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필자는 정형외과 전문의이며 주요 전문분야는 무릎 관절 치환술 (total knee arthroplasty; TKA) 이다. 무릎 관절 치환술은 정형외과의 다른 어떤 수술 보다도 수술 후 극심한 통증으로 악명이 높다. 수술 후 통증은 그 자체로 심장, 폐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을 증가시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무릎 관절 치환술 후 심근경색, 폐색전 또는 뇌경색 등의 주요 장기관련 합병증은 수술 후 통증이 가장 극심한 시기인 수술 후 2~3일 이내에 대부분 발생한다.
또한, 수술 후 통증은 무릎 관절 치환술을 앞둔 환자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이자 수술 후 불만족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아울러 최근 무릎 관절 치환술 후 수술 결과 평가 방식이 대부분 환자들이 여러 가지 일상 생활에서의 만족도를 직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수술 후 통증은 무릎 관절 치환술의 임상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무릎 관절 치환술 후 적절한 통증 관리는 심각한 합병증을 방지하고 환자의 만족도를 증진시키며 궁극적으로 무릎 관절 치환술 후 임상 결과를 향상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연구와 개발을 통하여 무릎 관절 치환술 후 통증 관리 분야는 현저한 발전을 이루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술 후 통증 관리의 최신 지견은 다양한 기전의 진통 요법(multimodal)을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선제적 (preemptive)으로 시행한다는 개념이다. 다양한 진통 요법은 작용 기전이나 작용 위치가 다른 약물이나 주사요법을 병행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인 분야는 중추신경계의 하행 경로 조절 (descending pathway modulation)과 관련된 중추신경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듈록세틴 (duloxetine; 상품명 Cymbalta®)은 SNRI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계 약물로 중추신경계 하행경로의 통증억제 기능을 증진시킨다. 주요 우울증 및 범불안 장애의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및 섬유근육통 등의 질환에도 통증 조절에 효과가 인정되어 적응증이 확대되었다. 이렇듯 듈록세틴은 작용 기전상 신경병증성 (neuropathic) 통증 감소에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었으나 통각의 인지과정과 통증의 병태생리에 대하여 점점 더 이해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듈록세틴의 수술 후 통증 경감 효과의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 감소를 위한 듈록세틴의 투여 효과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었을 때 일부 환자에게서 현저한 수술 후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이는 바, 다중 요법 중 하나의 약물로 적절히 추가되었을 경우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무릎 관절 치환술 후 중추신경 감작 및 듈록세틴의 효과와 관련하여 서울성모병원 인용교수님과 함께 임상 연구를 진행하여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본 장에서는 듈록세틴의 효과를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통증의 병태생리에 대하여 간략히 알아보고, 최근 우리 팀의 연구 결과들과 함께 듈록세틴의 무릎 관절 치환술 후 통증 감소에 관한 현재까지의 근거들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본론
1. 통각의 전달 과정 먼저 통증이 인지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본다. 말초에 자극이 전달되면 통각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이 신호가 말초 신경을 따라 척수로 전달된 후 최종으로 대뇌 피질에서 인지하게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림 1>에서 보듯이 통각이 상행 경로 (ascending pathway)를 통하여 대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동시에 중추신경계내의 하행 경로 (descending pathway)를 통한 조절 (modulation) 이 일어난다는 점이다.1) 정상적인 경우 상행 경로를 통하여 통각이 전달되면 통증에 관한 역치가 낮아져 통증에 예민해 지지만 동시에 하행 경로에서 예민해진 통각을 적절히 억제하여 통각의 흥분과 억제가 어느 정도 평형을 이루게 된다. 2. 중추신경 감작 (central sensitization) 및 신경병증성 (neuropathic pain) 통증 한편,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하행 경로의 통각 흥분 억제 과정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통각의 흥분 자극만이 지속적으로 증폭되어 결국 통증에 매우 민감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중추 신경 감작 (central sensitization)이라 하며 중추 신경계 내의 신경 전달 증폭으로 인한 통증 과민현상 (pain hypersensitivity) 으로 정의한다. 말초로부터의 지속적인 부적절한 통증 조절 또는 유전적인 이유 등으로 발생되며 결과적으로 통증 역치 이하의 자극에서도 과도하게 통증을 느끼거나 통각이 아닌 자극도 통각으로 인지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된다. 또한 통증의 부위가 점차 확대되고 더 오랜 시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중추신경 감작이 지속되게 되면 통각 수용체 자극에 의한 유해수용성(nociceptive) 통증과는 다른 양상의 신경병증성 통증 (neuropathic pain)이 나타난다. 원래 신경병증성 통증은 체성감각계 (somatosensory system)를 침범하는 병변 또는 질병의 직접적인 결과로 발생하는 통증으로 정의되며 말초의 통각 수용체의 적절한 자극 없이 신경계 자체의 손상 등으로 신경에서 유발되는 통증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외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신경 손상, 대사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신경 압박 (척추관 협착증 또는 손목터널 증후군 등) 및 염증성 (대상포진 후 신경통) 원인 등이 있다. 중추신경 감작이 주된 발생 기전이며 상당 수 퇴행성 관절염 또는 수술 후 환자에서 신경의 이환 없이 중추신경 감작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이 보고되었다.2-6)
중추신경 감작 여부 또는 신경병증성 통증의 중증도는 Central Sensitization Inventory (CSI), painDETECT (PD-Q), Douler Neuropathique 4 (DN4) 및 S-LANSS pain score등의 자가-진단 평가지를 통하여 환자가 직접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중추신경 감작 또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해결이 난해하기 때문에 가급적 진단 직후부터 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심리 치료, 운동 치료, 물리치료 및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권장되고 있다.
3. 중추신경 감작 환자에서의 무릎 관절 치환술5) 오랜 기간의 무릎 퇴행성 관절염 통증으로 인하여 무릎 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중증의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20~30%에서 중추신경 감작이 관찰된다.
앞서 살펴본 내용에서 쉽게 예상이 가능하겠지만 중추신경이 감작된 환자는 이미 통각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릎 관절 치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비감작 환자에 비하여 수술 후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되고 더 많은 양의 진통제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회복도 불량하고 수술 결과에 불만족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다. 무엇보다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수술 후에도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속적인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중추신경 감작환자에서 무릎 관절 치환술시 듈록세틴의 효과를 알아보기에 앞서 무릎 관절 치환술이 수술 전 중추신경이 감작된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즉, 무릎 관절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말초 병변의 지속적인 부적절한 통증 조절에 의해 발생한 중추신경 감작이라면 무릎 관절 치환술로 말초의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였을 때 수술 후 중추신경이 탈감작 되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중추신경 감작에 영향이 없다면 수술 전의 중추신경 감작은 수술 후 임상 경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였다. 만약, 성공적인 수술로 중추신경이 탈감작 된다면 특별한 약물치료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며 수술 후 급성기 통증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비감작 환자와 유사한 임상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가설을 수립하였다.
연구진은 수술 후 2년간 추시가 가능했던 2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후 중추신경 감작 정도 및 임상 결과를 조사하여 수술 후 2년째에 결과를 비교하였다.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 환자는 55명이었고 비감작환자는 167명이었다. 연구결과 성공적인 무릎관절 치환술 후 2년이 경과하여도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 정도는 변화하지 않았다. 또한 중추신경 감작환자는 비감작 환자에 비하여 수술 후 통증의 빈도가 높고, 임상 결과가 열등하며 만족도 역시 모든 활동도에서 불만족하였다.
4. 무릎 관절 치환술에서 듈록세틴의 통증 감소 효과4) 앞선 연구 결과를 통하여 연구진은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 환자들의 임상 결과를 향상시키고 지속적인 수술 후 통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의 추가 투여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중추신경의 하행경로 통각억제를 향상시키는 듈록세틴을 주목하였다.
기존의 듈록세틴의 무릎 관절 치환술 후 통증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무작위로 듈록세틴을 투여하여 통증 경감 효과 및 임상 결과를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수술 직후 통증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듈록세틴 투여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다만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듈록세틴 투여군에서 낮았다고 하였다.7,8)
연구진은 약물의 작용기전과 기존의 임상 연구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듈록세틴은 일반 환자군보다는 중추신경 감작 환자군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설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이 확인된 환자만을 선별하여 듈록세틴의 사용효과를 알아보고자 하였고 수술 전 중추신경 감작이 확인된 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배정 연구를 시행하였다. 듈록세틴 투여군에서는 무릎 관절 치환술 직전부터 듈록세틴을 투여하여 6주간 유지하였고 대조군에서는 투여하지 않았다. 수술 후 3개월간 통증, 정신 및 신체 기능 평가 등의 회복 지수를 추시하였다.
그 결과 듈록세틴 투여군에서 수술 후 2주 이후부터 통증 경감 효과, 정신 및 신체 기능 및 우울증 지수 등이 유의하게 우수하였다. 한편 72시간내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및 약재에 의한 부작용 빈도는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 이상에서 듈록세틴은 수술 전, 후 중추신경 감작 및 이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유의한 통증 감소 효과 및 회복 증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한편, 척추 협착증 등 신경병증성 통증 관련 수술 후에도 유사한 효과가 보고되었다.9)
5. 세로토닌 증후군 세로토닌 증후군은 세로토닌 중독 현상으로 듈록세틴을 비롯한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 사용시 반드시 주의하여야 하는 부작용이다. 특히 무릎 관절 치환술 후 듈록세틴 사용시에는 통상적으로 다양한 진통제를 병용투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며 보존적 요법으로 대부분 치료되지만 심한 경우는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간과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을 복용중인 환자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임상적으로 진단하며 복용중인 약물을 즉시 끊고 대증적 요법을 시행한다.
첫째는 흥분, 불안 및 초조 등의 인지-행동 증상이고 둘째는 몸을 떨거나 근경련 또는 위축 등의 신경-근 증상이고 셋째는 발열, 땀, 혈압 및 맥박 상승 등의 자율 신경계 증상이다. 듈록세틴 사용시 절대 병용 투여 금기인 약물은 Parkinson씨 병의 치료제인 MAO inhibitor계열의 약물이다. 듈록세틴과 병용투여시 주의와 감시가 필요한 약재들은 TCA, SSRI (Zoloft, Prozac), SNRI, valproate 및 lithium 등의 우울증 치료제이며 그 밖에 tramadol, dextromethorphan, St. John’s wort, SSRI 계열의 항구토제 등이 있으며 무릎 관절 치환술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약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환자 교육 및 적절한 감시가 요한다.
■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듈록세틴은 적절하게 사용되면 수술 후 통증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약재의 작용 기전상 오랜 기간 말초부위 통증으로 중추신경이 감작된 환자나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를 위한 척추관 협착 또는 말초 신경 포착 증후군 등의 신경 감압 수술 또는 당뇨병증성 신경병증 등을 동반된 경우 등에서 더욱 뚜렷한 통증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 예상된다. 또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수술 이전에는 중추 신경이 감작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수술 후 경과 관찰 중에 급성으로 발현된 신경병증성 통증에도 부가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듈록세틴의 수술 후 통증 감소 효과에 관한 논의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어 활발히 연구가 진행중이다. 향후 듈록세틴의 수술 후 통증 조절 효과를 명백하게 규명하기 위하여 적절한 적응증, 투여 시작 시기 및 용량, 유지 기간 등에 대한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
참고문헌 1. Gottschalk A, Smith DS. New concepts in acute pain therapy: preemptive analgesia. Am Fam Physician. 2001;63:1979-84. 2. French HP, Smart KM, Doyle F. Prevalence of neuropathic pain in knee or hip osteo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Semin Arthritis Rheum. 2017;47:1-8. 3. Kim MS, Koh IJ, Sohn S, Kang BM, Kwak DH, In Y. Central Sensitization Is a Risk Factor for Persistent Postoperative Pain and Dissatisfaction in Patients Undergoing Revision Total Knee Arthroplasty. J Arthroplasty. 2019;34:1740-8. 4. Koh IJ, Kim MS, Sohn S, Song KY, Choi NY, In Y. Duloxetine Reduces Pain and Improves Quality of Recovery Following Total Knee Arthroplasty in Centrally Sensitized Patients: A Prospective, Randomized Controlled Study. J Bone Joint Surg Am. 2019;101:64-73. 5. Koh IJ, Kang BM, Kim MS, Choi KY, Sohn S, In Y. How Does Preoperative Central Sensitization Affect Quality of Life Following Total Knee Arthroplasty? J Arthroplasty. 2020. 6. Kim MS, Koh IJ, Lee SY, In Y. Central sensitization is a risk factor for wound complications after primary total knee arthroplasty. Knee Surg Sports Traumatol Arthrosc. 2018;26:3419-28. 7. YaDeau JT, Brummett CM, Mayman DJ, Lin Y, Goytizolo EA, Padgett DE, Alexiades MM, Kahn RL, Jules-Elysee KM, Fields KG et al. Duloxetine and Subacute Pain after Knee Arthroplasty when Added to a Multimodal Analgesic Regimen: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ple-blinded Trial. Anesthesiology. 2016;125:561-72. 8. Ho KY, Tay W, Yeo MC, Liu H, Yeo SJ, Chia SL, Lo NN. Duloxetine reduces morphine requirements after knee replacement surgery. Br J Anaesth. 2010;105:371-6. 9. Zorrilla-Vaca A, Stone A, Caballero-Lozada AF, Paredes S, Grant MC. Perioperative duloxetine for acute postoperative analgesia: a meta-analysis of randomized trials. Reg Anesth Pain Me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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