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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9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4/04/10 [09:09]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9

후생신보 | 입력 : 2014/04/10 [09:09]

 
환자와 친해지기 프로젝트 3 - 환자의 초대에 응하기
 
지난 시간에 환자와 친해지기 위해 환자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환자와 점심식사를 같이 할 정도가 되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별로 어려울 게 없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아주 일부 환자에게서 특별한 인연들이 겹쳐져야 가능한 일이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도시에 있는 자녀 집에 머물면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을 때, 그것도 수술 결과가 매우 좋았을 때, 그리고 그 부모님이 매우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일 경우에 - 사실 이 모든 경우가 한 번에 충족되기란 매우 어렵지만 -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보통 30년 정도 환자들을 본다고 할 때 5년에 한 번 정도는 특별한 초대를 받을 때가 있다. 작은 친절에도 고마워하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담도 대문도 없지만 내 집 앞마당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들을 귀한 손님으로 생각해서 밥상을 차리는 그런 천사들의 초대를 말이다. 문제는 그런 천사가 마음 문을 두드렸을 때 문을 닫고 있지는 않은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초점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러셨다. 식사 한 끼가 어려웠던 시절에 집에 찾아온 거지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심지어는 밥상 앞에 이름 모르는, 냄새나는 사람이 아버지 옷을 입고 같이 밥을 먹을 때도 있었다. 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 시골집에는 심지어 쌀독에 쌀도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쌀로 한 밥을 거지에게 주고나면 기적적으로 쌀독의 쌀들이 채워졌다.
 
마치 손님 초대하기를 좋아하다가 진짜 천사를 초대한 아브라함처럼 축복을 경험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들은 우리 앞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큰 소리로 불평하지 않았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자신들이 먹을 것을 우리에게 덜어 놓았다는 사실을 아무 것도 모른 채 ‘하나님. 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밥을 먹었다.

그 때를 잘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받은 축복들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며, 그런 천사의 초대에 마음을 열지 않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음은 열면 되고, 시간은 내면 되고, 그리고 주말에 가족들을 데리고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한 번 해 본다면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이 얼마나 새로운 기쁨을 주는 일인지 분명히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자녀와 함께 공유한다면 자녀들 또한 친구들과 그런 관계를 맺으며 자라게 될 것이다.

요즘 타인에게 마음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시대가 험해졌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통계학적으로 정상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괴이한 행적을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있는 지도 몰랐던, 어쩌면 없을 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영화감독들은 시각적으로 크게 형상화해서 눈앞에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각박한 삶에 찌들어 살다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모’에 나오는 회색도당들이 담배를 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인들을 꾀어 점점 바쁘게 만들고 그 시간을 훔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1초가 ‘똑딱’했다면 지금은 ‘똑’ 또는 ‘딱’ 정도로 짧아졌다. 세상은 아직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한 번 사소한 것을 당해본 후로 이중 자물쇠를 달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일지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이미 그 길을 가고 있고, 그런 길들이 곳곳에 닦여있을 것이다. 요즘 ‘젠틀맨’이란 프로그램에서 몰래카메라로 실험을 해 보고 있는데, 타인을 배려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버티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의사도 그래야 한다. 뭐 거대한 어떤 것들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단순하다. 이미 밥상도 다 차려졌다. 그저 천사의 초대에 응하는 것뿐이다. 매일 할 필요도 없다. 5년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의사들이 움직이면 세상은 달라진다. 의사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 분명히 세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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