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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환자 의사추정 어려움 많아 개선 필요

가족범위 특정안돼 민원과 법적분쟁 위험 상존
DNR 동의서 역시 환자 가족 동의처럼 제도화해야

신형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7/18 [16:51]

연명의료 환자 의사추정 어려움 많아 개선 필요

가족범위 특정안돼 민원과 법적분쟁 위험 상존
DNR 동의서 역시 환자 가족 동의처럼 제도화해야

신형주 기자 | 입력 : 2018/07/18 [16:51]

【후생신보】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5개월을 맞았지만 여전히 환자 의사추정 등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많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과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는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환자의 의사추정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공동 주최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을 맞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연명의료행위의 중단 등 결정에 있어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 대신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환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가족 전원의 동의를 통해 연명의료행위의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환자 가족의 범위가 구체화 및 특정되지 않아 의사결정과 동의 과정에서 복잡한 법적·현실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족의 범위가 사실상 무한정으로 인정될 수 있어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은 물론 의료진의 상담·설명 및 의료행위의 시행 여부 결정 등에 있어 많은 갈등요소가 되고 있다.

 

이날 김선태 대한병원협회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환자의 의사추정이 가능한 ‘가족 2인 이상’ 합치된 의견에 따르는 경우든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어 ‘가족 전원’의 의사표시에 따르는 경우든, 현재의 ‘가족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다수의 민원과 법적분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의사결정을 하려는 가족의 수가 계속 변동되거나 주된 의사결정을 하는 가족 구성원의 변경으로 인해 동일한 절차와 설명이 반복되고 치료시행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또 가족들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서명을 한 이후에도 의료진의 연명의료 중단행위 직전에 의사결정을 번복하거나,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 없이 섣불리 결정한 후에 번복하는 등의 경우가 많아 환자를 불안정한 상태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법정 서식에 나타난 가족의 서명이 적법할 경우 추후 분쟁이 발생해도 의료진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현장에선 잘못되거나 늦어진 가족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의료진에 가하는 경우가 흔해 의료진이 법적·윤리적 비난과 책임을 감내하고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과 이행을 실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폐소생술 금지(DNR : do not resuscitate) 동의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행 연명의료법에서는 DNR 동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의료현장에서는 심폐소생술 중단이라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어도 자기결정권 행사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의사결정체계의 측면에서는 ‘DNR 동의서’와 ‘환자 가족 전원의 연명의료결정 등 동의’는 모두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의사를 대리 결정하는 것으로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며 “DNR 동의서 역시 환자 가족 전원의 동의와 마찬가지로 제도화하는 것은 의료적 측면에서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전원의 동의를 인정하면서 DNR 동의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원칙과 의료현실 간의 간극’이 계속 넓어지게 된다”면서 “DNR 동의서의 법제화는 적어도 외국의 법제를 참고하여 환자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에 의한 DNR 동의서 작성과 적용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명의료와 관련된 의료행위는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경제적 가치를 논하기 어렵다는 지만 시간과 노력을 반영한 수가책정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동일한 질병이나 상태에 있는 환자라도, 질병에 대한 이해도나 심리상태,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인식의 정도, 가족의 수에 따라서 의료진이 투입해야 하는 노력의 정도가 달라지는 만큼 그 설명과 동의에 매우 많은 시간적·경제적 노력이 투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 부위원장은 “낮은 수가책정은 자칫 의료진으로 하여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환자·가족 상담과 지도에 소홀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면서 “현재 수가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환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1촌 이내 직계 존·비속’ 등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법’ 개정안이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의 대표 발의로 계류 중이다. 

 

김 부위원장은 의료인과 환자가족 간의 법적인 갈등 완화와 더불어 환자가족 내부적 문제의 감소측면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한 입법방향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배우자만 있고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이 없는 경우 배우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다른 가족들과 의견불합치 가능성이 있어 형제·자매가 매우 가까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 2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의 사람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위원장은 “환자의 의사 확인에 있어서는 평소 환자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유년시절부터 성격의 형성이나 생활습관 등을 공유해 온 형제자매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환자를 위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연고자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족이 없는 환자(무연고자 등)의 경우 환자 가족에 의한 의사추정이나 대리결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더 나아가 가족의 존재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 또는 장기간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에는 연명의료 관련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제도적 사각지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연고자 등 가족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결정절차 신설을 제안했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받고 있는 무연고 환자가 있다면 보건복지부의 법원에 대한 요청 또는 법원 직권으로 연명의료중단 여부 등에 대해 심의하도록 하고, 법원은 별도의 의학적 자문·감정을 바탕으로 연명의료중단여부 등을 결정하거나, 해당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김 부위원장은 “가족은 있으나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거나, 지나친 연명의료중단결정의 지연으로 인해 환자의 존엄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법원 및 의료인의 판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무연고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판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당부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연명의료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인식변화 없이는 가족에 의한 의사추정이나 대리적 의사결정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위원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문화적으로 정착되기 전까지 각종 제도적 보완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국민과 환자가 보다 건강할 때 이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독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리위원회 구성·운영 관련해서는 소규모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의 운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정부 세부 추진계획 마련에 있어 현장의 의료전문가와 의료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토론자들도 의료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일면 수긍하면서도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윤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있어 절차상 편의는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이익 최우선이라는 근본적 법 취지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독거인 혹은 법적으로는 가족관계이나 실질적으로는 가족으로서의 유대나 이해가 단절된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환자의 상태와 예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담당의사가 가족과 상의해 환자 이익의 최선이라는 견지에서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DNR 법제화 가능성과 지정대리인 제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부장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DNR의 법제화 또는 합법화가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 동일한 법적 의미를 갖는 문서로의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법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백 부장은 “법이 제정되기 전에 시도됐었다면 좋았겠지만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지침으로 표준화된 양식을 제공하듯 의학회나,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의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에서 적절한 기록물로서의 DNR 표준화가 선행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리동의와 관련해선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했다. 민사상의 후견이 아니라 연명의료 및 의료에 관해 특화된 지정대리인의 제도화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제도라는 것.

 

또한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무연고자 등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숙고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마저 2015년 11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의 헌재 위헌 판결에 따라 삭제됐다면서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대리 결정의 문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현황을 근거로 한 현실적 문제로 충분한 열린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환자의 의사추정/대리결정’을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가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법이 법적서식으로 추정(가족 2인 이상)과 대리(전원동의)를 구분하는 부분과 가족의 범위를 직계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이를 외국의 사례처럼 추정과 대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가족의 범위 또한 친족 외 보다 넓은 사람의 범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법이 자기결정권의 원칙을 둔 것은 식물인간을 염두해서 둔 원칙”이라며 “연명의료결정법이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시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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