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살려주십시요! 어린 두 딸과 와이프는 저 밖에 없습니다!”
40대 초반의 남자가 응급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 침대로 이동합니다. 3살, 5살 딸 둘과 아내에게 다른 가족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모두 바쁘게 움직이던 그 순간 절규와 가까운 그의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가까이 있던 저는 그의 손을 잡으며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시라 이야기 합니다. 수술이 잘 끝날거라는 확신도,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확답을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 할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를 위한 최선의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수술은 시작됩니다.
며칠 전, 혹은 몇 개월 전에 예정 된 수술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안정적인 수술이며, 예정된 수술이기에 그들의 불안이 적을 것이다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예정된 수술과 응급수술을 모두 겪어 보니, 수술에 대한 불안감은 예측가능하거나, 수치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실의 환경과 수술 과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웠습니다. 이동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수술 침대로 이동하는 그 길은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곧 의식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기에 죽음의 공포와 유사한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수술이라 할 지라고 무서운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겪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환자에게나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 했음을, 같은 침대에 누워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알 것 같습니다.
일상 속 간호사로 일하며 바라 보는 시선과 환자로서 침대에 누워 수술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랐습니다. 수술이 끝난 환자의 통증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마취준비실 천장에 적힌 성경 한 구절을 읽습니다. 감염예방 때문에 수술실이 추울 수 있다고 설명하던 내가, 긴장감과 함께 몸을 떨었습니다. 정말 몸의 온도가 떨어진 것인지, 긴장감이 만들어낸 떨림 인지 알 수 없습니다. 수술 진행을 위해 무영등을 조절하던 내가, 무영등의 무게에 짓눌려 두려움이 고조되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손을 잡으며 이야기 합니다. ‘걱정하지마. 잘 끝날거야’. 위로의 한마디의 그 가치를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우리에게는 일상일 수 있습니다. 지체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의 불안에 진심 어린 공감을 해줄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들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차가운 수술실을 기억하기 보다 따뜻한 관심과 위로를 건네는 간호사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외래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환자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인사하지만 마취 전 잠깐 보았던 저의 얼굴을 기억할 리 없습니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도 걱정하던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 보며 안도감을 느낍니다. 나의 태도에 대한 가치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차가운 수술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었는지 되돌아 봅니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정화 간호사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