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왔는지 힘들었어요. 그러나 다 제 잘못이에요. 평소에는 고글을 쓰고 했는데, 그날따라 깜빡 잊어버린 게 아니겠어요. 어렵게 올라와보니 또 내려가기가 귀찮은 거에요.”

“앞으로 꼭 고글을 쓰셔야겠어요.”

“네. 앞으로 꼭 고글을 쓰고 제초작업을 하려고요. 엄마 산소는 제 손으로 꼭 제초작업을 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엄마 돌아가실 때까지 저는 완전히 망나니였거든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던지... 딱청개구리였어요. 엄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초작업을 하는 거에요. 한 눈 시력을 잃었지만 엄마 얼굴은 더 또렷해요. 앞으로도 엄마 산소 제초작업을 꼭 제 손으로 해야 하니까... 그러려면 한 눈을 잘 보호해야겠지요. 수술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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