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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53)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8/06/18 [09:28]

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53)

후생신보 | 입력 : 2018/06/18 [09:28]

심방세동(6)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의 효과; CABANA연구의 파문

 

인류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지는 않아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 분명한 것이 의학의 공헌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의학적 치료 특히 심장 의학적 치료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에는 특정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사망을 얼마나 줄였는지 혹은 같은 말이지만 생존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를 중시한다. 그 치료방법이 난이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들고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더구나 '총 사망의 감소'를 중시한다. 'ICD 치료가 심부전 환자에서 기존 치료에 비해 30%의 총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라는 MADIT II 연구가 대표적이다.

 

심방세동을 살펴보자. 심방세동은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며 사망률을 1.5-1.9배 높이며 환자의 1/5에서 뇌졸중이 발생한다. 혈액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35%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정도이다. 심방세동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은 동맥경화로 생기는 뇌졸중보다 증세가 중하다. 그뿐 아니라 심방세동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부전 합병증도 생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목적은 "뇌졸중의 감소''사망의 감소'가 주여야 한다.

 

그런데 심방세동의 전극도자절제술이 뇌졸중과 총 사망을 줄이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이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 CASTLE AF 연구는 기존의 약물치료와 전극도자절제술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전극도자절제술은 총 사망과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을 38% 줄인 것으로 나타나 매우 희망적인 결과를 보였으나 이 연구의 대상은 극히 심한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였다. 따라서 심방세동 전체를 대변하기에는 부족했지만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의 사망 감소 효과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결과로 인정받았다. 부정맥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환호했다.

 

그렇다면 심부전이 심하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 즉 대부분의 심방세동 환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이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인가에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바로 몇 주 전 장기간에 걸친 연구결과가 나왔다. 바로 CABANA 연구다. 'Catheter ABlation vs ANtiarrhythmic Drug Therapy in Atrial Fibrillation'으로 '심방세동에서 전극도자절제술과 항부정맥 약물치료 요법의 비교'. 이 연구결과는 그간의 궁금증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궁금증을 더 키웠다.

 

연구의 목적은 새로이 생기거나 치료받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약물치료에 비해 전극도자절제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전극도자절제술 군에 1,108, 약물치료 군에 1,096명을 1:1로 무작위 배정해 5년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로 평균연령은 67.5, 발작성 43%, 지속성 47%였고 심근증이 9%, 만성 심부전이 15% 포함되어 있었다. crossover 즉 한 군에서 다른 군으로 넘어간 경우는 전극도자절제술에서 약물치료로 9.2%, 약물치료에서 전극도자절제술로 27.5% 가 있었다.

 

5년간 추적에서 주된 결과(primary outcome)인 사망, 중한 뇌졸중, 심한 출혈, 심정지의 발생은 약물치료군 9.2% 전극도자절제술 군 8%로 나타나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심방세동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은 5CV outcomes에서 약물치료보다 우수하지 않다. , 심방세동 환자가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아도 사망을 줄이지도 심한 뇌졸중을 줄이지도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큰 비용을 들여 전극도자절제술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맥을 치료하는 의사, electrophysiologist 들 흔히 EP라고 하는데 이들은 환호했다. 왜 그럴까?


 

연구 결과를 상세히 분석하니 처음 배정받은 군이 아닌 실제 환자가 받은 치료에 근거한 primary endpoint는 약물치료군 10.9%에 비해 전극도자절제술 군 7.0%, 총 사망률 7.5 vs 4.4 %, 심혈관계 사망 혹은 입원은 74.9 vs 41.2%로 전극도자절제술이 더 우수했다. 다시 말하면 처음 무작위로 한 군에 배정 받았지만 여러 이유로 다른 군으로 넘어가 치료를 실제로 받은 군으로 나누어 비교한 결과에서는 전극도자절제술군에서 약물치료군 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부수 결과(secondary outcome)인 심혈관계 사망이나 입원도 58.1% vs 51.7%, Time to first AF recurrence HR 0.53으로 좋았다. 부작용은 Pericardial effusion with ablation: 3.0%; ablation-related events: 1.8%로 나타났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는 하나지만 해석은 두 개가 나온 것이다. intention to treatas treated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니 두 결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게 되었다. 동일한 연구 결과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 연구 결과가 "긍정적(positive)"인가를 놓고 미국의 한 의료전문 site에서는 투표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 CABANA 연구의 결과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전극도자절제술이 우수하지 않다"부터 "전극도자절제술이 더 좋다"라는 평가와 동시에 나타날 정도로 다양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에게 이 시술을 받으면 뇌졸중과 사망을 줄이니 권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애초의 결과에 차이가 별로 없으니 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치료를 권해야 하나. 당분간은 기다려봄이 바람직하다. subgroup analysis를 통해 상세한 결과가 나올 것이고 특히 전극도자절제술이 유용한 환자군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재되는 내용은 노태호 교수의 최근 저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에서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며 인용할 때에는 저자와 출처를 명기하셔야 합니다.)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대한심장학회 회장과 부정맥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2018년 3월 심전도 판독의 길잡이 '닥터노와 함께 명쾌한 12유도 심전도 읽기'를 출간했다. 그 외의 저서로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 ‘노태호의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이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20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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