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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 장애 -5

관리자 | 기사입력 2007/05/10 [09:33]

양극성 장애 -5

관리자 | 입력 : 2007/05/10 [09:33]
 

소아청소년기 양극성 장애의 특징

                                                        


▲정성훈 교수<경북의대>
양극성 장애는 반복해서 우울증, 조증, 또는 조증/우울증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심각한 정신장애이다. 증상 기간 동안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활능력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기분, 에너지, 행동의 극심한 변화를 보인다. 양극성 장애의 호발 연령은 20대 중반에서 30대이지만, 유아기부터 발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소아 및 청소년 양극성장애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소아기 양극성 장애에 대한 보고가 있었지만, 1930년대 이후 미국 정신의학을 지배했던 정신분석 이론이 사춘기 이전 연령에서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1980년대 소아기 양극성 장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될 때까지도 매운 드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많은 정신과의사들은 여전히 소아기에는 양극성 장애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아기 기분장애’란 진단명이 dsm-iv(1994년)에 포함되고, 1990년대에 성인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20-40%에서 소아기 때 발병하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나, 이후 상당 기간 연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진되었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소아기 발병 양극성 장애가 드문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 알려지고, 특히 1990년대 미국에서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가진 부모의 경험담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증가되기도 하였다.


성인기에 주로 발병하는 정신장애가 소아기 또는 청소년기에 나타날 때 임상 실제에서 가장 대두되는 문제는 정확한 진단의 어려움이다. 소아나 청소년은 발달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각 정신장애의 특징적인 증상들이 잘 나타나지 않고, 연령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소아나 청소년의 정상적인 감정이나 행동들과 감별하기 곤란한 경우도 흔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도 소아 및 청소년 양극성장애 진단기준이 분명하게 확립되지 못해 성인 진단기준을 원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와 임상에서 소아, 청소년 양극성장애의 빈도가 증가되고 있어, 소아와 청소년을 진료할 때 발달력 및 현재 가정, 학교, 성적 변화, 친구관계 등에 어떤 변화가 있거나 혼란을 가지고 있다면 양극성장애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소아, 청소년기 발병 양극성 장애의 유병율은 약 1%로 보고 있으며, 13세 이전에는 주로 남아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소아기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가족과 친척 중에는 주요 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일차 가족들 중에 알코올중독 가족력이 높다는 보고도 있어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조증 환아 부모들 중 23%에서 자녀의 조증 증상이 출생 직후부터 꾸준히 존재했기 때문에 발병 시점을 기억하기 어렵고, 갓난 아이 때부터 지나치게 잘 놀래고 자극에 과민하고 잠을 적게 자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주로 과잉행동, 과도한 즐거움, 부적절한 웃음, 비웃음, 기분 상승이 나타나고, 입학 후에는  충동적이고 지나친 과잉행동, 짧은 주의력, 참을성 부족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적대감과 공격성을 표현하거나 폭발적인 분노 발작을 보이며, 기분은 불안정하고 급속도로 변해 좋고 나쁜 기분이 혼합된 특징이 나타난다. 양극성장애에서 조증과 우울증의 완전한 분리는 사춘기 이후에 분명해지며, 보통 발병 후 질환으로 인식되거나 치료 받는 시기가 5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고양된 기분을 특징으로 하는 성인 양극성 장애와는 다르게 소아청소년 양극성장애는 불안정한 기분이 동반된 자극과민성(짜증), 지속적이며 공격적인 분노폭발이 주된 증상이며, 즐겁거나 기분이 좋은 상태로 보이진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정상적인 감정이나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학교, 친구관계, 가정생활에서 심각한 기능 손상을 초래하는 여부가 중요한 감별점이 된다.

 

소아청소년 양극성 장애는 흔히 우울증으로 시작하거나 또는 조증/우울증이 혼재된 양상을 보여 이 연령에서의 우울 증상 감별도 중요하다. 우울 증상 역시 성인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며 주로 두통, 근육통, 복통, 피곤과 같은 다양한 신체증상들, 잦은 결석, 성적 저하, 가출, 짜증, 불평, 이유 없는 울음, 혼자 있으려 하고, 말이 별로 없고, 거절이나 실패에 극단적인 민감성 등으로 성인과는 차이가 있다. 기타 증상들은 술, 담배남용과 친구관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발병 전에 불안이나 우울장애, 기분이 늘 저하되어 있는 감정부전 장애, 기분이 하루에도 계속 바뀌는 순환 기분장애와 같은 정서장애가 많이 보인다.

 

소아기나 초기 청소년기 양극성장애는 성인기 양극성 장애보다 좀 더 심한 상태로 생각할 만한 연구결과들이 있다. 사춘기 전후에 발병할 때 흔히 삽화적인 양상이 아니라 증상이 지속적이며, 증상 변화가 매우 빠르고, 흥분하거나 짜증이 많고, 우울과 조증 증상들이 혼재해 있는 특징이 있으며, 그래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품행장애(비행)’과 같은 행동문제를 가진 정신장애와 공존해있을 가능성이 높아 종종 발병 초기 증상이 행동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년 말기에는 전형적인 조증 증상과 함께 삽화적 양상을 가져 성인 양극성장애와 거의 유사하게 된다.


 adhd는 소아기의 90%, 청소년기의 경우 30%까지 양극성 장애와 공존율이 높다. adhd 증상을 가진 환아 중에 약 20%에서 조증이 동반될 확률을 가진다. adhd와 조증은 둘 다 산만한 행동, 충동성, 과잉 행동, 정서 불안과 같은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므로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울 증상이나 매우 심한 adhd 증상을 보이는 소아나 청소년이 심한 분노발작과 기분변화를 동반하고 있다면 반드시 정신과로 의뢰가 필요하며, 만약 양극성장애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그러하다. adhd와 조증이 동반된 경우 더 어린 나이에 발병하며, adhd 증상이 더 심하고, 읽기장애의 동반율이 더 높고, 기능 저하가 더 뚜렷하다. 또한 adhd 치료제인 정신자극제가 조증 증상들을 악화시킬 수 있어, 치료효과가 미흡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때는 양극성장애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 국내에서 adhd 치료약물 사용 빈도가 급증하고 있어 adhd로 보이는 아동 중에 정서가 매우 불안정하고, 공격성을 보이고, 심한 증상을 나타내면서, 약물치료에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없다면 양극성 장애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소아청소년 양극성 장애와 감별진단이 필요한 대표적인 정신장애가 정신분열병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경우 조증은 환청, 망상과 같은 특징적인 정신분열증 증상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해 정신분열병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50%에 이른다. 불안, 초조가 주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장애의 특정 유형과도 혼동될 수 있다. 아동학대, 성폭력 등의 심한 정신적 외상을 받은 아이들에서 흔히 관찰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또한 양극성장애로 혼동 될 수 있다. 가출, 도벽, 폭력과 같은 증상을 가진 품행장애의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청소년기에 위와 같은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었다면 반드시 양극성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청소년기 양극성 장애는 성인 정도로 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 중 1%는 경한 양극성 장애로 확진되며, 6%는 지속적으로 고양되고, 의기양양하며, 흥분된 비정상적 기분을 보이는 시기가 있었다. 이 두 집단은 우울장애나 건강한 청소년과 달리 가정 및 학교생활의 심각한 손상, 불안장애와 행동문제, 자살시도, 정신과 방문 빈도 등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청소년에서는 양극성장애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하고, 경한 양극성장애 또는 일부 증상만 가진 경우에도 적극적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기 우울장애가 양극성 장애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는 양극성 가족력, 사춘기 이전의 우울장애, 갑작스런 우울증 발병, 과수면, 과도하게 느린 행동,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항우울제에 의해 유발된 경조증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높다. 최근 국내에서도 청소년 자살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 특히 청소년기 양극성 장애는 자살 위험이 높아 20%에서 적어도 한번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 삽화 동안에는 남아의 자살 위험이 가장 높다.


 양극성 장애의 치료는 정신치료적 접근과 약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를 위해 입원치료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로는 성인에게 사용하는 기분 조절제인 리튬(lithium),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발프로익산(valproate) 등을 사용하며, 그 외 정신 증상을 보이는 경우 항정신병약제도 같이 사용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을 하는 질환의 특성으로 인해 부모와 환아에게 질병에 대한 교육을 하여 치료를 꾸준히 받게 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발프로인산을 복용한 경련장애 환자들 중 10대 여학생에서 남성호르몬의 증가가 관찰되었고, 20세 이전부터 약물을 사용해 온 성인 여성에서 다낭성 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의 발생이 보고되었다. 그래서 청소년기 여학생에게 발프로인산 처방한다면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소아청소년 양극성장애가 더 이상 드문 질환이 아니지만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향후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리튬 등의 기분 조절제의 장기간에 걸친 재발 방지 효과, 일부 증상만 가진 환자군에서 약물치료 효과, 예후를 결정하는 인자들, 이 연령군에서의 약물 부작용, 급성 조증에서 발프로인산의 안정성과 효과, 약물반응에 대한 생물학적 변인, 우울 삽화 동안 기분 조절제와 항우울제 병합요법의 안정성과 효과 등에 대한 과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례 1 : 고등학교 2학년인 여학생 a와 어머니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얼굴은 매우 심각하였고 눈물마저 글썽거리고 있었으나, a는 즐거운 표정으로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면 혼자 떠들곤 하였다. 어머니는 별거 후 혼자 일하며 아이를 키운 지 2년 즈음 되었는데, 원래는 말이 없고 소심한 아이가 두 달 전부터 갑자기 짜증을 부리고 잠을 자지 않고 말이 많아지고 혼자서 히죽히죽 웃더니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 모두들 나에게 인사해.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 지 시찰해야 돼.”라고 하며 밤에 집을 나가서 새벽이 들어오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하였다. 치료자가 “넌 뭐든 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라고 묻자 “어, 어떻게 알았어? 신기하네. 난 뭐든지 하면 다 돼.” 라며 반말로 대답하였으며, 놀이치료실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연필과 종이로 일곱 색깔의 화려한 무지개를 5분만에 다 그려내고는 “난 역시 천재야. 멋있지?” 라고 어머니와 면담 중인 치료자의 얼굴에 그림을 들이 밀었다.
사례 2 : 중학교 1학년 남학생 b는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특징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개인 소아정신과의원에 데리고 갔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로 진단받고 정신자극제를 복용하였으나 효과가 미흡하여 용량을 증가하던 중 안절부절 못하고, 짜증을 심하게 내며,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툭 건드려도 폭발적으로 화를 내고, 연필 깎는 칼을 들고 죽인다고 하거나 6살짜리 여동생이 시끄럽게 한다고 마구 때리고, 야단치는 엄마에게도 심하게 대들고 문을 발로 차서 부수는 등 이전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을 보여 입원 치료를 위해 의뢰되었다. 아이와 면담 상에 시골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시로 전학을 오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습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해 마음이 울적해져서 집 근처를 혼자 배외한 적이 있었으면 가끔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례 3 :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7살 여아 c가 어머니와 병원에 왔다. 어릴 때 지나치게 잘 놀래고, 잠을 자지 않고, 예민하여 조그마한 자극에도 금방 깨서 울어 키우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하며, 여자 아이인데도 부산하고 늘 기분이 들떠 있는 것 같다가 사소한 일에 분노 폭발을 하였다고 하였다. 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도 기분 변화가 너무 심해서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다른 아이가 조금만 건들려도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어 아이들이 같이 놀기를 싫어하고 선생님이 보기에도 기분을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고 한다. 어머니도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병원에 데리고 왔으며,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을 가끔 보여서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놀이치료실에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보고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모두 꺼내 놓고도 제대로 가지고 놀지 않고 금방 싫증을 내었으며, 그만 가자는 어머니 말에 짜증과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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