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숨이 턱 밑까지 찼다, 배제 말고 기회 달라”남충희 요양병원협회장, 정책설명회 결과 브리핑, "이구동성 불합리한 제도 개선․수가 개선 요구" 밝혀【후생신보】수년 새 요양병원이 수 백 개 나가 자빠졌다. 코로나 이후 병상 가동률이 90% 이상을 찍으며 호전되고 있지만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이야기가 집행부 병원에서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갖고 “요양병원 배제, 차별 정책으로 인해 노인의료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이날 남충희 회장은 “최근 요양병원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병원 대표자들은 턱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탈출구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했다”면서 “정부의 요양병원 패싱(passing), 차별 정책이 계속되면서 노인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요양병원협회는 지난 5월 19일 대전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광주, 서울 등 전국을 돌며 ‘2023년 상반기 요양병원 정책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는 정책설명회 후 지역 요양병원의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 예정에 없이 마련된 자리였다.
정책설명회를 통해 민심을 전해들은 남 회장은 이날 요양병원 대표자들이 지적한 배제, 차별 정책의 하나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별도의 본인부담 상한선 설정을 먼저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에 120일 초과 입원한 소득 1~3구간(소득 하위 50%)에 한해 급성기병원보다 45만~62만원 높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설정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부터는 요양병원 장기입원을 차단하겠다며 120일 초과 입원한 전체 환자의 본인부담상한액을 급성기병원보다 최대 234만원 높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소득 10분위의 본인부담상한액은 급성기병원에서 치료 받으면 780만원이지만 요양병원에 121일 이상 입원하면 1,014만으로 크게 높아져 환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의료기관인데 이런 식으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은 퇴원환자에 대한 방문진료, 방문재활치료도 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 방문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 한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문재활치료 역시 재활의료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요양병원에는 다양한 전문의와 간호인력,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고 있어 다학제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방문진료, 방문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수가도 받을 수 없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입원환자 당 1일 안전관리료 수가는 200병상 이상 병원이 3,350원, 100~200병상 미만이 1,270원, 2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이 1,540원이지만 환자 안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묻지마’ 식으로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보다 간호인력 구인난이 더 심각하고, 야간 근무 간호사에 대한 보상이 더 취약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와 야간간호료를 급성기병원에만 지급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 상급병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대상에서 제외돼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입원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감염 관리를 위해 급성기병원과 동일하게 상급병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감염병 치료 능력을 입증했고,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 환자들이 격리실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격리실 수가는 병원급이 1인실 19만 5,800원, 2인실 13만 1,880원, 다인실 11만 1,420원인 반면 요양병원의 경우 1인실 12만 5,460원, 2인실 8만 3,640원, 다인실 7만 260원으로 턱없이 늦고, 심지어 의원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급성기병원에는 적용하지 않는 입원료 체감제를 시행해 격리실 입원 후 16~30일이면 입원료 10%, 31일 이후 15%를 삭감해 마치 요양병원이 수가를 더 받기 위해 장기입원을 조장하는 듯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요양병원에 대한 수가를 차별하면서도 당직간호사 기준을 급성기병원보다 더 강화해 노인의료의 정착을 위협하고 있다.
급성기병원의 야간 당직간호사 기준은 환자 200명 당 2명이다. 반면 요양병원은 80명 당 1명을 적용하고 있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과 달리 야간 응급진료가 많지 않은데도 당직간호사 기준을 강화해 낮시간에 집중해야 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고,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의무인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정책설명회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나왔다.
남 회장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으로 적정성평가를 하고, 2주기 3차 평가부터 종합점수 하위 5% 요양병원에 대해 6개월간 각종 가산수가를 환류하면 매년 50개에서 70개 요양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10년 뒤 살아남을 요양병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위헌적인 적정성평가 틀을 바꾸기 위해 헌법소원 진행 방침”이라고 단언했다.
요양병원에 대해서만 의무인증을 강요하고, 인증비용의 20%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 역시 반드시 의무인증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궁극적으로 자율 인증 전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는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 배제를 이제 멈추고, 만성기 치료, 재활, 투석, 호스피스, 감염, 암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거듭 호소했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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