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향적 입장 변화 없으면 병원 복귀 안한다"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소신 있는 의사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구축 요구【후생신보】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가 교수님들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6월 이후의 사직처리에 대해 무대응을 유지하고, 설령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경하는 내과 교수님들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저희는 사직한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입니다.
추웠던 2월에 병원을 나올 때만 해도 3월 중에는 이번 의정 사태가 끝나지 않을까 싶었고, 3월이 지나면서는 늦어도 5월 말 전에는 끝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새 무더운 7월이 되었습니다.
인턴을 할 때만 해도 바이탈을 왜 하느냐, 더 편한 과를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각자 좋아하는 일을 좇아 내과 수련을 결심하였고, 국내 최고의 내과인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수련 받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입국했었습니다.
수련은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근무시간을 지키면 동료가 힘들어졌습니다. 서울대병원이 아니면 진료받을 수 없는 중증의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몰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내과에 왔는데, 오히려 많은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 현실이 견디기 어려운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점점 상태가 나빠져가는 환자를 어떻게든 붙들어 살려냈을 때의 안도감, 해냈다는 성취감, 환자와 보호자의 진심어린 감사가 저희를 지탱해주었습니다. 가장 힘들 때 늘 곁에 있어주었던 동기들, 저희와 같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 저희의 실수를 지적하시면서도 아낌없이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의국 생활은 몸이 힘들지언정 정말 즐거웠습니다.
병원에 남아 계신 교수님들에 대해 비판하는 일부 소수의 전공의들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수님들과 함께 환자들을 계속해서 봐왔던 저희 내과 전공의들은, 교수님들이 떠나면 환자들은 정말로 희망을 잃기에, 그리고 정부의 횡포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기에 자리를 괴롭게 지키고 계심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커녕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안만 내놓는 현실에 답답하고 계실 것을 제자인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만행이 옳지 않듯이, 저희의 행동도 일부 정당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월 이후의 사직 처리와 가을턴 공고는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입니다.
2월부터 6월까지의 결근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2월 사직서를 6월로 처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나 다름없으며, 가을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들에게 본인 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지금 아니면 어려울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돌아가면 4개월 간의 수련 공백을 수련으로 인정해주고, 졸국년차는 내년에 전문의를 차질없이 딸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소신 있는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기구를, 지속가능성 있는 의료 시스템을 원합니다. 각자도생과 개인주의적 신념이 팽배해지는 와중에도 내과에 지원해준 예비 1년차 선생님들께 내과에 잘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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