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96

관리자 | 기사입력 2013/12/23 [12:14]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96

관리자 | 입력 : 2013/12/23 [12:14]
 
소셜 미디어와 소통

1965년에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Moore)가 마이크로프로세스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고, 컴퓨터의 가격은 18개월 마다 반으로 떨어진다는 예측을 했습니다. 이 후 30년 쯤 지나자 사회는 급속히 컴퓨터 네트워크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정보기술력(Information technology)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9년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가 소셜네크워크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후 사람들은 흩어져있던 친구들을 찾아냈습니다.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이었던 비장의 무기들은 홈페이지나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외부로 공개되었는데, 이것은 새로운 사회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국의 정보기술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2004년에 시작된 페이스북과 2006년에 시작된 트위터는 현재 전 세계의 소셜과 소통을 유지하는 가장 큰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의사와 환자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저는 망막 전임의를 마치고 모교 병원에 올 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있었습니다. 제가 수술한 환자들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병원에 오지 않고도 답답함을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때만 해도 홈페이지는 일부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었던 때라 www.retina.co.kr 은 제 홈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망막 전문 홈 페이지를 준비했지만 1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망막 뉴스를 올리거나 직원 중에 와 달라고 부탁한 사람만 몇 명 방문했을 뿐이었지요. 이래서야 어떻게 환자와 소통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가 소통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월세를 전전긍긍하던 시절,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는 병원에서 뭘 하세요?” “그야 망막하고 있지.” 한 번은 옆집 아주머니 한 분이 제 딸을 만나자 물었습니다. “아빠는 뭘 하시니?” “막막하세요.” 며칠 후 그 아주머니가 집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힘내세요.”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딸에게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망막을 설명해 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런 전문용어들을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용어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이 되고, 눈 속에 발라져 있는 벽지도 되었습니다. 눈 속에 1억 개의 시각세포가 있다는 설명을 하기 전 1억 개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어야 했습니다. 600만 개의 원뿔모양의 시각세포가 정밀한 것을 보는데 중요하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600만 불의 사나이가 시력이 좋다는 비유도 했습니다.

우연히 후생신보에서 눈에 대한 의학칼럼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저는 딸에게 알려준 그런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을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우연히 한 환자가 방문을 했고, 쉬운 내용의 글을 읽은 후 자신의 눈에 관한 질문을 올렸습니다. 저는 딸에게 해 주었던 쉬운 용어들을 이용하여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이 후 약 1800명의 망막환자들이 비밀 질문을 위해 방문을 했으며, 1000개의 공개 질문들이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주로 네이버의 ‘황반변성을 극복하는 사람들’이란 카페에서 망막과 황반질환에 대한 답변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쉬운 용어들을 사용합니다. 소통을 위해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10년에 걸쳐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시도하다 보니 의사와 환자의 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감입니다. 교감은 배려에서 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환자와 교감을 할 수 있냐구요? 물론 어렵습니다. 그러나 직접 대면했을 때 할 수 없는 말을 편지로 옮길 수 있듯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욱 진솔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환자와의 소통은 의사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망막이야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