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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일상> 시작과 끝을 이끌어 가는 마취과 의료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3/05/02 [08:58]

<수술실 일상> 시작과 끝을 이끌어 가는 마취과 의료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3/05/02 [08:58]

【후생신보】 수술실 전체를 울리는 커다란 알람소리. 복도를 지나가던 마취과 의사와 마취 준비실간호사, 쉬고 있던 의료진들까지 알람이 울리는 방으로 뛰어갑니다. 이때, 환자에 대한 걱정과 안도감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불안정한 한 상태의 환자는 곧 안정을 찾고, 의료진들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수술의 결과, 그 안에는 안정적인 마취가 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진행되는 안정적인 마취 과정이 있는 반면, 긴박한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들의 숨을 잡고 끈질긴 사투를 하는 마취과 의료진들을 볼 때면 경이롭기 까지 합니다.

 

이렇듯 수술의 필수 요소인 마취과 의료진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와 함께 합니다. 인체의 모든 기능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며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마취과 의료진은 알지 못합니다. 수술 전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잠시 마주하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의 얼굴이나 목소리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수술 중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돌보며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마취 상태인 그들은 기억할 수 없습니다.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에도 기억되지 못한 우주인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마이클 콜린스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이클 콜린스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장엄하고 황량한 곳에서 달 표면을 탐사하던 그때, 컬럼비아호에서 달의 궤도를 주회하고 있던 마이클 콜린스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이유는 지구로의 무사 귀환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달 탐사가 끝난 후 달 착륙선과 사령선이 다시 만나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해서는 사령선의 비행이 이어져야 했습니다. 그는 사령선에 홀로 남아 달의 반대편, 빛이 전혀 없는 암흑 속에서 28시간 동안 비행했기 때문에,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는 영웅 선장 닐암스트롱과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령선을 조정하며 지구와 교신하고, 달 착륙 업무를 도우며 달의 궤도를 돌고 있던 마이클 콜린스를 보며 마취과 의료진이 떠올랐습니다. 역사적인 순간 달 착륙과 지구로 무사 귀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그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합니다. 수술을 받는 동안 안정 상태를 유지하며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이끌어 갔던 마취과 의료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안정적인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고요한 밤바다처럼 평온하게 느껴지지만, 출혈 량이 많거나, 상태가 위중할 때는 비바람 치는 파도와 같습니다. 이처럼, 어떤 수술이든, 수 많은 사건 안에서도 모든 상황을 통제 하며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취과 의료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수술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실의 밝은 무영등 아래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매 순간, 소독포 뒤 가장 어두운 곳에서 환자와 직접 마주하는 그들의 숭고함이 있었습니다.

 

호흡이 곧 생명이라 했습니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의 들숨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날숨까지 “호흡”이 곧 삶의 시작과 끝입니다. 수술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온전히 그들에게 호흡을 맡기며 시작과 끝을 이끌어 가는 마취과 의료진들이 있습니다.  “생과 사의 틈새에 끼여 그 둘이 절대 합치됨을 허락할 수 없는 나의 직업, 나의 천직” 이라고 이야기 하는 어느 마취과 의사의 글처럼 천직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마취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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