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내과의사회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떠넘긴 법원의 판결에 분노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의료의 전문성, 특수성, 불확실성을 전면 부인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하고 ‘의료분쟁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지난 2일 독감치료제 사고 배상 판결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과의사회는 “질병 자체 동반증상으로 인한 것인지, 약제의 이상 반응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인과관계가 뚜렸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가 자기 결정권 행사를 보장해주려 주치의가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설명 의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된 바 없고 특히 의료행위의 모든 과정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오감을 이용한 진찰로 시작되는 진료는 환자 개개인의 생물학적 특성, 의사-환자의 관계 및 사회경제학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진단 및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동일한 진단명에 같은 치료를 해도 치료 경과가 다르듯이 투약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의 결과는 예측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의료사고 관련 판결이 의료인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의료의 전문성, 특수성, 불확실성을 전면 부인하는 처사”라며 “지난해 말 위법적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의 암 진단을 놓친 한의사에게는 면죄부를 주며 초음파 사용을 합법화한 법원의 판단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의료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의료인에 대한 검찰의 입건, 기소는 필수의료 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예비의사들의 지원 기피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의대 신설, 의대정원 증원을 한다고 지방의 의료인프라가 개선되고 필수의료 전문인력이 충원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비고의적 의료과실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의 제정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시급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제 위주의 정책과 법적 처벌은 방어진료를 조장해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경증질환 및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 건강검진, 예방접종 분야도 다른 분야의 기반강화책 만큼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과의사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배상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의료분쟁조정, 중재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의사 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법원은 5년 전 독감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 주사치료를 받은 후 귀가한 청소년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하반신 마비가 온 사건과 관련, 의사와 병원 측에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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