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가이드라인과 인증 시스템 함께 마련해야”제2회 대한재택의료학회 추계 심포지엄 성료…재택의료 질 관리방안 집중 논의【후생신보】 “환자 안전과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질 관리 미룰 수 없어 재택의료 제도 초기부터 표준 설정하고 가이드라인과 인증 시스템 함께 마련해야”
대한재택의료학회(회장 이건세)가 12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 2층 라벤다홀에서 ‘제2회 춘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재택의료, 질 관리 및 인증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재택의료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대두된 재택의료의 질적 성장을 위한 도전과 과제를 논의했다.
환자중심의료기관으로 일차의료 재편하고 기능과 역량 강화해야
‘일차의료기관에서 임종까지-의료의 사회적, 공공적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강연에 나선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인하대 의대 교수)은 “방문의료를 해야 하는 이유는 질병의 발생원인과 환자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이유를 세밀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낮은 수가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현재 의료 시스템으로는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건강보험 재정난에 대처하려면 일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급자나 질병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원가는 단과전문의, 단독 개원이 80%를 웃돌고 있다”며 “다학제팀 접근이 가능한 기능적 일차의료 기관을 늘리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일차의료기관이 환자의 전 생애주기를 통합적으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재택의료 인증제도 통해 서비스 품질 높이고 환자 입원률 낮춰
다국적 홈헬스케어 기업인 미국 바야다홈헬스케어의 딘 L. 드리진 디비전 디렉터는 이어진 제2주제강연에서 ‘미국의 재택의료 현황과 과제-재택의료 제공자에 대한 인증효과’를 발표했다. 드리진 디렉터는 미국의 주요 홈헬스케어(재택의료) 기관 다수가 자발적으로 민간 인증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환자 예후를 향상시키는 촉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증은 일관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환자 안전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신뢰를 촉진하고 업체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방문진료 시설 기준과 가산 기준 세분화…2년에 한 번씩 재택의료 보상 개정
재일교포로 일본 고베 신경내과 홈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신용문 이사장은 일본의 재택의료 질 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후생노동성 주도하에 방문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과 가산 기준을 세분화해 2년에 한 번씩 보상 기준을 개정하고 있다. 엄격한 시설 기준과 수가 개선을 통해 재택의료를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폼페병과 같은 희귀 유전질환 환자까지 재택의료로 돌보고 있다”며 “재택의료가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진료와 돌봄을 제공해 병원 의존도를 줄이고 환자가 최대한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택의료 사례관리 중요…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 관리 대응 방안 가이드라인 필요
2부 ‘만성질환 환자의 방문진료 질 관리’ 세션에서는 △신경계 퇴행성 환자관리와 재택의료(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ㆍ대한재택의료학회 대외협력이사)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재택의료와 방문진료(이상범 서울신내의과 의원ㆍ대한재택의료학회 대외협력이사) 발표가 진행됐다.
이상범 원장은 “진료 환경이 구조화된 병원과 달리 환자의 집을 찾아가 보면 필요한 진료를 가로막는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며 “수가 개선 외에도 주거환경, 보호자와의 갈등 조정 등 다양한 사례들에 관리하고 대응할 가이드라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 가산 등 합리적 경제적 보상 필요…양적 질적 성장 동시에 이뤄져야
오후 세션에서는 방문진료, 방문 간호 등 재택의료 현장 전문가들이 재택의료 현황과 질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모색했다.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원장, 김영애(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총괄 코디네이터, 김선희 한국방문간호사회 부회장이 각각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제안했다.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원장은 “질적인 재택의료가 가능하려면 환자 중심의 다학제팀 구성과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고도화된 사업 모델 확립 및 모니터링과 더불어 중증환자에 대한 사례 관리료 가산 등 합리적인 경제적 보상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언론계,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패한 패널 토의에서 패널들은 재택의료 질 관리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대한재택의료학회 부회장)은 “정책적으로 공동개원을 활성화하고 전공의가 동네의원, 특히 재택의료기관에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성옥 건보공단 요양급여실장은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어르신 돌봄의 경우 시설보다 재가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재택의료 분야에 충분한 재정을 할당한다는 것이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연구 결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비스 질평가 지표 개발과 교육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급여과장은 “정부도 개별 시스템 모형보다 보다 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여러 영역의 연계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세션 좌장을 맡은 이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회장은 “관련 시범사업의 주관 부처가 제각각이어서 통합적 진행이 어렵고 특히 장기요양보험이나 사회복지 부문과의 통합 조정이 쉽지 않다”며 “재택의료 인프라와 공급자 확대가 무척 중요하지만 공급자별로 편차가 크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질적 측면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은 폐회사에서 “재택의료가 시작하는 단계에서 질 관리 논의가 이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재택의료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에 대한 표준을 우선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며 “학회가 재택의료 표준을 제시하고 서비스 질을 높여 나가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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