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한 ‘위’가 더 위험…위암 환자 70~80% 무증상
젊은 층 늘어나는 미만성 위암, 정밀 검사 통한 조기 진단 중요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6/03/10 [17:10]
【후생신보】 위암은 통증으로 발견되는 병이 아니다. 초기 위암 환자의 약 70~80%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위 점막과 그 아래층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신경이 거의 없어 점막에 머무는 초기 암은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위벽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염증이 복막까지 퍼지는 단계가 돼야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속이 편하다”는 느낌이 오히려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위축성 위염 단계에서는 속쓰림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위축성 위염은 위산을 만드는 세포가 감소해 위산 분비가 줄어든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위산은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중요한 방어 기전이기 때문에 위산이 감소하면 세균이 증가하고 음식물과 반응해 ‘니트로사민’과 같은 발암 물질이 생성돼 위 점막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또한 초기 위암에서 발생하는 출혈은 대부분 미세 출혈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변 색 변화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빈혈 역시 서서히 진행돼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위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위산 억제제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 약제는 통증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암성 궤양의 증상까지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궤양 표면이 아물면 일반 궤양 흉터처럼 보일 수 있어 조직검사에서도 암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궤양 진단을 받았다면 흉터가 완전히 확인될 때까지 반복적인 추적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배경에는 독성이 강한 유전자형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위 점막이 소장 또는 대장 점막처럼 변하는 전암성 변화인 장상피화생 단계에서도 적극적인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
박재석 소화기병원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장상피화생은 완전형(소장형, 비교적 위험도 낮음)과 불완전형(대장형, 돌연변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구분된다”며 “장상피화생은 단순 염증이 아니라 전암성 단계이기 때문에 특히 불완전형이라면 정기 검진 간격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미만성 위암’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만성 위암은 암세포가 덩어리를 형성하지 않고 위벽을 따라 퍼지는 형태로 겉보기에는 정상처럼 보일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위벽이 단단해지고 공기를 넣어도 주름이 잘 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한 부위를 두 번 채취하는 심부 조직검사나 초음파 내시경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특수 필터 내시경을 활용하면 암 조직에서 나타나는 불규칙한 미세 혈관을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혈액검사도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혈액 속 펩시노겐(PG) 수치는 위 점막 위축 정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정상 범위는 PGⅠ 70ng/mL 이상, PGⅠ/Ⅱ 비율 3.0 이상이며, PGⅠ 40ng/mL 미만이거나 PGⅠ/Ⅱ 비율이 2.5 이하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평가한다. 다만 혈액검사는 위험도를 예측하는 보조 검사일 뿐 암을 직접 확인하는 검사는 내시경이다.
박재석 소화기병원장은 “증상에 의존하기보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와 헬리코박터균 관리, 데이터 기반 추적 검사가 위암 예방의 핵심”이라며 “조기 발견할 경우 위암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