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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병들어가는 청춘... 술은 약 아닌 독

20대 후반 실업률 7년째 OECD 1위
우울증·알코올중독 20대 증가율 압도적

윤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20/01/28 [09:20]

취업난에 병들어가는 청춘... 술은 약 아닌 독

20대 후반 실업률 7년째 OECD 1위
우울증·알코올중독 20대 증가율 압도적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0/01/28 [09:20]

【후생신보】 우리나라는 7년째 OECD 회원국중 가장 높은 20대 후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음주로 해결할 경우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의 경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0대에서 1.6%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감소한 반면, 20대에서는 22.2%나 증가했다.

 

또한 알코올 사용장애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20대 환자는 2015년 5,007명에서 2018년 6,307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3년 사이에 25.9%나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세대별 증감율에서 10대(20.3%), 30대(-0.7%), 40대(-9.7%), 50대(-9.4%), 60대(5.3%), 70대(0.4%)를 압도하는 수치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과도한 취업 경쟁 속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청년들이 마음의 에너지가 급격하게 방전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며 “더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가 취업 실패를 자기 책임으로 여기며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발생해도 드러내지 않고 자가처방으로 술을 마시는 등 혼자 힘으로 버텨내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무료로 청년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비영리 단체에서 청년들의 감정 상태를 조사한 결과, 20대의 10명 중 6명이 “나만 뒤쳐진다”는 취업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취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대처수단으로 술을 선택한다는 데에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술로 달래다 보면 점점 의존하게 돼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또다시 술을 찾게 된다”며 “반복적인 음주를 지속할수록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술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음주로 인한 여러 사건‧사고에 노출될 수도 있다. 알코올은 이성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술에 취할 경우 자괴감에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거나 세상에 대한 분풀이로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울산에서 취업준비생인 20대 청년이 술에 취해 70대 할머니를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인 A씨는 당시 친구와 술을 마신 후 귀가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 옆에서 폐지를 정리하던 B씨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줄 알고 말싸움을 벌여 B씨의 뺨을 2차례가량 때리고 밀쳤다. 자칫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폭력행위는 다행히 현장을 지나던 고등학생들의 신고 덕분에 중단됐다.

 

반복적으로 취업 실패를 경험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피해의식이 생겨 자격지심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 등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부정적 감정 조절 능력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선 술이 아닌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다른 스트레스 대처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도 마음의 고통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상담기관이나 전문병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청년들은 젊으니까 건강하다’라고 간주하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허성태 원장은 “과열된 취업 경쟁을 비롯해 부의 양극화와 세습, 부정채용, 허위 스펙 등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 환경이 청년들의 심리와 정서에 더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청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예방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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