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정부가 의료수가 구조 개편을 위한 ‘균형수가’ 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충분한 숙의와 데이터 검증 없는 정책 결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상대가치 TFT 핵심 위원들은 최근 복지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수가 조정 방향과 검체검사 원가보상률 산정 방식 등에 대한 우려를 공식 제기했다.
위원들은 “과거 의대 정원 대규모 증원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와 검증 없이 정책이 결정되고 속도전으로 추진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초래된 사례를 모두가 경험했다”며 “수가 조정 역시 사전에 정책 방향을 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료수가 조정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도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 위한 ‘착한 적자’는 사회적 투자”
보험재정과 관련해서는 공익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회 측은 “지역의료 유지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입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며 “공익적 목적을 위한 이른바 ‘착한 적자’는 정책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원가보상률 산정, 표본·데이터 대표성 면밀 검토해야”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관련해서는 원가보상률 산정의 기초자료와 분석 방식에 대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학회 관계자는 “원가보상률 산정에 사용된 표본집단과 데이터가 충분한 대표성을 갖추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원가 산정 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관련 전문학회의 자문을 거치는 것이 정책의 타당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식과 순리에 맞는 정책 추진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전제”라며, 과거 위수탁제도 개선 과정에서 학회가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학회는 “위수탁제도 개선은 법 적용과 제도 취지를 함께 고려해 추진됐고, 학회도 이에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 중심 시장 구조, 정책 근거로 적절한지 의문”
국내 검체검사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학회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진단시약과 장비의 90% 이상이 글로벌 기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제품 개발 단계의 이익은 이미 해당 기업들이 확보한 상태임에도, 의료기관별 공급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구조는 위수탁 정산 문제와 유사한 비정상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17년과 2024년에 걸쳐 검체검사 수가를 인하했음에도, 원가보상률이 100%를 상회한다는 점이 추가 인하의 근거로 활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학회 관계자는 “글로벌 진단기업에 의해 국내 검체검사 시장이 사실상 장악된 환경에서 도출된 원가 산출 결과가 정책 근거로서 적절한지 재검증이 필요하다”며 “왜곡된 원가를 토대로 한 수가 삭감이 반복될 경우, 국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국내 체외진단(IVD) 산업의 성장에도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1차 의료 영향 함께 고려해야”
학회는 “현행 검체검사 수가 체계에서 지역과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 및 중소병원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며 “수가 조정이 의료전달체계와 지역의료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향후 상대가치 개편 및 검체검사 수가 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데이터 검증 ▲전문학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실질적 소통 ▲글로벌 기업 중심 저가전략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균형수가’ 개편이 의료현장의 신뢰 속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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