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며칠 전 EBS ‘명의’ 프로그램에서 관상동맥우회술과 관련된 방송이 있었습니다. 복재 정맥을 떼어내 심장에 연결하는 장면을 보고 있던 남편은 놀라서 “저렇게 떼어낸 혈관을 쓸 수 있는거야? 심장에는 어떻게 붙여? 본드 같은 것으로 붙이는거야?” 라며 질문했습니다.
복재 정맥을 뛰고 있는 심장의 미세 혈관에 이어 주는 수술은 접착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수술이기에 관상동맥은 접착제로만 봉합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남편을 통해 알았습니다.
“심장을 멈추고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대부분 뛰고 있는 심장에 혈관을 이어 주는 수술을 해. 아기 속눈썹보다 더 작은 바늘로 봉합하는 미세수술이야. 난이도가 높지” 라고 대답해주니, “디스코팡팡에서 구멍 난 양말에 바느질 하는 느낌인가?” 라고 이어서 질문하는 남편의 비유에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학창 시절 놀이동산에서 빙빙 돌아가며 강하게 흔들리는 원반에서 떨어지지 않고 앉아 있던 추억을 회상하는 남편이었습니다. 어디 가서 간호사 남편이라고 이야기하지 말라며 호들갑 떨면서도 순간 (루뻬)확대경을 하고 계신 교수님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고요한 수술실, 환자의 심장은 계속 해서 뛰고 있고, 이기종교수님은 심장 박동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봉합을 이어갑니다. 흔들림없이 신속하게 봉합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호흡은 하고 계신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흡을 하고, 호흡을 하게 되면 그 작은 바늘은 흔들림이 있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봉합하는 그 순간 만은 잠시 숨이 멎은 것처럼 흔들림 없는 모습입니다.
쉬지 않는 환자의 심장 박동에 맞춰 작은 바늘을 들고 관상동맥을 봉합하는 과정은 정교한 과정입니다. 남편이 이야기한 디스코 팡팡 위 에서 바느질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실 안에서 교수님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무거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내흉 동맥을 박리하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이, 관상동맥을 봉합하는 동안은 순간의 집중력이 느껴집니다. 그러기에 수술이 진행되는 모든 시간은, 침묵의 시간입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게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일하고 있는 관상동맥을 컨트롤 하는 일이야 말로 감정을 절제해야 하기에. 침묵과 무거움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수술실 밖에서 교수님은 언제나 간호사를 먼저 배려해 주시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따뜻하게 챙겨 주시는 분입니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거나, 다친 간호사들을 진심으로 걱정 해 주시고 잘 챙겨 먹어야 빨리 낫는다며 과일을 보내 주시고, 수술이 늦게 끝나는 날은 집에 가는 길까지 걱정하십니다. 수술실 안에서 외과적 섬세함이 수술실 밖에서는 타인을 먼저 배려하시는 내면의 섬세함으로 느껴집니다.
교수님의 관상동맥우회술을 참여 할때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지만 그동안의 수많은 침묵의 시간이 곧 신뢰의 시간으며, 그 누구보다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느껴지기에 한 팀이 되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스코 팡팡이라는 재미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하였지만 저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가는 관상동맥우회수술에 참여하는 팀원으로써, 강남세브란스 병원 흉부외과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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