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치료 외면한 ‘응급실 밀어넣기’ 입법 즉각 중단하라
응급의학과의사회 성명서, '환자 살리는 법' 아니라 '떠넘기는 법' 주장 119 일방적 병원 선정은 재난 유발…전문가 배제 밀실 입법 중단 촉구
이상철 기자 | 입력 : 2026/03/11 [14:38]
【후생신보】 “응급의학 전문가들이 무조건 수용만 강요하는 ‘응급실 밀어넣기’ 입법의 즉각 중단하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회장 이형민)는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국회에 상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과 호남지역 시범사업은 응급실 수용 곤란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현장과 철저히 괴리된 채 원인에 대한 고민과 해결 없이 무조건 수용만 강요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입법 시도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명하며 해당 법안들의 즉각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응급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들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환자를 살리는 최종 치료’가 아니라 ‘응급실에 환자를 빨리 이송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있고 이는 응급실 수용곤란의 구조적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하기 위한 면피성 입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119구급대나 상황실에 이송병원 선정 권한을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은 재난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학적 판단이 배제된 채 무조건 환자를 밀어 넣는다면 응급실은 마비될 것이며 이미 치료 중인 중증 환자들의 생명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수용불가 사전고지’ 의무화도 비현실적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매시간 변하는 병원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입력하고 고지하라는 것은 수차례 실패로 판명된 정책의 반복일 뿐이며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의무를 강제하고 위반했을 때 처벌하기 위한 압박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호남지역 시범사업 역시, 광역상황실이 역할확대나 우선병원 지정 등 환자를 이송하는 것에만 집중할 뿐 이송 이후 실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고 ‘지역 이송지침 존중’이라는 표현은 결국 지역이 알아서 감당하라는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입법을 강행하면서 현장 전문가들과의 소통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일부 의원실은 거듭된 면담 요청을 이유 없이 거절했고 또다른 의원실은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현장 의료진과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아무런 수정 없이 원안대로 강행하려 하고 있고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를 하겠다는 시범사업은 계획에서 준비, 시행까지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형사책임 감면을 마치 선심처럼 내세우는 것도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라는 것이다.
과실 없는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은 의료진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적극적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며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강요받으면 ‘하는 척’하거나 ‘포기’하거나 2가지 선택 뿐이라는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지금껏 ‘하는 척’만 하고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방치한 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이미 시범사업 시행 후 대상지역에서 여러 전문의들이 이탈하고 있고 전국확대까지 시행한다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료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강제이송 법안이 아니라 중증 응급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해법을 위한 논의라면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며 “그러나 전문가를 배제한 일방적 입법 강행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이를 강행한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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