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의한 위장관 증상
백창렬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다양한 약물을 처방하다 보면 그로 인한 다양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선 강의에 앞서 기질성 질환(organic disease)와 기능성 질환(functional disease)에 대해 살펴보겠다. 기질적 질환은 암이나 궤양 등 눈에 보이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기능성 질환은 IBD(irritable bowel disease), 소화불량증 등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나 불편이 있는 질환을 말한다. 따라서 기능성 질환의 주된 치료는 약물 요법이지만 기질성 질환은 수술이나 내시경 치료 등이 될 것이다. 오늘 강의는 기능성 질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기능성 질환을 유발하는 약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대한 치료 전략은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 보겠다. 아울러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중복 증후군과 장내 세균 과다 증식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본다.
FGID의 이해와 치료
기능성 위장관 질환(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 FGID)는 기질적 원인은 없지만 환자는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당히 막연한 질환이었다. 1990년대 초반 제정된 Rome criteria는 설문지를 이용해서 FGID를 정의하였고, 2016년 Rome criteria IV까지 개정되어 현재까지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2016 Rome criteria IV는 6개의 카테고리, 총 27개의 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FGID의 병태 생리에 대해서는 많은 보고가 있고,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는 것은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다. 또한 면역 질환과 위장관 감각의 과도한 민감성(hypersensitivity), 신경 자체의 이상으로 인해 위장관 운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FGID의 대표적인 상부 위장관 질환은 소화불량(dyspepsia)이고 하부 위장관 질환은 장 질환(bowel disease; BD)이다. 소화불량은 상부 위장관(주로 위 및 십이지장)과 관련한 소화기 증상을 포함하는 용어이다. 이 질환은 내시경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 FD)이 그 원인이다. BD는 소장이나 대장의 이상으로 인해 설사나 변비가 나타난다. Rome criteria IV에서 제시한 위십이지장 장애(gastroduodenal disorder)는 크게 4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이 중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 FD)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위십이지장 장애는 산 역류, 명치 부분 통증, 더부룩함, 트림, 메스꺼움 등의 매우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호소한다. FD의 대표 증상은 속쓰림, 식후 포만감(식사 후 위 내에 음식이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은 불편함), 조기 만복감(식사를 조금만 해도 너무 배가 부른 증상) 등이다. 기질적 원인이 없지만 이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FD를 의심해 볼 수 있다. Rome criteria IV는 FD를 PDS(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 EPS(epigastric pain syndrome)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와 같이 분류한 이유는 PDS와 EPS의 치료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EPS는 통증이 주 증상이며, 동통이 있거나 화끈거린다고 표현하는 환자들이 많고 PDS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다고 호소한다.
상부 위장관 증상의 치료 전략을 정리해 보자. 내시경 검사에서 H.pylori가 확인되면 제균 요법을 해야 하고, PPI나 prokinetics, TCA 등의 정신과 약물, 천연물에서 기인한 위장관 운동 촉진제 등이 치료에 쓰이고 있다. 통증이 두드러지는 EPS가 주된 FD 환자라면 PPI를 먼저 시도하고, PDS가 주된 증상이라면 prokinetics를 투여한다. 즉, EPS 환자에게는 PPI를 메인 치료제로 투여하고 필요에 따라 prokinetics를 병용하며, 반대로 PDS 환자에게는 prokinetics를 메인 치료제로 투여하고 PPI를 고려한다. 이 때 치료 반응이 충분치 않다면 EPS 환자에게는 TCA나 mirtazapine을 병용할 수 있고 PDS 환자에게는 buspiron을 병용하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약물 요법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상급 병원에 의뢰하여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아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하부 위장관 증상(장 증상)으로는 과민성 장 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rome)이 있다. Rome criteria IV에서는 IBS 진단 기준을 제시하였고, 다양한 약물이 치료에 쓰이고 있다. 변비가 주된 증상이라면 섬유소나 삼투성 하제를 고려하고, 설사가 주된 증상이라면 loperamide, 진경제를 주로 투여한다. 동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TCA도 고려한다. FGID의 치료를 간략히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 [그림 1] FGID의 증상에 따른 치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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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부 위장관 증상의 대표적인 질환인 FD의 기본 치료 약물은 prokinetics와 PPI이다. 장 증상이 있을 때 설사가 심하다면 loperamide나 dioctahedral smectite, serotonin antagonist를 투여하고, 변비가 심하다면 prokinetics, 삼투성 하제, bulk forming agent 등을 투여할 수 있다.
FGID를 유발하는 약제와 trimebutine
많은 약물들이 FGID를 유발할 수 있다. FD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NSAID가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PPI 자체가 F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NSAID, 철분이나 아연, opiate, 화학요법제(chemotherapeutic agent) 등이 오심이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NSAID는 위 마비(gastroparesis)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또한 NSAID와 PPI는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변비를 일으키는 약물로는 opiate와 철분제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FGID 환자를 처음 진료할 때에는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 사례를 예를 들어 보겠다. 관절염이 심한 70세 남자 환자가 PPI와 NSAID를 복용 중인데, 윗배가 더부룩하고 변이 묽고 설사기가 있다고 내원하였다.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으므로 FGID로 생각되었다. 이 환자는 상부 위장관 증상인 소화불량과 하부 위장관 증상인 장 증상을 모두 갖고 있다. NSAID와 PPI 모두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고, NSAID는 설사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약물에 의한 소화기 증상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환자는 관절염이 심해서 NSAID를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소화불량 개선을 위해 prokinetics를 쓰면 설사가 심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를 최근에는 중복 증후군(overlap syndrome)으로 보고 있다. 중복 증후군은 상부 위장관 증상과 하부 위장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사례 환자와 같이 소화불량과 장 증상이 중복되는 환자가 50~60%나 된다고 한다. 이상적인 약물은 이 두 가지 증상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약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trimebutine을 소개한다. Trimebutine은 저하된 위장관 운동을 촉진시키며,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local anesthetic activity). Trimebutine은 endogenous opioid neuro-transmitter이며, μ, κ, δ 수용체에 작용한다. Enkephalin이 μ, δ 수용체에 작용하면 위장관 운동을 항진시키며 κ 수용체에 작용하면 위장관 운동을 억제한다.
Trimebutine은 위장관 운동이 항진되어 있을 때에는 κ 수용체에 작용하여 위장관 운동을 정상화시키고, 반대로 위장관 운동이 저하되어 있을 때에는 μ, δ 수용체에 작용하여 위장관 운동을 정상화시킨다. 이와 같이 trimebutine은 상하부 위장관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 작용을 갖고 있다. Trimebutine은 cisapride와 동등한 FD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Rev Bras Med, 2000), 최근 보고된 메타 분석 결과에서도 효과적인 prokinetics로 평가되었다. 또한 trimebutine은 당뇨병, 뇌혈관 질환, 편두통 환자에게 위 마비증이 동반된 경우에도 위배출 지연을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아울러, 변비가 있는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J Int Med Res, 1997), 특히 소화불량과 설사를 동반한 중복 증후군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Trimebutine은 위장관 운동을 항진시켜 소화불량을 개선시키고 과도한 위장관 운동은 정상화시키므로 설사 증상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가 JNM에 발표되었다. 중복 증후군을 유발시킨 기니아피그의 상부 위장관에 trimebutine을 투여하면 용량 비례적으로 위장관 운동이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림 2]
▲ [그림 2] 중복 증후군 모델에서 trimebutine의 유의한 상부 위장관 운동 개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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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하부 위장관에서는 용량 비례적으로 위장관 운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trimebutine은 중복 증후군 환자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앞서 보여드린 환자 사례의 경우 저는 개인적으로 trimebutine을 처방하고 있고, 치료 효과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다음은 trimebutine의 안전성에 대해 살펴보자. Trimebutine은 심각한 이상반응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물이다. 또한 trimebutine은 용량에 따라 약물의 효과가 다르다. 저는 개인적으로 trimebutine을 처방할 때 최고 용량부터 투여하고 있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고 용량으로 투여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trimebutine은 정상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즉, trimebutine은 위장관 운동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서만 작용을 발휘하는 이상적인 약물이다(Th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Digestive Disease, 1993).
장내 세균의 이해
마지막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microbiota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Microbiota에 대해서는 정량적 측면과 정성적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장은 균이 없어야 하는 부위인데, 어떤 이유에서 소장에 균이 증식하면 다양한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SIBO(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이다. SIBO는 환자의 호기에서 특정 물질이 검출되는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IBS와 SIBO가 서로 연관성이 있음이 보고되었고, FGID의 원인 중 하나로 주목 받게 되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IBS 환자에서 SIBO가 동반되는 비율이 높고 증상과의 연관성도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IBS 환자에서 SIBO가 동반되는 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IBS 환자의 장 내에는 유해 세균이 많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SIBO 치료의 기본은 항생제 요법이며, 대표적인 약물로는 rifaximin이 있다. Rome criteria IV에서도 필요한 경우 SIBO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trimebutine이 살균 작용을 나타낸다는 흥미로운 보고가 있어서 소개해 드린다. 아직 그 기전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보고라고 생각된다(Hippokratia, 2012). 다양한 상부 위장관 증상, 하부 위장관 증상 개선을 위해 trimebutine을 비롯한 다양한 약물을 시도해 볼 수 있고, 장내 세균도 그 원인 중 하나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항생제 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참고로 SIBO 환자에서 rifaximin/trimebutine 병용 요법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무작위 배정, 전향적, 이중맹검 연구가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
결론 및 요약
약물에 의해 다양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FGID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기질적 원인을 배제한 후 Rome criteria IV를 참고하여 FGID를 진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FGID인 소화불량과 장 증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원인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겠다. 특히, 상하부 위장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중복 증후군 환자에서는 trimebutine이 효과적인 약물이 될 수 있으며, 장내 세균도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 보도록 한다.
< Q & A >
Q : Tramadol을 비롯한 opioid 약물은 구역,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데, 처방 일수 제한으로 항구토제 처방이 어렵다. 이런 경우 어떤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백창렬 : 일부 항구토제는 처방 일수 제한이 있다. 저는 그런 약물보다는 prokinetics 등을 먼저 시도해 보는데, 고용량 opioid가 아니라면 비교적 안전하게 장기 투여가 가능하고 효과적이기도 하다.
Q : 약물로 인한 소화기 증상 예방 목적으로 trimebutine을 처방할 때 적절한 용량이 궁금하다.
백창렬 : Trimebutine은 용량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약물이다. 허가된 범위 내에서 충분히 투여할 때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는 trimebutine을 1일 최대 용량인 600mg부터 투여하고 있다.
Q : NSAID를 처방할 때 PPI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PPI도 소화불량 치료 효과가 있는데, 이 약이 PPI를 유발하는 기전이 궁금하다.
백창렬 : PPI는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지만 최근에는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가 많다. PPI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인데, 위산은 세균을 억제하여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PPI를 장기 복용하거나 위 절제술 등으로 인해 위산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세균 과다 증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소화불량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또한 위산이 부족하면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거나 gastrin이 항진되어 다양한 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Q : 수술 후 입원한 변비 환자에게 마그밀을 쓰면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rimebutine은마그네슘 제제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가?
백창렬 : 마그네슘 제제는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trimebutine는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므로 두 약물의 변비 개선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다. 마그네슘 제제로 충분한 변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trimebutine을 반드시 함께 투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그네슘 제제로 충분치 않을 때 trimebutine 병용 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