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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62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3/04 [11:57]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62

관리자 | 입력 : 2013/03/04 [11:57]

온 세상 360도를 한 번에 보는 헬멧 눈 - 잠자리(dragonfly)

세상에 5000 종류 이상 살고 있는 잠자리는 곤충들 사이에서 공중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입니다. 모기, 파리 같은 유해 곤충 뿐 아니라 말벌과 같은 강한 곤충도 먹잇감이 됩니다.
 
잠자리는 시속 60Km로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나는 곤충이며, 어떤 종(southern giant darner)은 한 시간에 100Km 가까이 날 수 있습니다.
 
날개가 짧은 벌이 1초에 300번 날갯짓을 하지만 잠자리는 긴 날개가 있어서 1초에 30번만 해도 충분합니다. 물이나 웅덩이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이 유충이 되면 2년(6개월-6년)을 살고, 실제로 잠자리로는 2개월을 삽니다.

잠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2개의 겹눈(compound eye)을 가지고 있습니다.
 
겹눈이 너무 커서 전체 얼굴을 덮고 있는 헬멧과 같은 모양입니다. 사람의 눈은 한 번에 170도 정도를 볼 수 있지만 잠자리의 겹눈은 세상을 한 번에 360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겹눈은 3만 개의 낱눈(ommatidium)으로 구성되었고, 각각의 낱눈은 수정체(lens)와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력은 매우 좋아서 색과 편광을 감지할 수 있으며, 특히 움직임에 매우 민감해서 적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면 어느새 눈치를 채고 도망갑니다.

일부 해질녘에 사냥을 하는 잠자리는 사람이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어스름한 빛에서도 매우 완벽히 볼 수 있습니다. 잠자리는 두 개의 겹눈 뒤 쪽으로 세 개의 작은 홑눈들(ocelli)이 있는데, 큰 복안 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홑눈들은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중추에 시각정보를 신속히 보내서 순간적으로 상하좌우 그리고 앞뒤로 움직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곡예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홑눈을 가지고 있는 곤충은 잠자리 외에도 말벌과 파리가 있지만 잠자리의 눈이 가장 발달되었습니다.

사람은 망막에 있는 옵신(opsin)이라는 빛에 예민한 단백질 세 종류에 의해 색각이 결정됩니다. 각 옵신은 빛에 있는 적색, 녹색, 청색을 흡수한 후 섞여서 다양한 색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잠자리는 한 차원 더 높은 색각을 보여줍니다.
 
낮에 활동하는 잠자리는 4-5개의 옵신 단백질이 있어서, 자외선도 색으로 감지합니다. 위쪽을 향한 개안들은 청색과 자외선을 볼 수 있으며, 아래쪽을 향한 개안들은 녹색과 적색과 같은 장파장을 보고 있습니다.

각각의 개안은 조금씩 보고 있는 각도가 달라서 그 각도로 들어오는 빛을 받습니다. 각 개안들을 통해 겹쳐서 들어오는 사물의 상들을 조합하여 모자이크 형태로 세상을 봅니다.

사람들은 선그라스를 써야 편광을 볼 수 있지만 잠자리의 눈은 원래 편광을 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곤충들이 편광을 보는 것은 방향을 구분하는 하늘 나침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헬멧과 같은 눈으로 360도의 세상을 한 번에 보는 구형의 시야는 잠자리를 잡기 위해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손도 계속 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가끔 살금살금 뒤로 다가가서 내민 손에 잡히는 이유는 뒤쪽을 보는 눈의 해상도가 조금 낮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세상을 360도로 보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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