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 회의 ‘파행’ 의협 의대정원 수요조사 강력 반발정부, 파업 카드 꺼낸 의협에 국민 생명 볼모 유감 표명【후생신보】 정부와 의사단체가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지만, 전날 발표한 의대정원 수요조사결과를 두고 서로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이다 시작 10여분만에 종료됐다.
22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는 보건복지부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정성훈 보험급여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하였고, 대한의사협회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김종구 전라북도의사회 회장,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서정성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2기 의료현안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양동호 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회의 시작 전부터 복지부를 비판했다.
양동호 단장은 "2기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하자마자 정부가 핵폭탄을 날렸다"며 "수요조사는 사실 고양이한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일반 여론 조사 기관에서 했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국가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비과학적인 조사를 해 발표하는 것은 여론몰이"라고 주장했다.
양 단장은 "의대 입장에서야 정원을 늘리면 대학 위상이 올라가니 좋을 것"이라며 "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있는지 등을 반영한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결과를 무분별하게 발표하는 것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고 피력했다.
양 단장은 "의대에 정원 확대 규모를 물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의대에 얼마의 정원 확대를 원하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과학적, 객관적이지 않다"며 "의료 접근성, 환자의 대기 일수, 건강지표 등을 반영해 의사가 많은지 적은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단장은 복지부와 의료계 간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불과 일주일 전 신뢰를 기반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복지부가 비과학적인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신뢰를 정면으로 깨부쉈다는 논리다.
그는 "시장에서 물건 흥정하듯하지 말고 국민 건강을 위해 어떻게 가는 게 제일 올바른 방향인지, 0이라는 숫자에서 한 번 생각을 다시 해봤으면 한다"라며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가 국가 정책을 세울 때 현장에 있는 의료 전문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의료계의 신뢰를 짓밟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협을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로 이용하는 복지부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 때문에 의료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오는 26일 열릴 전국의사대표자 회의에서 앞의로의 대응 방향, 협상단의 거취를 결정한다. 최후수단을 동반한 강경투쟁도 고려하고 있으며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표로 자리에 나선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이제 막 첫발 뗀 상황에서 총파업과 강경투쟁 언급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드럽게 맞섰다. 이어 “국민이 진료실과 응급실, 수술실에서 나와 가족의 생명을 믿고 맡겼던 의사들이 언제 다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실력행사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걱정하는 일이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의료정책패키지에 대해 논의를 앞두고 종료된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와 의협은 그간 17차 회의를 통해 의료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왔다”며 “의대정원 확대 뿐 아니라 필수의료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정책패키지를 논의해 나가던 중 18차 회의가 충분한 논의 없이 종료된 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경실 정책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현안협의체와 또 여러 회의체들을 통해 의료사고 부담완화와 수가 정상화, 그리고 의대정원 확충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말씀드린다”며 “의협이 주말에 개최하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의료인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시 정각이 되자 회의는 모두발언으로 시작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부족으로 진료실 문을 닫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귀담아서 들어야 한다”며 “내가 일하는 병원의 인력은 부족하고, 수억원의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의사를 길러 내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는 모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의대증원 관련 수요조사 발표 이후) 의료계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며 “정부는 의사협회를 필수·지역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 협상자로 생각하나? 협상과 협의회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정부와 평행선을 달렸다.
의협은 오는 26일 서울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계속할지, 파업 일정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단장은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면 현재 국민이 불편을 겪더라도 (파업을) 강행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의료계 내부에 많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17차례에 걸쳐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하여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및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해 왔음에도 의협이 충분한 논의 없이 퇴장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앞으로도 의협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 마련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에 대하여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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