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공공 의료데이터의 민간보험사 제공을 두고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가진 대표적인 공공기관들의 행보가 갈리고 있다. 특히 관련 이유마저 양 기관이 다른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본지 취재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각기 다른 이유로 민간보험사에 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과 공단은 대표적인 의료 빅데이터 보유기관으로, 2019년 기준 심평원은 약 3조, 공단은 약 3.4조 건의 빅데이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고성장 시즌을 보낸 보험업계가 재차 저성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수 보험사 심평원 데이터 열람 중
우선 심평원은 2021년 7월, 민감보험사에 데이터를 제공 방침을 정했다. ‘보험상품 개발은 과학적 연구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이 이유다. 심평원은 “데이터 3법에 따라 연구 등을 위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는데, 보험상품 개발은 과학적 연구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이 있어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는 접근제한이 금지됐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과학적 연구 목적(산업적 활용 포함)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간보험사들의 실질적인 데이터 열람은 작년 12월에 개시됐다. 심평원 데이터를 보려면 심평원 분석센터에 방문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분석센터 폐쇄가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보험사별로 1번씩 데이터를 요청했고, 7월 이후 보험사들의 데이터 요청과 관련해 심의위원회 올린 심의는 다 허가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받아간 자료는 단년도 자료로 연도 추이를 알 수 없으며, 익명처리를 거친 만큼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없다고 심평원 측은 밝혔다.
참고로 심평원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가명처리된 의료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보험사는 이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한 적이 있다.
비록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심평원이 지적받은 후 정보제공을 중단했지만, 데이터 3법 개정과 유권해석 등을 근거로 다시금 민간보험사에 데이터 이용을 허가할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았다.
▶건보공단 데이터 노리는 보험사
심평원 데이터를 손에 쥔 민간보험사는 이제 건보공단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시민단체 등의 강한 반대는 난관이다. 건보공단은 심평원이 ‘승인’ 결정을 내린 지 얼마 안 된 2021년 9월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심평원과 반대인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민간 보험사들은 곧바로 공단 요구사항을 수용‧보완해 2차 신청을 냈지만, 심의는 수개월째 보류된 상태다. 공단은 “심의하려고 하다 시민단체가 민간보험사에 데이터 제공하는 것을 심하게 반대해 가입자, 공급자 대표 등과 의견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이들은 데이터를 획득한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료 할증과 보험가입거절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협은 작년 7월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의료데이터 이용을 승인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종국에는 건보공단도 한정적이나마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심평원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과, 데이터 3법 통과, 복지부 가이드라인 등이 데이터 제공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유권해석에 따라 보험상품 개발은 과학적 연구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도 데이터를 주는 방법에 대해 조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가 서로 100% 만족은 못 해도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내용은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에선 핀란드가 의료정보의 민간 활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민의 의료정보를 전산화해 관리하고, 익명 처리된 정보는 민간 기업 등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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