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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일상>아기 식도에 걸린 옷핀 나오는 순간, 의료진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3/03/20 [07:00]

<수술실 일상>아기 식도에 걸린 옷핀 나오는 순간, 의료진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이정화 간호사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3/03/20 [07:00]

【후생신보】 응급수술을 마친 흉부외과 의사가 수술실을 나간 후 일제히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에요.”

 

응급 수술을 위해 주말에 병원을 나온 의료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이를 안전하게 엄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저는 15년 차 수술실 간호사입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수술실은 36524시간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모든 외과 의사, 마취과 의사, 마취과와 수술실 간호사들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응급수술을 위해 수술실을 지킵니다. 평일 시간에는 예정되어있는 수술에 참여하고, 새벽이나 주말에는 긴급하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응급수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말의 경우에는 대부분 생명의 위급하고,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을 오게 됩니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응급의학과 의사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협진이 필요한 각 부서에서 연락합니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술실과 마취과, 담당 과의 의료진들에게 연락합니다. 수술 준비가 끝나면 응급실에서 최대한 빠르게 수술실로 이동하게 되고 보호자와 짧은 인사를 나눈 후 환자는 수술대에 올라 수술을 받게 됩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겨울 주말 근무를 하던 어느 날 수술실 문밖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외과 응급수술을 마치고 다음 응급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복도로 나갔습니다. 그때 수술실 문밖에서 울고 있는 작은 아기, 그리고 그 작은 아이를 안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엄마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해야 할 다음 응급수술은 바로 울고 있는 아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응급수술은 식도에 걸려있는 옷핀을 제거하는 수술이었습니다.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가 탁자에 놓은 옷에 걸려있는 옷핀을 삼켰고, 옷핀이 벌어진 채 식도에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빠르고 안전하게 제거해야 하는 수술이었습니다.

 

긴급한 상황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뇌혈관 수술, 기흉 수술, 심장 수술, 제왕절개 등과 같은 다양한 수술을 경험해 보았지만 아이의 식도에 걸린 옷핀을 제거하는 수술은 처음 참여하는 수술이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수술실 복도에 울리고 있었고, 저는 동시에 빠르게 수술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의 응급수술에 참여할 마취과 의사, 마취과 수술실 간호사, 그리고 수술을 집도할 흉부외과 의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수술을 준비하였습니다. 천천히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었습니다. 흉부외과 의사는 신중하게 식도에 작고 긴 카메라를 넣고 집게로 조심조심 옷핀을 제거합니다.

 

옷핀이 나오는 순간 일순간 고요해졌습니다. 모두의 눈길이 작은 옷핀으로 향합니다. 1cm 정도의 아주 작은 옷핀이었습니다. 벌어져 있던 옷핀이었기 때문에 날카로운 바늘로 인해 식도에 큰 상처를 내게 된다면 아이는 병원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했습니다. 흉부외과 의사는 옷핀이 제거된 자리에 구멍이 있거나 출혈이 있는지 확인하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 후 불안해하고 있을 엄마에게 설명을 위해 수술실 문을 열고 나갑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안도의 박수를 쳤습니다.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에요.”

 

짧은 순간 모든 의료진이 눈을 마주치며 짧은 박수를 쳤습니다. 그 짧았던 수술 시간이 모두에게 기적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정말 가슴 한편을 쓸어내리는 안도감과 가슴 뭉클한 따뜻함이 제 마음속을 가득 찼습니다. 수술의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옷핀이 나오던 찰나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한 장면 한 장면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아이는 회복실로 이동하고, 엄마의 품으로 안기는 아이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돌아갔습니다.

 

겨울만 되면 엄마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을 보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었던 그때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지금쯤 그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의료진들과 수술실 간호사들은 그 아이의 기억 속에 없겠지만 그 순간 함께했던 의료진 모두 온 에너지를 아이를 위해 쏟았던 만큼, 앞으로도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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