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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일상> MZ세대와의 소통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3/08/03 [11:21]

<수술실 일상> MZ세대와의 소통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3/08/03 [11:21]

【후생신보】오랜만에 가족들과 도서관을 갔습니다. 2년전 만해도 직원에게 직접 책을 빌렸는데, 자동화 기계로 대출, 반납은 물론 책 소독까지 됩니다. 책상에 태블릿을 올려놓고 보고 있거나, 태블릿에 메모를 하는 20, 30대와 북 스탠드에 책을 올리고 노트에 메모하고 있는 50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책을 보며 노트에 메모하는 사람들과,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들, 각자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동화 기계로 대출을 합니다. 아직도 가계부는 수기로 작성하고 중요한 내용은 펜과 다이어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남들이 말하는 꼰대일까요?

 

몇 달전 신규 간호사들에게 수술 관련 교육을 할 때의 일입니다. 한 후배가 교육하는 동안 계속해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후배의 태도에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가 다가와 교육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합니다.

 

그림까지 그리며 정리해 놓은 휴대폰 속의 메모를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휴대폰으로 메모하는 후배를 보며,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던 저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인자한 척 후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생각부터 갈등이 시작되듯 나와 다른 메모방식이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MZ세대들은 메모하는 방법부터, 활용하는 도구나, 소통방식은 기존 세대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방식과 이해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의 모든 간호사들은 사소한 업무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긴장감 속에서 일하는 수술실 간호사들은 한 팀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많지만 가끔 소통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사표현이 분명하고 자유와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배를 이해 못하는 선배,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권위적인 꼰대라고 이야기 하는 후배, 이렇듯 서로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수술실에서 일하면서 후배들에게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후배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에 진심어린 공감 하지 때도 많습니다.

 

수술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빠르며, 수술에 따라 발생 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든든한 선배간호사들이 제 주변에 있습니다. . 오랜 시간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분들입니다. 경험은 인식의 변화라 했습니다. MZ세대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닐까요?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 문화적 배경과,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들이 오히려 소통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후배들이 온전히 지시에만 따르길 바란다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선배는 WHY?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들의 방식으로 설명해주고, 후배는 과거가 있었기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다양한 세대의 간호사들이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 함께 하기에, 서로 독립적인 인격을 가지고, 경계를 지키며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일화를 강요하기 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점을 찾기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기 보다인정이 필요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뚜렷하게인정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비행기 출발점이 5도만 바뀌어도 목적지가 달라 지듯 나부터 타인을 인정하는 작은 변화가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작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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