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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일상> 죽음 그 무한한 무거움에 대하여.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3/07/10 [07:00]

<수술실 일상> 죽음 그 무한한 무거움에 대하여.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3/07/10 [07:00]

【후생신보】 새벽 2, 환자가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오늘도 막 달아난 잠을 벗 삼아 서둘러 병원에 도착합니다. 수술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두려움을 직면합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의사가 이동 침대에 올라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 중입니다. 빠르게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면서 동시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수술 침대로 이동합니다. 위급한 만큼 신속하게 준비합니다.

 

수술을 시작하기 위해 칼을 드는 순간, 또 한번 심정지가 옵니다. 30분 동안 CPR을 하면서 돌아오길 기도하지만 요동치던 심전도가 직선을 나타냅니다. 인생은 점선으로 이루어진 곡선이라 했거늘, 심전도가 직선이 되는 순간 그녀의 삶의 마지막 점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주치의의 사망 선고 소식을 전해 들을 보호자들은 절망합니다. 먼 거리에 있는 가족들의 비명 소리가 복도를 울립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가족이 떠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상황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특히 자식의 갑작스러운 죽음, 딸을 읽은 부모의 슬픔을 생각하며,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저는 그 슬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불과 몇 분전 집으로 가던 딸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흐르는 것을 감추려 마스크를 올려 쓰고 수술 모자를 내려씁니다. 그녀의 팔에 있는 정맥 주사를 제거하고 지긋이 누르며, 무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문을 내리고 차가운 새벽 바람을 맞아 보지만 답답하고, 공허한 마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죽음은 갑작스러운 이별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다가 쓰러진 사람, 이른 아침 운동을 하다가 쓰러진 사람, 출근길 교통사고 등, 수술을 받기 전 사망하는 사람들, 이런 갑작스러운 두려움의 순간들을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도 갑작스러운 이별이 있었습니다. 결혼 후 가족 여행에서 외삼촌과 갑작스러운 이별했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남편을 보는 외숙모와 붙잡을 수 없는 오빠를 보며 절규하는 엄마를 지켜 만 보았습니다. 그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했습니다. 죽음의 순간은 단 몇 분 이었지만 슬픔의 시간은 오래도록 지속 되었습니다. 결혼 앨범이 도착하던 날, 주례를 서시던 외삼촌의 사진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 슬픔을 표현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 살던 할머니의 임종의 시간이 1년이었고, 할머니의 임종을 가족들 모두 함께 하면서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그때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많이 힘들었지만 가끔 만나던 외삼촌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를 맞이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 외삼촌이 좋아하시던 홍어를 보는 날이면 눈물로 가득한 베개에서 잠이 듭니다.

 

그들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인지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후 절차에 진심을 다하며,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함께 하며 그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질병으로 인한 임종의 순간,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이별 등 죽음을 수도 없이 마주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간호사 입니다. 죽음, 그 무한한 무거움에 대해 진심으로 함께하는 태도에서 간호사로서의 삶, 그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 듯, 죽음의 순간들을 피할 수 없기에 순간의 소중함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그 두려움의 순간을 이겨내고,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불평, 억울함이 아닌 평온함, 희망으로 가득한 한 간호사이자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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