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을 목표로 약가제도를 전면 재설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은 크게 신약 도입 촉진(접근성 강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망 구축, 제네릭·구약제 약가 구조조정이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13년간 사실상 손대지 못한 약가 체계를 산업·환자·재정 균형 관점에서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이 국장은 가장 먼저 신약 접근성 악화를 문제로 지목했다.
국내는 실거래가 기반 약가제도로 인해 가격 형성 과정이 지나치게 투명하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른 국가와의 약가 협상에서 한국 약가가 참조가격(reference price) 으로 활용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며 한국 출시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가 유연계약제’(유연한 약가 설정 및 협상 방식) 도입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제도 시행은 내년 7월이지만,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빠르면 2025년 2월부터 가동될 수 있다.
복지부는 반대 의견으로 시민단체 ‘건약’을 언급했지만, “전반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선 의료계·산업계의 공감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혁신형 제약 가산, R&D 실적 중심으로 재편”… 차등 가산 확대
이번 개편 핵심은 혁신형 제약기업(R&D 중심 기업)에 제공하는 가산제도 고도화다.
현재 혁신형 제약 인정 기업에는 최대 약가 68% 가산이 적용되는데, 이를 R&D 투자 수준에 따라 세분화해 차등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 인정 요건이 매출 규모 중심이었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 제약사 그룹, 바이오벤처·중소기업 그룹으로 분리해 평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국장은 “매출이 작은 바이오벤처가 R&D 비율이 높음에도 불리하게 평가받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실제 개발 실적이 명확한 기업엔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산 신약·혁신 기술 투자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려는 설계로 풀이된다.
필수의약품 공급망 강화… “원료 국산화 지원은 보건안보 차원”
필수약 문제는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국내 생산 기반 강화. 품절·대체불가 필수약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다만 복지부 내부에서도 “이미 늦었다는 산업계 시각이 있다”며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국장은 “국민 보호 측면에서 원료 국산화·국내 생산 기반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보건안보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네릭 약가 대규모 구조조정… 2012년 이후 ‘가격 변화 없는 구약’ 정조준
제네릭 개편은 이번 정책 중 ‘가장 직접적인 시장 변동’을 예고한다.
이중규 국장은 2012년 계단식 약가인하 당시 6,000개 품목이 인하 대상이었음에도, 현재까지 3000개 품목이 오리지널의 53.55% 수준에서 5% 미만 인하만 적용된 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중 청구량이 많아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는 품목이 약 1,500개에 달한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들 품목을 2026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단계적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2년 체계의 지속 적용으로 과도한 이익 누적’이라는 명확한 문제 인식 아래 인하 조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그동안 우려와 달리 제약사 붕괴는 없었다. 앞으로는 ‘잘하는 기업은 확실히 밀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히 약가가 조정’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약 평가 기준인 ICER(비용효과성 평가) 에 대해서도 단계적 상향을 예고했다. 현재는 3천~5천만 원 수준인데, 질병군별 가중치 적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력적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
그러나 정부의 중장기 목표는 사전평가(현행 ICER 중심)에서 사후평가(RWE 기반) 체계로의 전환이다.
이 국장은 실제 임상효과가 허가 당시 데이터와 다를 수 있으며 희귀질환·혁신신약은 불확실성 커서 사후평가 중요을 이유로 들며 글로벌 규제 트렌드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국장은 “문제는 인프라”라며, EMR 기반 RWE 분석 체계 구축, 전문성 확보, 플랫폼 연계 등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복지부 로드맵은 2026~2029년: 2012년 대상 품목 단계 인하(3년 조정 + 알파), 2030년까지: 제네릭 전반·기등재약가 전반에 대한 추가 조정 모델 확정이다.
즉, 이번 발표는 전체 개편의 ‘1단계’에 해당하며, 아직 손대지 않은 약제군도 2030년까지 포함해 구조조정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시사한 셈이다.
복지부 약가개편안은 신약 접근성,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제네릭 구조개편이라는 세 갈래를 하나의 정책 축으로 묶어낸 대규모 개편이다.
‘혁신형 제약 지원’과 ‘구약 조정’이라는 명확한 보상·규율 원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약사별 충격 수준. 필수약 원료 국산화의 현실성. 사후평가 시스템 구축 가능성. 제네릭 시장 재편 파급등은 향후 업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본격적인 논쟁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규 국장은 “충격을 완화하되,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은 하겠다”며, 제도 시행 시기·대상·방법에 대해 단계적 접근을 예고했다.
약가제도 개편이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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